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명이 실종되거나 죽었다. 안산 단원고 학생을 포함해 470여명의 국민을 태운 배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 세월호가 좌초된 지 닷새째에 잠수부 500여명이 동원되는 모습이었다. 왜 하루만에 그렇게 못했을까. 우리는 배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것을 멀뚱히 바라만보고 있었다. 그리고 채낚기어선, 민간 잠수부를 동원하자는 아이디어도 실종자가족들이 낸 것이었다.
우리의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사고초기 우리 정부는 탑승자 통계발표를 다섯 번이나 수정하는 ‘오보’를 냈다. 말 그대로 대형 재난상황에서 컨트롤타워도 그리고 명 지휘관도 없는 한마디로 ‘허둥지둥’이었다.
진도관제센터가 승객들의 탈출 지시를 직접 내리지 않고 선장에게 일임하면서 31분을 허비했고, 침몰사고 발생 42분이 지나서야 해경 구조헬기가 나타났다. 왜 사고초기 해군은 구조작업에 투입되지 않았을까. 우리의 특공대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학생들이 많이 타고 있었던 4층의 우측 선실은 오전 10시가 넘도록 물에 잠기지도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을 지닌 안행부는, 국방부는, 해양경찰은 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물론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이번 비극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그러나...
헌법상 우리의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임무를 지고 있다. 구조활동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사고현장에서 안전을 담당하는 안전행정부의 국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려다 실종자 가족들의 눈총을 샀고, 결국 사표를 냈다고 한다. 안행부 국장이라면 물속으로 잠기는 배위에서 우리의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사투를 벌여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정말 우리의 고위 공직자들은 국민을 졸로 보는 게 틀림없다.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건지기 위해 목숨을 거는 지도자도 없었다. 대통령이 경호실의 만류에도 사고현장을 한번 다녀왔다고 최선을 다한 게 아니다. 국민이 다 죽고 난 다음에 대통령이 무슨 소용이랴. 국민이 죽고 난 다음에 경호가 무슨 소용이랴.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달라고 세금을 낸다.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면서 실종자가족들이 민간잠수부를 동원하는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를 위해 나라를 위해 세금을 기꺼이 내고 싶은 국민이 몇이나 될까. 참으로 암담하다.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내각을 일신하고,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공무원, 자신의 영달보다 국민을, 납세자를 먼저 생각하는 그런 공직자들로 채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대형 참사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또 허둥대면서 금쪽 같은 우리의 아들 딸들을 잃어야 할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