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선을 재임 중인 정구정 회장의 2기 때 세무사회 업무이사를 맡아 4대보험 업무의 정상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는 정 회장의 3선을 앞두고 업무이사 자리에서 잘렸다.(그의 표현이다.)
그리고 얼마 후 정 회장이 3선을 해서는 안된다면서 ‘3선 반대’의 최일선에 나섰다. 그리고 만약 정 회장이 3선에 당선되더라도 그에 대한 감시, 그리고 세무사회의 바른 길을 위한 감시자 역할을 하겠다면서 혈혈단신으로 감사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의 진심이 받아들여졌는지 세무사고시회의 전폭적인 지원 등에 힘입어 그는 감사에 당당히 당선되었다.
그러나 감사로서의 그의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는 감사에 당선된 후 곧바로 제28대 임원선거와 관련한 회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자료수집에 나섰다. 그러나 그는 어떤 정보와 자료도 손에 넣을 수 없었다. 임원선거 투표용지를 인쇄한 출판업체와 관련한 정보를 요구했으나, 집행부로부터 거절당했다. 그리고 그는 온갖 압력에 휘둘렸다고 한다. 오죽하면 회원들이 보는 게시판을 통해 ‘가슴에 피멍이 든다’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을까.
그래서 그는 감사로서의 활동상을 회원게시판을 통해 회원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그가 지난해 7월 감사에 취임한 후 지금까지 회원게시판에 올린 글은 지난 17일 ‘백정현의 생각 시리즈’까지 모두 10번이다.
그리고 그는 그동안 참았던 ‘울분’을 모두 토해냈다. 세무사회 감사는 “태워 없애는 개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개뼈다귀 같은 것”이라고 했다.
한국세무사회 감사로서 세무사들의 피 같은 돈이 투자된 한길TIS에 대한 감사를 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무력감과 울분이었다.
백 감사에 따르면 한길TIS는 세무사회원 주주가 51%다. 그리고 세무사회 사무국 직원들도 주식을 가지고 있다. 또 1만원짜리 주식이 1천원으로 감자된 이후 세무사회 재산 10억원이 출자됐으며, 그리고 지난해 2월 또다시 2억 4천만원 어치의 주식을 매입했다.
이처럼 세무사회 돈이 어마어마하게 투입된 회사에 대해 세무사회 감사가 적법하게 감사하고자 했으나 세무사회 집행부가 가로막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도 세무사회 임원이 아닌 업무지원팀장을 통해 전달받았다고 한다. 그는 “조롱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17일 이런 생각을 게시판에 올렸다. 그러자 집행부에서 부랴부랴 답변을 올렸다. 내용은 ‘감사 불가’였다. 하지만 백 감사의 분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세무사회의 독선적 비밀주의 업무집행에 대한 감사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소송을 통해 밝혀보겠다”고 했다. 그는 세정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살림살이는 어렵지만 사비를 들여서라도 꼭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4년 세무사회를 휘감았던 당시 ‘P모감사와 정 회장간의 다툼’이 떠올랐다. 결코 세무사회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데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는 이어 세무사회 감사로서 한길TIS와 한국세무사회 공익재단에 대해 감사를 할 수 없다면 감사의 직을 사퇴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백 감사는 자신은 단지 회원들이 선출해준 감사로서의 직분에 충실 하고픈 마음뿐인데 집행부에서는 자신을 반대파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그는 정구정 회장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과 업적은 칭찬하고 싶고, 그리고 오히려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다고도 했다. 그런데 왜 집행부에서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길TIS와 한국세무사회 공익재단에 대해 감사를 하고자 하는 것은 회장이나 집행부가 미워서도 그리고 비방하기 위한 것도 아니며, 감사원이 정부기관 외에 공기업들을 감사하는 것과 같은 이치에서 회원들이 감사에게 맡긴 책무를 다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익재단 업무는 물론 한길TIS와 관련한 사항의 대부분을 세무사회 상임이사회에서 결정하면서 세무사회 감사가 정당하게 감사를 할 수 없다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상태라면 다가오는 4월의 정기감사에서도 제대로 된 자료를 볼 수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정기감사에서도 감사로서의 직무수행이 어렵다면 감사로서의 무거운 책무를 내려놓고 싶은 심정이라고 거듭 밝혔다.
왜 백 감사는 이런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지난해 감사에 출마하면서 당시 세무사회 집행부는 부회장 3명과 상임이사 대부분이 떠나고 잘렸는데 이는 회장의 독선과 아집 때문이고, 그 중심에 어용감사가 있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그리고 감사에 당선된다면 1만여 회원들이 단합하여 화합하는 세무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감사로서의 직분을 수행한지 9개월째. 지금 그는 그의 앞을 가로막고 서있는 엄청난 ‘벽’에 가슴이 콱 막힌 것이다.
어떤 벽일까.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하략)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詩)다. 이 시는 정구정 회장도 참 좋아하는 시다.
지금 많이 가슴 아파하는 백 감사에게 눈 앞에 어쩔 수 없는 벽이 가로막고 있지만 말 없이 그 벽을 오르는 ‘담쟁이’가 되라고 하면 너무 가혹한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