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바꾸지 않을까?

세무사들이 기업들의 기장에 꼭 필요한 업무수단으로 자리 잡은 세무회계프로그램인 세무사회 소유의 ‘세무사랑2’ 이야기다.

현재 세무사업계의 프로그램 시장은 더존비즈온(대표, 김용우)이 내놓은 프로그램인 ‘스마트A’와 세무사회(회장, 정구정)가 소유주인 ‘세무사랑2’가 양분하고 있다. 세무사회는 세무사랑2를 사용하는 회원들의 숫자가 40%에 육박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세무사랑이 나오기까지 세무사들 90%이상이 더존의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2월 세무사회가 뉴젠솔루션에서 만든 세무사랑이라는 프로그램을 세무사회 소유로 만들면서 세무사업계의 세무회계프로그램 영업전쟁은 본격화됐다. 세무사회가 이 프로그램을 소유하게된 것은 자칫 더존 측의 독점구조가 될 수도 있는 업계의 프로그램 시장을 경쟁체제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세무사회는 지난 한 해동안 세무사회의 온 힘을 다해 세무사랑2의 보급을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지난해 말 현재까지 보급률은 겨우 30%대 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구정 세무사회장은 자신의 임기내 70%까지 사용토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가능할까 라면서 케스쳔마크를 다는 회원들이 많다. 그동안 세무사회가 기울여온 노력 대비 알려져 있는 현재의 보급율에 비추어볼 때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세무사회가 지난 1년 동안 세무사랑2의 보급에 ‘다걸기’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왜 대다수 회원들은 먼 산 불구경 하듯 ‘요지부동(?)’일까.

지난해 세무사업계의 화두였던 전자신고세액공제가 폐지될 위기에서 빠져나오자 회장이 잘 해서 그런 것 이라면서 손뼉을 치던 모습에서는 금방이라도 70%, 80%를 훌쩍 달성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도 결과는 신통치 않다. 솔직히 회장이 이 정도로 읍소(?)를 한다면 가입하는 시늉이라도 할 것 같은데 결과를 놓고 보면 ‘실패작’이라는 이야기 밖에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럴까. 세무사들은 현실적이어서 그럴까. 아니면 회장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그리고 세무사회의 주장대로 경쟁업체에서의 방해 때문일까. 아니면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당연히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두루뭉술한 진단만이 난무한다.

지금 세무사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몇가지 이야기들의 골자는 이렇다. 그동안 독자프로그램을 확보하지 못해 서러움을 당해왔다는 회원들은 세무사랑2를 애용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가졌음에도 과거 ‘명인사태’의 전철을 우려하거나, 또 현재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점 등에서 선뜻 교체를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명인’은 800명 가량으로 알려진 세무사들이 투자해 만든 세무회계프로그램의 이름이다. 세무사들이 대주주였던 만큼 프로그램이 업계에 선보이면서 나름대로 시장점유율을 보였으나 성공적 안착에는 실패했고, 또 세무사회가 인수하지도 못하면서 끝내 더존비즈온에게 흡수 합병되었고, 명인프로그램을 사용해 오던 세무사들은 또다시 더존의 프로그램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다.

즉 지금사용하고 있는 더존의 프로그램이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 또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프로그램을 세무사회 소유라는 이유만으로 교체를 감행했다가 자칫 과거 명인처럼 낭패를 당하는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속마음이 선뜻 세무사랑2로 갈아타지 못하고 있는 첫 번째 이유로 꼽고 있다.

그리고 세무사랑2가 현실적으로 저작권 위반혐의로 소송이 진행중인 회사와 전혀 관련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도 솔직히 회원들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일부 세무사들은 더존의 영업전략이라고 분석하는 회원들도 있다. 현재 더존의 영업전략은 세무사랑2로 갈아타고 싶으면 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다시 더존 제품을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공짜는 없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현재 세무사업계에서는 이 문제를 심플하게 보는 시각과, 한 두 단계 멀리 내다보는 시각이 공존하면서도 사태를 좀 더 지켜보자는 쪽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급할 것 뭐 있느냐는 것. 소송이 마무리되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쪽이 더 서비스품질이 나은 것인지 판가름이 난 후에 교체를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게 많은 회원들의 판단이라는 것.

결국 회원들의 생각이 이렇다면 ‘애국심’에 호소하는 세무사회의 전략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최근 세무사회는 지역세무사회장들을 모아놓고 세무사랑2 미가입자 명단을 각 지역세무사회장들에게 전달하면서 가입을 독려하라는 ‘압박’전략까지 구사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이 명단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경우가 가입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지역회는 세무사랑2의 가입율이 겨우 10%에 이르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세무사회 집행부는 세무사들의 세무사랑2 가입율이 50%를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라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회원들이 많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상대측 프로그램 가입자들이 그만큼 줄어들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라고 한다. 양측의 영업비밀일 것이라는 점에서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못하는 속내도 있었을 것 같다.

어쨌든 세무사업계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영웅’으로 불리는 회장이 직접 나서서 우리프로그램으로 교체해 달라며 애원하는 것 만큼의 성과는 못내고 있다는 점은 솔직히 시인하는 회원들이 많은 것 같다.

한 회원은 이렇게 가다가는 세무사랑(LOVE)도 그리고 세무사랑(TOGETHER)도 아닌 애물단지(HEADACHE)나 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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