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영의 세정에세이]

'세무조사 광풍'이란 말이 억울하다는 국세청

“이제 세금폭탄이니, 세금광풍이니 그런 말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난 25일 국세청 조사국장이 한 말이다. 또 그는 세무조사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억울하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한다.

 

세정에세이도 최근 국세청 조사국 관계자를 만났다. 그 역시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국세청은 올 상반기에 세무조사를 많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무조사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600여 건 줄었다. 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조사와 건설과 조선, 해운 등의 일부 업종의 대기업도 조사를 줄였다.

 

또 실제로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세무조사 비율도 높지 않다. 법인사업자의 1%, 개인사업자의 0.1%만이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계다. 미국의 1.33%, 0.24%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그런데도 유독 올해 들어 세무조사를 많이 한다고 아우성이고, 그리고 두려움까지 느낄까?

 

국세청은 지난 4월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열어 새 정부 첫해의 국세행정 방향이라며, 지하경제 양성화 및 세무비리 근절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세무조사, 세원관리, 체납징수 등 현장 중심의 세정활동을 강화해 소관 세수 중 노력세수의 비중을 8%이상 수준으로 상향시키겠다고 국민들에게 발표했다.

 

그리고 400명의 인원이 더 보강된 막강한 조사국을 동원해 대기업?대재산가, 고소득자영업자, 세법질서민생침해사범, 역외탈세자 등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이것이 단초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때부터 ‘국세청 00기업 세무조사 착수’라는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왔고, 덩달아 기업들도 ‘세무조사 때문에 기업하기가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토해냈다. 심지어 ‘세무조사 공포에 시달린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한 일이었다. 그러나 시장은 그랬다.

 

“실제 세무조사 건수는 늘어나지 않았는데...”라면서 국세청장이 직접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설득과 이해를 구했지만, 한 번 번진 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국세청 조사국의 한 관계자는 왜 기업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두 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국세청의 세무조사 강도가 지난 2011년부터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국세청이 대기업 세무조사에 나서면 대주주와 계열기업 등 관련인에 대해서도 동시에 조사를 벌였고, 또 대재산가의 경우 본인은 물론 친인척 등이 지배하는 사업체까지 통합 검증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조사 강도가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세무조사 주기상 올해 세무조사를 받는 사람들도 이 조사방식에 의한 조사는 처음일 것이고, 강도 높은 조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

 

두 번째로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 기치를 내세우고 강하게 조사를 벌이겠다는 발표가 심리적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세수 때문에 세무조사를 세게 한다더라’는 풍문과 함께 납세자들의 심리적 불안이 가중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4월 대놓고 세무조사를 확대해 노력세수를 늘리겠다고 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들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부분을 모두 납세자들에게 하소연 할 수도 없고 뭇매만 맞아온 것이 국세청의 솔직한 입장이라는 말로도 읽혔다.

 

어쨌든 지금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세풍(稅風)’은 세금쟁이들에게 징세기술의 바이블로 통하는 경구 ’거위 털을 뽑되 소리나지 않게 하라‘는 콜베르 재상의 금언을 몰랐을 리 없는 국세청의 가벼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업자득인 측면이 없지않다는 것이다.

 

지금 부터라도 소리 없는 조용한 세무조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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