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증여의제', 세수가 제로(0)'라면 과연 조세인가?


19일 한국세법학회, '조세의 숨은 제재로서의 기능' 학술대회
경북대 이동식 교수,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 규정, 폐지 바람직”
주식명의신탁에 대한 ‘증여의제과세’는 과연 조세인가?
무겁고, 다소 느닷없는 이 어려운 명제에 대한 논의가 지난 19일 한국세법학회(회장, 옥무석 이화여대 교수) 하계학술세미나에서 열기를 뿜었다.
주식명의신탁에 대한 증여의제 과세는 ‘상속·증여세법’ 제45조의2에 따라 주식의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경우 주식이 증여된 것으로 보고 명의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1974년 12월 구 상속세법 개정으로 처음 입법되었다. 이후 여러 차례 법 개정이 있었고, 헌재의 재판대상이 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1996년 부동산 명의신탁은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헌재는 1989년 7월 결정에서 조세회피목적 없이 실소유자가 아닌 명의자의 명의로 등기를 한 경우에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즉 명의신탁 자체를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는 이익 혹은 재산의 증여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명의신탁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는 이유에 대한 대다수의 견해들은 명의신탁을 못하도록 하는 ‘제재’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
이날 학술대회의 대주제(조세의 숨은 제재로서의 기능)의 첫 주제발표를 맡은 경북대 이동식 교수가 풀어나가고자 하는 주제의 키워드다.
이 교수는 “현재 학설은 유지론과 폐지론이 팽팽하다면서 유지론은 ‘명의신탁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은 있으며, 이는 입법자가 명의신탁을 증여로 의제해 과세하는 것은 입법재량의 문제로 이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폐지론은 주식의 명의신탁에 대한 증여의제과세가 ‘제재’라면 제제의 일반론에 부합해야 하는데, 명의신탁을 통한 조세회피 자체는 충분히 제재의 대상이 되지만 이는 이미 부당무신고가산세 등 가중적인 가산세의 부과와 조세범처벌법에 의한 처벌 등으로 충분한 것이지, 굳이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의제’로 제재를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자신은 “과세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입법자는 명의신탁이라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현상은 아닌 것이 분명하므로 그것을 억제하기 위해 신탁행위에 대해 중과세, 의제과세를 하여 ‘제재’하는 방법으로 유도할 수 있지만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가 적어도 ‘유도적 조세’로 인정받으려면 재정적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현재 이 과세제도의 입법목적은 명의신탁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써, 이 규정의 입법의도가 실현된다면 세수는 “0”이 된다면서 아무리 유도적 조세라는 형태의 조세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조세제도가 다른 유사한 사회제도와 구별되어 헌법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유도적조세란 재원조달 목적인 ‘국고적 조세’와 달리 납세자의 행위를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세금을 부과·징수하는 경우로써 ‘정책적 조세’라고도 부른다. 입법자가 원하는 일정한 사회질서(기부문화 활성화, 환경보호 등)를 창조해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상증법’ 제45조의 2는 삭제해야 한다”
그는 이어 “주식의 명의신탁에 대해 수탁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을 입법재량으로 이해하는 견해도 있지만 동일한 자산의 명의신탁인데도 부동산의 경우는 신탁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주식은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이 과연 어떤 부분에서 입법재량으로 인정받아야 할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제도가 제재가 되려면 명의신탁을 통해 조세회피를 하려고 한 명의신탁자에게 제재를 가해야지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여러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명의신탁행위를 제재하는 새로운 법을 제정해 부동산명의신탁, 주식명의신탁 등을 과징금이라는 통일된 형식으로, 그리고 과징금이 부과되는 금액결정도 하나의 통일된 기준으로 하여 제재하도록 하고, 주식의 명의신탁에 대한 증여의제 과세를 규정하고 있는 ‘상증법’ 제45조의 2는 삭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필요하다면 명의신탁행위에 대한 조세범처벌법상 처벌내용도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이날 발표를 통해 “‘금융실명법’ 제5조에 따라 차명 금융소득에 대해 90%(지방소득세 포함시 99%)를 세금으로 징수해 가는 것은 국고적 조세라기보다 유도적 조세의 측면이 강하다”면서 “과연 개인 소득의 99%를 국가가 ‘세금’이라는 제도로 징수해 가는 것이 헌법적으로 용납될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제도 역시 주식명의신탁에 대해 증여의제과세를 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입법자는 세수가 ‘0’이 되는 경우를 목표로 하고 있으므로 유도적 조세의 허용한계를 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원제 골프장 중과세도 위헌”
내 친김에 이 교수는 골프장 가운데 유독 회원제 골프장의 이용행위만을 사치행위로 간주해 ‘중과세’하는 현행 제도는 과연 타당한 것인가라는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1회 이용요금이 고가인 골프행위를 사치행위로 간주하고, 그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중과세하는 것은 그 자체가 골프행위를 금지시키는 차원의 제도는 아니므로 유도적 조세로 정당화 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지금처럼 대중골프장이 회원제 못지않게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현실에서 단지 회원제골프장 이용에 대해서만 중과세하는 제도는 회원제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므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결론에서 “세법에 유도적 기능을 부여하다보니 우리의 세법은 재원조달 이외에도 너무 많은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그 결과 세법과 다른 사회제도와의 구분도 모호해져 버린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잘못하다가는 조세제도 본래의 기능인 재원조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유도적 기능을 너무 강조해 세법을 자주 바꾸다보면 국민들은 세제에 신뢰를 주지 않게 되고, 부과된 세금에 대해서도 승복을 하지 못하고 저항을 할 것”이라고 맺었다.
한편 이날 세법학회 학술토론회에는 이태로 서울대 교수, 소순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한만수 이화여대 교수, 이미현 연세대 교수, 오 윤 한양대 교수, 박 훈 서울시립대 교수, 김의석 인하대 교수, 서보국 충남대 교수,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김필종 용인대 교수, 윤현석 원광대 교수,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 김청식 세무사, 차삼준 세무사, 최원두 세무사, 임상엽 세무사, 유철형·조무연 태평양 변호사, 김동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조춘·정동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전완규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백제흠·최정미 김앤장 변호사 등 기라성 같은 조세법 학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학술회의 마지막 섹션에는 백운찬 관세청장이 등장, 이들 오피니언 리드들을 대상으로 관세청의 역할과 운영방향에 대해 열강해 박수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