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정책]
세금은 국가운영의 자금이다. 국방, 교육, 도로, 항만 등 국가를 유지하고, 국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돈이다. 1년 동안 수백조원이 들어간다. 그 많은 돈을 일부 특정 기업이나 개인이 부담할 수 없다. 그래서 모든 국민과 소득주체들이 고르게 부담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그래야 국민들이 불만 없이 성실하게 납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금은 소득이 있는 곳에 부과된다. 그래서 누구나 기꺼이 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세금의 규모가 주위의 비슷한 소득규모의 기업이나 개인보다 많거나 적을 경우엔 생각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 세금을 제때에 내지 않게되고 또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바뀌어 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국세청이라는 곳을 만들어 소득주체들이 제때에 세법에 정해진 만큼을 제대로 내게 하도록 세금신고와 관련한 안내와 지도를 한다. 그리고 차후에 제대로 냈는지도 점검하여 성실하게 납부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추가로 과세한다.
최근 세수는 2년 연속 호황의 모습이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한 금액보다 더 많이 걷힌 것이다. 당초 정부가 예산편성을 소극적으로 했거나, 아니면 세수입 예측을 잘못했다고 할 수 있다. 아니면 국세행정이 과거보다 깐깐해 졌다고도 볼 수 있다. 국민들이 갑자기 소비를 많이 하게되면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가 늘어나고, 덩달아 기업들도 물건이 많이 팔려 법인의 수입이 늘어 법인세 등도 늘어나게 된다. 또한 기업의 실적이 좋으면 근로자들은 월급을 더 받게 되고, 이에 따른 소득세를 더 내게 된다. 이런 복합적인 상황이 세수를 좋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의 경우 야당을 주축으로 기업의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법인세를 올리자는 목소리가 컸으나, 올리지 않았고 결국 소득세 최고구간을 추가로 신설하여 고소득자들의 소득세를 좀 더 걷는 것으로 세제개편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하던 야당 측이 정권을 잡는다면 아마 법인세율을 진짜 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해의 세수 증가는 전적으로 경기호황이 아닌 소비호황과 강화된 사후검증 등 국세행정의 촘촘함, 그리고 불황형 흑자 즉 투자와 수출부진 등에 따른 환급액의 축소가 뒷면에 있는 것이라면 세수호황을 보고 웃을 일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지난해 세수호황을 떠받친 것은 담배세의 인상도 한몫했다. 담배세 인상의 잘잘못은 차치하더라도 이것 하나로 인해 수조원의 세수가 더 걷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난해 세금정책은 국민개납주의가 파괴되었다는 것이다. 세금 한푼 내지 않는 근로소득자들 즉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이 2013년 32%까지 내려갔다가 2014년 48.8%까지 급상승후 내려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세금정책이 한마디로 20세기로 뒷걸음질 친 것이다. 바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올해는 벚꽃 필 때쯤일지 한여름이 될지 모르겠지만 대선이 예상된다. 아마도 큰 세제개편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금을 많이 거두어 서민복지를 하겠다는 말보다 서민들의 세금을 줄여주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었으면 한다. 담배세를 찔끔올려 서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일이 아닌, 아예 죄악세 개념을 도입하는 게 맞고, 결혼을 하면 세부담을 줄여 주겠다는 발상보다 투자와 고용을 하면 세금을 없애겠다는 발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급여를 받게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정책일 것이다.
또한 다소 먼 이야기이겠지만 법인세를 폐지하고 소득세와 통합하는 방안도 있다. 법인의 원천소득을 주주에 귀속시켜 개인소득세를 징수하면 세수가 오히려 증대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세제와 세정의 근원적 문제인 간이과세제도의 폐지,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도 하루속히 강화해야 할 것이다. 참 할 일이 많은데.
그리고 한가지 더 있다. 대기업 회장님들의 일탈을 막으려다 선량한 중소기업 사장님들의 일거리만 늘려놓은 업무용승용차 운행기록 같은 것부터 당장 집어치우던지 해야한다. 국민들을 괴롭히는데 정말 재미를 붙이지 않았다면 말이다.
[세정운영]
세정은 서비스다. 국회가 제정하거나 개정한 세법대로 집행하는 것이 국세행정이다. 1월과 7월에 있는 부가가치세확정신고와, 3월에 집중된 12월말 결산기업들의 법인세신고, 5월 종합소득세신고가 가장 큰 연례행사다. 일선세무서들은 이 중요한 3대세목의 신고기간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납세자들의 세금신고편의를 돕는다.
지난 `15년까지만 해도 부가가치세, 종소세신고때만 되면 일선세무서 신고창구는 북새통이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갑자기 세무서방문객이 확 줄었다. 국세행정이 새로운 전산시스템(ntis)으로 무장하면서 많은 부분 세금신고가 세무서를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선진화가 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그리고 국세청은 납세자들이 신고한 세금내역을 분석해 세무조사를 하거나, 또 신고전에 사전안내를 통해 성실신고를 할 수 있는 동인을 만들어주는 역할로 바뀌었다. 즉 과거 국세청이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주요 신고를 앞두고 납세자들에게 제대로 신고를 하지 않으면 신고 후 정밀분석을 통해 강력한 세무조사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아온 행정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신고 전에 미리 사업자들의 전년 신고내용을 분석해 잘못된 부분을 알려주면서 납세자들이 스스로 제대로 성실하게 신고하게 하는 것이 효과가 컸다고 한다.
사실 납세자들에게는 이 방식이 더 겁나는 것이지만.
하지만 국세행정의 전분야가 이처럼 선진화된 것은 아니다. 지금 인터넷에서 ‘탈세혐의로 기소’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보라. 대기업 총수에서부터 룸살롱 업주, 유명 변호사, 기업인 등이 탈세혐의로 기소되었다는 뉴스가 천지로 쌓여있다. 이 모든 내용이 모두 법원 재판에서 사실이 아니길 바랄뿐 이미 국민들에게는 이 나라는 탈세공화국이라는 이미지가 이미 덧칠되어 있다. 아마 탈세를 못하는 사람이 바보라는 소리가 진동해도 국세청은 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세행정이 내부통제도 그렇게 탄탄하지 않다는 점도 하루빨리 보완해야 한다. 불과 1년여 전 국세청 직원이 주범이 되어 무려 1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도둑질했는데 아주 오랫동안 아무도 몰랐다. 이게 말이 되는 것인가. 그리고 세금부과와 일선의 세무행정에 불만을 품은 납세자들이 세무서에서 분신을 시도하는 사건은 매년 단골처럼 한두 번씩 언론에 나온다. 언론이 모르는 분신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심지어 백주대낮에 세무서장실에 들이닥쳐 칼로 세무서장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지는 모습이 21세기 중반에 목도하게 되는 세정이라면 우리는 아직 그 세정에 선진화라는 말을 붙이는데 주저해야 할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 김영란 법의 힘이 크겠지만 국세공무원들의 금품수수 사건이 크게 줄어든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세금은 국민이 고르게 내고, 또 고르게 사용되어야 한다. 징세의 정의를 넘어 분배의 정의까지도 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이 세금제도다. 그래서 때에 따라서는 그런 세금을 고르게 하는 일은 대화와 양보를 통해 이루어 나가는 정치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든 일이며, 중요한 일이라고도 한다.
그동안 국세행정은 정부부과 제도하에서 발전해 오면서 ‘징세청’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 세금이 신고납부제로 전환되면서 국세청은 ‘서비스청’으로 바뀌어야 하는 게 맞다. 물론 그렇게 변화되어왔다. 그럼에도 국세청은 여전히 세무조사라는 무기를 통해 납세자들에게 힘자랑을 해온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확 바뀌어야 한다. 납세자들을 해치는 늑대가 아니라, 목초와 우물이 어디 있는지를 알려주고, 그리고 저쪽은 절대 가서는 안되는 늪이라고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해주는 목동으로서의 역할 즉 납세자들과 함께하는 ‘한편 세정’이 되어야한다.
세무행정은 절대 국민위에 군림하겠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단 한시라도. 국세행정이 국민에 대한 무한 봉사 자세를 가지지 않고 납세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완장을 찬 것처럼, 그리고 힘을 주겠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국민들은 또 언제 칼을 들고 나타날지 모른다. 국세행정에 정의가 살아 숨 쉴 때 사회는 공평해 진다는 것이 진리다. 세종시 국세청 앞에 크게 새겨놓은 ‘균공애민’이라는 상징석을 떠올리면서 `17년 새해아침 국세행정에 걸어보는 기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