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번째 국세청장이었다. 지난해 3월 27일 박근혜 정부 첫 국세청 수장으로 취임한 김덕중 청장이 무거운 자리에 오른지 딱 1년을 맞았다.

취임 1주년, 김 청장에겐 자신이 평범한 국세청 직원에서 특별한 국세청장으로 새로 태어난 1년전 그날이기에 ‘생일’이나 마찬가지다.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기자는 그동안 본란을 통해 여러 가지 국세행정에 훈수를 둬왔다. 그래서 오늘은 생일을 맞아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서 덕담을 해 볼까한다.

김 청장은 지난해 3월 27일 서울 수송동 국세청장 대강당에서 취임했다. 그의 취임사는 국민이 신뢰하는 공정한 세정, 납세자가 국세행정의 중심이라는데 방점이 찍혔다. 그리고 선조들이 보여준 신독(愼獨)의 자세를 본받아 공사생활에서 절제된 모습을 보이자면서 조직원들의 청렴을 강조했다.

이유가 있었다.

2013년 3월 14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발 대형 악재였다. 국세청의 핵심부서인 서울국세청 조사1국 소속 직원 9명이 7개의 기업체로부터 3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는 뉴스였다. 그동안 국세공무원들의 개별적인 비위사건이 종종 있기는 했으나 세무조사팀 전원이 세무조사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거나 분배했다는 것은 국세청 조직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기에 충분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국세청 사람들은 조직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면서 불안감을 가졌다. 기업현장에서 세무조사를 벌이는 수많은 조사현장의 조사공무원들이 모두 이렇다면서 국민들이 반기를 든다면 국세청은 자칫 문을 닫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청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취임사에는 ‘신뢰’가 많았다. “국민이 신뢰하는 공정한 세정을 구현하겠다. ‘공정과 신뢰’의 가치를 국세행정 운영의 중심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세정은 국세청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이고, 국민의 신뢰는 국세행정이 존립하는 토대”라는 자신의 세정철학을 강조했고, 또 전파했다.

이처럼 당시 국세청이 처한 환경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조직은 생기가 없었다. 편중된 인사로 인한 직원들의 매너리즘,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 등으로 한마디로 직원들의 사기는 땅바닥에 떨어진지 오래였다.

그래서 김 청장은 ‘덕장’이라는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조직을 강하게 추스르는 모습을 보였다. 세무조사와 관련 부정한 일에 연루될 경우 조사업무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는 ‘원스라이크 아웃제’를 들고 나왔고, 또 세무조사가 끝난 후 2년까지는 관계자들과의 접촉도 못하게 했다. 그리고 고위직 간부들은 아예 100대기업의 임원들과는 사적인 만남 자체를 못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세무조사와 관련한 부정의 소지를 감시하기 위해 ‘세무조사 감찰TF’를 별도로 만들었다. 기존 감찰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임에도 강력한 감시체제만이 제2, 제3의 부패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김 청장의 판단은 적중했고,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리고 김 청장은 이러한 자체 정화노력을 천명한 후 강력한 세무조사에 나섰다. 지하경제라는 썩은 환부를 도려내어 조세정의라는 ‘대어’를 낚겠다고 했다. 대기업, 대재산가들의 변칙적 탈세, 역외탈세, 고소득전문직종사자들의 탈세를 잡아내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지상경제를 위축시킨다’는 등 여론의 ‘역풍’을 맞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설상가상(雪上加霜)’, 7월 또 하나의 대형사건이 터졌다. 전직 국세청 수장의 ‘뇌물스캔들’이었다. 이 사건은 또 다른 전직 수장까지 한꺼번에 구속시키는 국세청으로서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건으로 발전됐다. 현직 국세청장으로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전직 수장들의 잘못을 김 청장이 나서서 변명이나 해명을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는 점에서 갑갑했다. 결국 내게 주어진 일에 전념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세무조사 측면에서는 세수확보를 위한 무차별 세무조사라는 지적이 수없이 나왔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완화 등 일련의 조치를 발표하면서 역풍을 뚫었고, 역외탈세 분야 등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청장의 ‘뚝심’이 해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무엇보다 김덕중 청장의 1년을 괴롭혔던 것은 ‘인사’였다. ‘TK독식’으로 표현되던 대구·경북출신들의 득세였다. 1급에서부터 서기관 등 우대받는 TK출신들을 보면서 많은 직원들은 무력감에 빠졌고, 당연히 사기는 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그리고 국정감사에서도 많은 국회의원들이 인사문제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김 청장을 몰아세웠다. 그러나 김 청장은 흔들리기보다는 조직을 추슬러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당초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잘못 편성한 탓도 있겠지만 국세청의 존재 이유인 목표 세수를 채우지 못했다는 아픔은 컸다. 무려 8조5천억원이나 모자란 수치로 나타났다. 어려운 경기를 감안하면 그나마 선방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이러한 결과에도 국세청을 아는 사람들은 국세청장에 대한 평가는 관대했다. 무엇보다 현직에 대한 평가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국세청 OB들의 평가가 후하다. 기자 주변의 사람들은 “최소한 ‘A-’는 된다”는 사람들이 많다. 한 전직 세무서장은 “500점 정도는 된다”고도 했다. 그냥 농담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는 “김 청장은 한결 같다. 사심이 없다. 나서지 않는 모습이 좋다. 생각하는 세정을 하는 것 같다. 인사문제도 하나하나 바로 잡아가는 모습이 읽혀진다. 그리고 선배들에게도 잘하는 것 같다.” 그의 칭찬은 계속 이어졌다.

또 다른 한 전직 고위간부는 “김덕중 청장의 지난 한해는 무엇보다 특정지역으로 편중된 인사문제를 바로 잡은 것”이라면서 “김 청장이 취임 후 보여준 고위직 인사는 물론 각종 승진인사와 정기 전보인사 등을 보고 직원들이 공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내부 직원들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내부 직원들의 평가는 물을 것도 없이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울 것’이라는 예상은 맞았다. 그러나 평판의 방향은 예상과는 달랐다. 조직 통솔력, 인간미, 행정경험 그 어떤 것도 보다 김 청장의 ‘초심’을 첫째로 꼽았다.

전직 청장들과 가까이에서 근무해온 한 간부는 “김덕중 청장은 취임 때나 1년이 지난 지금이나 한결같다”고 했다. “직원들의 보고를 끝까지 경청한 후 마지막에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다”고 했다.

국세청장이 되면 대부분의 직원들은 ‘당신 최고’라면서 무조건적인 복종을 하게 되고, 이것이 많은 전직 청장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되는 단초가 되었다. 그러나 김 청장은 그가 강조하고 있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을 몸소 실천하면서 직원들로부터 귀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덕중 청장은 지난달 26일 올해 첫 전국관서장회의에서 이청득심(以聽得心)을 말했다. “납세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어려움을 헤아리는 것이야 말로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고 설파했다. ‘납세자가 국세행정의 중심’이라고 했던 작년 취임사를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1년 전의 ‘초심’을 강조한 것으로도 들렸다.

김 청장은 이처럼 ‘한결같음’으로 국민들의 국세청에 대한 신뢰도 서서히 회복시켜 가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취임 2주년이 될 내년 3월 ‘살아 있는’ 국세청 조직의 모습이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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