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가 화두다. 세금을 거두는 국세청이 창조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국세청의 주 임무는 정부가 마련한 한해의 세입예산을 세법에서 정한 방법으로 적절히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다. 납세안내와 홍보, 신고지도, 그리고 납세자들이 세금을 적절히 신고납부 했는지를 검증하는 세무조사라는 기능을 통해서다.

그리고 국세청은 경제활동 후에 나타나는 결과물을 두고 세법을 적용해 계산된 세금을 받아내는 곳이다. 그것도 자진신고비율이 97%에 이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창조경제와는 매치가 되지 않는다.

혹시 국세청의 가장 큰 힘이라고 할 수 있는 세무조사를 많이 하면 창조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언뜻 그럴 것 같기도 하다.

국세청이 한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나서면 그 기업은 비상이 걸린다. 세무조사 대응팀이 꾸려지고 국세청 고위직을 지낸 조세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분주하게 돌아간다. 한마디로 평소의 기업 활동에서 추가적인 경제활동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일거리가 분명 ‘창조’되는 것이다.

그리고 즉시 유능한(?) 세무대리인들을 선임한다. 세무조사 수임대리인이라고 한다. 세무조사가 없다면 이들 대리인들에게는 찾아오지 않을 일거리가 새로 생기는 것이다. 또한 세무조사가 끝나면 상당수가 불복사건으로 이어진다.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등. 이들 행정심에서 결론이 나지 않아 조세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 역시 새로운 일거리인 것이다. 굳이 얘기하자면 새로운 경제행위가 창출되는 것이다.

물론 세무조사를 많이 하면 이런 단순한 세무대리인의 일거리 창출보다 기업활동의 위축 등으로 오히려 경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세무조사가 성실납세를 위한 최소한의 행위라고 한다면 결국 기업들이 세무조사로 인해 활동이 위축된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세무조사로 인해 사회정의가 앞당겨진다면 기업들은 오히려 의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활동 위축이라는 말은 ‘엄살’측면이 강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국내 저명한 어떤 조세학자는 아예 대놓고 세무조사를 지금보다 5배나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국세청이 창조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기업들이 세금을 제대로 납부했는지를 검증하는 세무조사를 많이 하는 것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서글프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이 국세행정의 특성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세청이 창조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느닷없이 골프금지령을 풀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을 해준 사람이 있었다. 지난해 전임 청장들의 비행(非行), 서울청 조사국 팀원들의 뇌물사건 등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해지면서 국세청의 국민신뢰도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자 새로 부임한 김덕중 청장이 연말까지를 기한으로 내린 조치를 해제하자는 제안이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꿋꿋이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금지령이 존재하는 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세청의 골프금지령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한다. 국세공무원들이 골프장을 찾는 것이 경기활성화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산업유발 효과가 크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지난달 26일 올해 국세행정의 방향을 밝히는 전국관서장회의에서 김덕중 국세청장이 ‘안정적인 세수확보를 위해서는 경제 활성화가 최선’이라고 한 인사말과 일맥상통한다는 주석까지 달았다.

국세청이 창조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이것 뿐 일까.

국세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한 전직 국세맨은 ‘국세청은 이미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렵게 창조경제를 실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매년 직원들의 대대적인 인사이동과 거대한 국세청 조직원들이 나서고 있는 봉사활동이 그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국세청은 2만여 직원들의 절반 가까이가 움직이는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광주지역의 세무서에서 서울로, 서울지역에서 부산, 대구지역 등으로 이동하는 국세공무원들의 대이동이 있었다. 무려 9천 명가량이 움직였다. 그리고 새로운 세무서에서 업무가 시작되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보직이 바뀌면서 발생하는 조직 내부의 활력을 넘어 엄청난 사회적 경제유발효과를 국세청은 매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국세청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또 다른 창조경제를 꾸며가고 있다. ‘사랑의 온도탑’ 캠페인이다. 국세청이 추진 중인 사랑의 온도탑은 국세청 전 직원 한 사람이 1년 365일중 최소한 하루(8시간)는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나눔 문화 활성화 및 국민신뢰도를 제고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직원이 2만여 명이니 국세청은 올해 최소한 16만 시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동안 사회봉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 봉사는 아마도 서민들의 어려움을 살피는 것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복지재원을 거두어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 이상의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봉사활동은 경제활동을 통해 세금을 거두어 분배하는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만한 ‘창조경제’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미친다. 올 한해 국세청의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 200도 펄펄 끓어올랐으면 한다.

이런 국세청의 생활형 창조경제 실천노력이 진심이라면 국세청이 사활을 걸고 반대하다시피 하는 ‘와인의 인터넷 판매금지’ 이것도 차제에 생각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그러면 국세청의 창조경제 지수는 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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