▲ 1960년대 국세청 조사요원들이 들고다니던 가방내부다. 조세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견금여석(見金如石).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뜻이다. 지나친 욕심을 절제하고, 대의를 위해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돌보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고려시대의 무신 최 영 장군은 어렸을 때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이 말을 한시도 잊지 않기위해 '見金如石'이라는 네 글자를 써서 허리띠에 달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네 글자는 국세공무원들에게도 유명한 글귀다. 1960~70연대 세무조사요원들에게는 꼭 명심해야 할 금언이었다. 당시 국세청에서는 조사요원들의 사명감을 고취시키기 위해 서류 가방을 제작해 배포했다. 거기엔 세무조사에 관련한 자료나, 책, 필기도구, 그리고 지금의 계산기와 같은 주산기 등을 넣을 수 있었다.

특히 그 가방에서 빼 놓을 수 없었던 것은 가방을 열면 한 쪽 면에 한문으로 ‘見金如石’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었다. 징세업무를 담당하는 국세공무원들이 무엇보다 청렴해야 한다는 점을 당부하기위한 것이었다. 이 글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필로 하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국세공무원들의 청렴성은 예나 지금이나 강조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26일 국세청은 전국관서장회의를 열어 2014년 국세행정운영방안을 확정하고, 이를 각 일선세무서에 전파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도 강조된 것이 청렴이었다.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국세행정 쇄신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국세청 강당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김덕중 국세청장은 “우리의 청렴수준을 국민 눈높이로 조속히 끌어 올리자”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청렴성에 흠결이 생기면 아무리 훌륭한 성과를 내어도 빛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 자신의 비정상부터 먼저 살피자”고 설파했다.

지난해 국세청은 전임 수장들이 재직당시 CJ그룹으로부터 받아 챙긴 뇌물사건과 핵심 지방국세청의 조사국 직원들이 저지른 집단뇌물 수수사건 등으로 말 그대로 국세청의 위상과 국민신뢰도는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그래서 김덕중 청장은 부임과 동시에 간부들과 직원들에게 가혹하리 만큼 강한 쇄신을 요구했다.

골프장 출입을 하지 말라, 고위직들은 대기업 간부들을 사적으로 만나지 말라, 조사국 직원들이 나쁜 짓을 하다가 걸리면 한 번에 조사국으로부터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만들었고, 기존의 감찰팀 외에 별도로 세무조사감찰T/F까지 만들어 감시를 강화하는 등 매우 강도 높은 쇄신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이 1년 가까이 되면서 직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한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거기에 더해 골프금지령을 풀어야 한다는 등 국세청의 청렴의지가 다소 느슨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때에 이날 김 청장이 청렴에 대해 다시 한 번 의지를 표시한 것은 국세공무원들의 청렴은 말 그대로 국세청이 국민들로 부터 신뢰 받을 수 있는 첩경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간파한 것이라는 점에서 다행이었다.

국세청이 지난 한 해 동안 그렇게도 청렴을 강조했는데도 지난해 기업체에 조사를 나갔던 한 조사팀이 기업체가 건넨 작은 선물(노트북)을 받은 것이 드러나 하향전보 조치되었다는 사실처럼 ‘견금여석’은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고, 또 청렴의식 역시 하루 아침에 몸에 배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쇄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김 청장의 생각은 백번 옳은 것이다.

김 청장의 이런 정신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국세공무원이 있다면 지금 당장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사 1층에 자리 잡고 있는 국세박물관으로 달려가서 과거 선배 국세공무원들이 들고 다녔던 서류가방 속 ‘견금여석’의 글귀를 직접 보면서 마음속으로 새겨보았으면 한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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