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연환 전 세무사고시회장.
▲ 지준각 전 세무사회 업무정화조사위원장.

동생들이 먼저 나서니 형들이 그냥 보고만 있으면 영 체면이 말이 아닐 것 같았는지 전직 고시회장 등 선배 고시회원들이 대거 행동하고 나섰다. ‘행동하는 양심정도’라고 표현하면 어울릴까.

지난달 13일부터 시작된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 폐지를 촉구하는 세무사고시회원들의 ‘1인시위’에 김완일 전 고시회장, 김상철 전 고시회장, 이금주 중부세무사회 부회장, 최훈 중부회 부회장 등 간간히 선배 회원들이 참여하면서 후배들의 용기에 힘을 북돋우더니 새해 벽두부터 업계에서 정의파로 소문난 ‘정도회’멤버들이 엄동설한 맹추위도 마다않고 여의도 겨울바람과 맞서면서 고시회의 법사위 ‘압박작전’에 더욱 불을 당기고 있다.

정도회는 전 집행부에서 핵심역할을 맡아오다 정구정 전 회장의 3선에 반대해 의견충돌을 빚으면서 사직과 해임된 임원들의 모임이다. 현재 회원은 9명이다.

이날 정도회 1인시위 첫 주자는 안연환 전 세무사회 연수이사(전 고시회장, 세무사시험 27기). 그리고 뒤이어 지준각 전 세무사회 업무정화조사위원장(세무사시험 19기)과 배형남 전 세무사회 법제이사가 차례로 차가운 여의도의 국회의사당과 맞섰다. 5일에는 백정현 전 감사와 김종화 전 세무사회 부회장이 예정돼 있다. 지준각 세무사는 1951년생 우리나라 나이로 67세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세정일보의 보도를 쭉 보면서 후배들의 고생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나왔다”고 했다.

당초 고시회의 올해 1인시위는 내주 경부터 예상했으나, 이날 정도회가 먼저 솔선수범하면서 전국 회원들에게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전국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나도 1인시위에 참여하고 싶다'는 전화가 고시회 사무국으로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내주에는 부산, 광주에서 개업중인 고시회원들도 1인시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사람들은 힘 있는 세무사회장이 지휘하는 올해가 세무사들의 마지막 자존심인 변호사 시험합격자들에게 자동으로 세무사자격을 주는 정말 ‘희한한 제도’를 없앨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도 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아마 법사위는 넘기 힘들 것이다’라면서 괜히 1인시위를 함으로써 변호사들에게 세무사자격을 자동으로 주는 줄 모르는 일반 국민들에게 선전하는 결과만 낳는다면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렇다고 한 발짝만 더 내디디면 잡힐 것 같은데 손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다는 점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겠다는, 또 정말 자격 없는 시험합격자들에게 공짜로 자격증을 주는 것이 말 안되는 웃기는 현실이라도 알려야겠다는 용기에서 출발한 ‘1인시위’라는 점에서 이 시대의 세무사라면 누구나 박수를 보내는 마음일 것이다.

이날 시위에 나선 안연환 전 고시회장은 “전직 고시회장으로서 또 고시회원이자 세무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1인시위는 열 번이라도 나설 수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반드시 자동자격제도가 폐지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난주에 비해 이번 주는 따뜻한 겨울이라곤 하지만 여의도 찬바람을 두 시간이상 맞아서 그런지 그의 입가는 공꽁얼었고, 몸짓도 오들오들 떨리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같은 정도회 회원인 이창식 세무사와 최정인 세무사가 시위현장을 찾아 커피 한잔을 건네며 격려해주어 힘이 불끈 솟는다고 했다.

이번 국회에서 자동자격 폐지 법안이 통과된다면 아마도 '고시회와 정도회'의 1인시위가 일등공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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