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조세제도나 국세행정으로부터 납세자들의 권익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조세전문가인 세무사들. 그 세무사들이 모여 만든 회사 형태의 조직인 세무법인. 이들 세무법인들이 뜻을 같이하겠다면서 한국세무법인협회를 만들었고, 이제는 진짜 시작이라면서 지난 14일 재창립을 선언하는 총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 모인 국내 세무법인 대표들은 업계를 주름잡는 내로라하는 세무사들이었다. 김성일 세무법인 택스홈앤아웃 대표,  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 손 윤 세무법인 오늘 대표, 강영중 세원세무법인 대표, 유재선 세무법인 부강 대표, 안만식 이현 세무법인 대표, 최기남 천지세무법인 대표, 최영수 세무법 하나 대표 등 대부분 세무사로서 활짝 성공한 CEO들이었다.

그리고 이날 새로 모습을 드러낸 세무법인협회의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대표들은 30여명을 훌쩍 넘었다. 이처럼 국내의 대표 세무법인 대표들이 함께 모인 것은 지난 2003년경 김성일 세무법인 택스홈앤아웃 대표, 신학순 세원세무법인 대표 등이 주축이 되어 한국세무법인협회를 태동시킨 후 10여년 만에 사실상 처음이었다.

이날 재창립 행사는 태동때의 정신과 맥을 잇겠는다는 점에서 재창립이라는 용어대신 정기총회라는 이름으로 열렸으며, 그동안 세무법인협회를 이끌어왔던 김성일 초대 회장과 이규섭 2대 회장을 고문으로 선출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풀이됐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이날 참석한 그리고 협회 임원진에 이름을 올린 세무법인 대표들은 회장, 부회장 등의 명함을 가진 국세청 고위직 출신들이 아닌 각자의 세무법인을 실제로 도맡아 이끄는 ‘실무형전문가’라는 점이었다. 정치적 조직이 아닌 조세행정의 발전과 납세자권익보호를 위해 조세법의 제?개정 건의 등을 연구하겠다는 협회의 목적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 실무형 세무법인 대표들의 특징은 조세분야에서 만큼은 최고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도 예사롭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3대 회장으로 취임한 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는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에 편중되어 있는 세무사들의 고유업무인 세무조사 대리, 조세불복, 세무컨설팅업무를 세무법인들이 찾아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무에 관한한 최고의 전문가이면서도 명성이 모자라 로펌이나 회계법인들에게 넘겨주어야 하는 조세관련 업무를 이제부터는 빼앗기지 않겠다는 자신감의 표시이면서도 납세자 권익보호에 누가 더 적임자이고, 또 누가 더 전문가인지를 당당히 겨루자라며 회계법인들과 로펌들에게 보내는 ‘선전포고’로도 들렸다.

실제로 이들의 자신감은 허언이 아니다. 이날 협회 총회에 얼굴을 내민 세무법인 대표들은 이름만대면 ‘아 그 세무사’하고 떠올려지는 조세분야에서 한가락 하는 최고의 전문가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속한 세무법인들에는 국세청 출신 고위직들이 대거 포진해 있으면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가 하면 최근 들어서는 전직 국세청장까지도 세무법인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세무법인들의 위상제고에 한몫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협회의 총회를 보고 많은 세무사들은 협회의 역할에 따라 세무사들의 조세전문가로서의 위상이 실질적으로 상승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세무법인협회의 앞길에 장밋빛만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 세무법인들이 납세자들 앞에서 당당하기 위해서는 이런 자신감과 명성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허물은 없는지도 함께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협회도 스스로 밝혔듯이 현재 많은 세무법인들은 개인사무소나 다를 바 없는 ‘무늬만 법인’인 경우가 많고, 특히 명의대여 혐의가 있는 사무소들이 법인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아킬레스건이다. 그리고 세무사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사람들이 세무법인의 우산 아래로 숨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세무법인이 납세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지식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 아닌 탈법을 숨기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실제로 최근 세무사회가 이런 사례에 대해 특별한 정화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정화조사가 확대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세무법인협회가 세무법인 우산속에 숨어든 ‘편법’에 대한 해결책을 시급하게 내놓아야 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부각시키는 사건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가지. 세무법인이 아닌 개인사무소를 운영하는 많은 세무사들의 주장도 있듯이 1인 지점 법인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이나 개선책도 하루 빨리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혹시 세무법인협회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될 수 도 있다는 일부의 색안경을 온전히 바꿔 끼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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