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지 않아 새 정부가 들어선다. 현 정부가 아닌 새로운 정부에 또 다른 새로운 희망을 꿈꾸어 보지만 준비 없이는 세제개편은 개악이 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의 시대, 저성장의 시대, 빈부격차를 비롯한 여러 원인에 의한 다양한 사회갈등의 표출, 미국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로 전환 등을 직면하면서 우리는 세제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각자의 현재 경제상황에 인식과 전망, 철학 등에 따라 세제개편의 방향과 내용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새해, 새정부를 앞두고 저자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세제개편에 대한 이야기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저자는 정답을 제시하려 했다기 보다는 논의거리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어찌 보면 바람직한 제도는 제도 그 자체가 아닌 어떠한 제도에 도달하는 과정에서의 논의 그 자체에 있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외국의 좋은 제도를 짧은 시간에 일부씩 가져오는 단계를 넘어 우리에 맞는 제도를 함께 고민하면서 만들어 가야하는 단계로 들어왔다고 할 수 있고 세제도 예외는 아니다. 함께 우리나라에 현 시점에 맞는 좋은 세제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내 놓고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해 본다.
1. 증세를 할 시점이다.
1966년 국세청 개청당시 국세청이 걷은 세금이 700억원에서 2014년에는 196조원으로 2,796배로 증가한 바 있다. 또한 2015년에는 국세수입은 208조 2000억원으로 200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1998년, 2009년, 2013년에 잠깐 세수입이 준 바가 있기는 하지만, 국세청 세수입이 늘고 그것도 엄청나게 늘어난 것을 보면 세금이 늘었다는 의미의 증세는 있어 왔다. 물론 최근의 증세논쟁은 이러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세율의 인상에 초점을 맞추어 증세를 논하고 있다. 과세대상의 확대, 비과세 및 감면의 축소 등으로도 증세가 가능할 수는 있지만, 여기서는 세율 인상과 관련하여 논의를 해 보고자 한다.
국가가 쓸 돈을 모두 세금으로만 걷는 것은 아니다. 2016.12.3. 국회 본회의에 통과된 2017년 예산안은 400조5000억 원 규모이다. 2001년에 100조원을 넘어섰고, 2005년에 200조원을 넘은 바 있다. 국가가 돈 쓸 데는 많아지고 그렇다면 세금으로 더 걷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근본적으로 국가가 왜 그렇게 돈 쓸데가 많은가 그리고 돈을 제대로 쓸데 쓰고 있는가 돈이 새는 것은 아닌가하는 문제는 있다.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고 국가가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데 세제도 소득재분배 효과를 가져올 정책수단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면, 증세가 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저출산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생산활동 인구는 줄어들 것이고 그리되면 세입은 적어지고 고령화로 세출은 많아지는 상황이라면 조금 더 세입을 늘리기 위한 세제의 개편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돈 많은 사람 것 뺏어다가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준다는 식의 접근은 될 세제개편도 안 된다. 국가의 역할에 대한 방향이 정해지고 세금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민이 조금씩 더 부담하고 여유있는 사람이 조금 더 부담하고 더 부담한 세금은 납세의무자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환원된다는 것 믿음을 주어야 한다. 이는 증세시 정책당국이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지는 고민할 때 고려할 부분이다. 어설프게 커피 한잔 값 이야기, 거위 깃털 뽑기 이야기 꺼내다가는 반발만 살 수 있다. 자신으로부터 세금 더 걷는 것 좋아 할 국민이 많지 않고 저항할 준비가 된 사람들을 설득할 방법과 시기를 잘 선택하여야 한다.
2. 소득세제와 재산세제의 세부담을 늘리고 소비세제의 세부담은 일단은 현재를 유지한다.
증세를 해야 한다면 무엇을 늘려야 할 것인지도 고민되는 부분이다. 세제는 담세력의 기준으로 보통 소득세제, 재산세제, 소비세제로 나눈다.
우리나라의 세제개편을 이야기할 때 다른 나라의 경우를 비교하게 되는데 OECD 국가들과 많이 비교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OECD의 1996년 12월에 2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바 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7468억 달러로 회원국(2105년 당시 34개국, 현재는 35개국) 중 8위를 차지했다. 가입 당시와 비교하면 1조900억 달러가 늘어난 수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3만4549달러로 22위로 96년 25위에서 3계단이 올랐다. 1인당 GDP를 보면 우리나라는 중위권인데, 그렇다면 우리나라 세제의 방향은 OECD 평균 수준정도에 맞추어야 할 것인가? OECD에서 우리나라를 어느 위치에 놓고 볼지여부, OECD에 차지하는 위치만큼 우리 세제도 그에 따라야 하는지 여부 등도 명확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할 때 OECD에 소속된 국가, 그 방향이 주요한 검토대상은 된다는 점에서 OECD의 세원비중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OECD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OECD국가들의 2014년 기준 소득과세 비중이 34%(개인소득세 24%, 법인소득세 9%, 고용세 1%), 재산과세 비중이 6%, 소비과세 비중은 31%(일반소비세 21%, 개별소비세 10%)이다. 우리나라는 위 OECD 자료에 따르면 소득과세 비중이 29%, 재산과세 비중은 11%, 소비과세 비중이 30%이다. 사회보장세, 기타세금 등을 제외한 비교이기는 하지만, OECD의 평균과 우리나라의 경우를 세원비중만 비교한다면, 우리나라는 OECD 보다 소득과세 비중은 낮고, 재산비중은 높고, 소비과세 비중은 비슷하다. OECD와 비교만 한다면 소득과세 비중을 높이고 재산비중은 낮추어야 하는 것으로 결론내릴 수 있다.
그런데 빈부격차가 나는 상황에서 소득재분배 효과를 생각한다면 소득과세 비중 뿐만 아니라 재산과세 비중을 높이는 것도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부동산보유세제의 급격한 상승이 정권의 교체까지 가져왔다는 분석이 있는 것을 보면 조심스럽게 세법 개정과 세정운영을 할 필요는 있다. 보유단계의 보유자산의 시세차익이 많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자산가에게 지속적인 세부담 증가로 인한 저항도 클 수 있기는 있지만, 여유 있는 사람이 조금은 더 부담하자는 세제개편을 생각한다면 재산세제 비중 증가는 긍정적일 수 있다.
3. 지방세 비중 확대를 놓고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14개의 국세와 11개의 지방세가 있다.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의 경우를 보면 소득세,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동세 방식으로 국민으로부터 동일한 과세주체가 과세를 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나누어 쓰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떠한 방법을 쓰든 지방정부가 필요한 돈을 중앙정부 눈치 안 보고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현재는 중앙정부가 80을 세금으로 걷는다면 지방정부는 그 1/4인 20을 세금으로 걷는다. 지방정부, 즉 지방자치단체는 세금으로 부족한 부분은 중앙정부로부터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을 받거나 세외수입 등으로 채워 넣는다. 지방정부가 재정적으로 중앙정부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30에 해당하는 것을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1995년 지방자치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재정의 측면에서 보면 아직 멀었다.
그런데 중앙정부로부터 목돈에 해당하는 재정지원을 해당 지역 국회의원을 통해 쪽지예산으로 확보하거나 지자체의 장의 직간접적인 노력으로 확보하는 것이 국회의원과 지자체의 장의 능력으로 보는 측면도 있다. 지방정부의 경우도 현 시스템에 익숙한 것도 문제이다. 경쟁적인 지자체의 건물 건설, 전시성의 각종 행사 개최 등 지방정부의 지출부분에 대한 잘못도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지방정부가 스스로의 사업을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지방세 비중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권력의 나눔을 어떻게 할지의 문제이기도 해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4. 5년 임기의 대통령제하에서 5년의 기본틀과 연차별 세제개편의 틀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1987년의 제9차 헌법개정이후 우리나라는 5년 임기의 대통령제를 운영해 오고 있다.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의 도입을 놓고 헌법개정 논의가 지속되고 있지만 현재 대통령제의 문제를 통치구조의 변경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헌법개정 논의 등과도 관련된 것으로 연초에 대선정국을 놓고 뜨거운 논의가 될 것이고 일단 5년 임기의 대통령제가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흔히 대통령 임기 1년차에서는 기업에 대한 지원, 경제활성화를 표방하는 경우에는 감세와 느슨한 세무조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권이 교체되고 정권 초기에 사정정국으로 국정을 잡으려 하는 경우에는 세무조사의 강도가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임기말에는 전반적으로 차기정부에 대한 준비로 세무조사의 강도가 약해지고 세법 개정도 현상 유지 정도의 수준인 경우가 많다. 올해 2016년 12월 세법개정, 2017년 세무조사의 강도도 현상 유지가 기조라 할 것이다.
전 세계의 대통령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를 보면 대통령 선거를 높고 증세와 감세 등을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 대결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법인세 세율 인상 여부를 놓고 인하 또는 현행 유지 입장의 여당과 인하 입장의 야당의 대립이 있다. 대통령 선거시 우리나라에서도 정책대결 중 세제분야도 이러한 증세 논쟁을 중심으로 다투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기 대선 실시로 정책대결 보다는 인물 중심의 네거티브 선거가 될 가능성도 높지만, 그 부분은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에 대한 싸움일 것이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5년 동안 국정을 맡는 동안에 세제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전체 큰 틀과 매년의 실행계획은 갖고 있을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뽑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선거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의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데, 적어도 세제분야에서는 국민이 대통령이 5년 동안 무엇을 할지 물어보고 답을 받아놓아야 할 필요는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에는 증세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고 여러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를 표방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증세를 과연 하지 않았는가, 증세 하지 않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나중의 평가를 통해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아쉬운 부분은 공약가계부를 통해 재정분야에서 정부의 세입과 세출을 어떻게 했는지 정확하게 밝히고 평가받는 작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5년간의 정부운영에 대한 평가는 다음 정부에 중요한 경험 전달이 될 수 있다. 직업공무원제하에서 관료가 중심을 잡고서 정권의 교체 여부에 상관없이 이러한 노하우의 전달이 되기도 하지만, 세법 영역에서 국회의 조세소위를 비롯한 기재위를 통한 입법권의 강화 등으로 정부와 국회가 함께 방향을 정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그렇더라도 국회가 기본틀을 바꾸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1997년말의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처럼 우리나라가 스스로 지속적인 동일한 재정정책을 펼치기 어렵고 급박한 상황에 맞게 변화를 해야 되는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세입을 늘릴지, 어느 정도로 늘릴지, 어떻게 늘릴지 등에 대한 것과, 세출을 늘릴지, 어느 부분을 늘릴지, 어느 부분을 줄여나갈지 등에 대해 기본방향은 세워 놓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5년 동안의 기본틀을 세워 놓고서 매년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한해 한해 어떻게 하고 있고 어느 부분이 아직 부족한 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
비과세 감면을 지속적으로 줄이는 노력을 하여야 하지만, 새 정부마다 어떠한 사업에 대한 지원을 위해 세법을 통한 세제지원을 하면서 비과세 및 감면을 새로이 추가하는 영역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비과세 및 감면 확대된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를 해 보아야 한다. 정부의 특정사업 밀어주기는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창출 등 투자인 경우도 있지만 정부의 눈먼 돈이 돌아다니게 하거나 특혜시비가 문제될 수도 있다. 정부의 특정사업 지원 자체를 문제로 할 것은 아니다. 정부가 시장에서 개인 또는 기업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미리 내다보고서 지원을 하는 것은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원할 부분을 제대로 짚었느냐, 그리고 지원의 방식이 적절했느냐 일 것이다. 5년의 세제의 기본 틀을 짤 때 세제지원을 할 분야에 대한 명확히 밝히고 세제지원시 예상되는 효과도 함께 제시하여야 한다.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5년 이후에 과감히 비과세 및 감면의 혜택을 끝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앞 정부의 지원 분야를 자연스럽게 줄이기 마련이지만 성과에 대한 평가가 좋다면 정부 변경에도 계속 유지하여야 하는 부담을 새 정부에 줌으로써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