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여간 세무사업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세무사회 신년인사회, 제도창설기념일 그리고 서울과 중부지방세무사회의 신년회?송년회 등 각종 모임을 비롯해 세무사고시회의 행사, 세무대학세무사회, 세무사석박사회 등 각종 임의단체들의 행사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또 괜찮은 세무사들을 만나 세무사로서 가진 고뇌를 들어볼 수 있었고, 그들의 삶의 내면을 살짝 들여다보는 만남을 갖기도 했다. 특히 업계의 지도자들을 뽑는 선거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세무사들은 무엇보다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발견했다.

그 모습은 작년 3월에서 6월 사이에 더욱 확연했다. 세무사회를 발칵 뒤집었던 ‘중임=연임’이라는 세무사회 만의 해석으로 현 회장의 3선도전이 현실화 하면서 많은 세무사들을 분노케 했고, 집단적 반발로 분출되면서 세무사업계 뿐 아니라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 많은 세무사들은 3선의 옳고 그름에 앞서 3선논란 자체가 '조세법률가로 자처하며 먹고사는 세무사들이 다른 자격사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까'를 걱정하는 모습들을 감추지 못했다. 세무사라는 직업이 너무나 부끄럽다며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는 세무사들도 상당했다.

물론 3선회장을 선출하는 투표결과는 3선을 지지하는 표가 많았다. 3선은 부당하다며 목청을 높였던 세무사들은 더욱 고개를 떨구었다. 어떤 회원은 ‘우리 회원들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느냐’며 한동안 술독에 빠져있었다고도 했다. 그만큼 밀려오는 자괴감이 컸던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 회장당선무효소송이 제기돼 있는 점은 별개다.

그리고 세무사들은 2014년 다시 5월을 맞았다. 이번에는 당시 3선반대의 선두에 섰던 김상철 현 서울세무사회장과 이에 도전장을 던지겠다는 임채룡 전 한국세무사회 부회장간의 제11대 서울세무사회장 자리를 놓고 벌이는 한판 싸움으로 5월 한 달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세무사들에게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기 보다는 종합소득세신고업무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노동의 계절’일 뿐 아니라 ‘선택의 계절’로도 불린다. 지난해부터 선거규정이 개정되면서 세무사업계의 정기총회가 6월로 미뤄지긴 했으나 여전히 5월의 세무사업계는 2년 동안 세무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새 지도자를 선택해야하는 뜨거운 계절이다.

회원들은 고객들의 종합소득세 신고업무로 사무실을 지키고 있을 수밖에 없고 이때 후보자들은 일일이 회원 사무실을 방문해 ‘형님-동생’하면서 끈끈한 한표를 부탁한다. 선택을 강요하는 후보자들도 힘들지만 업계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최적의 심부름꾼을 뽑기 위해 제대로 된 선택을 해야하는 회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나를 대신해 제대로 된 심부름을 해줄 지도자는 술자리에서 ‘형님-동생’을 선택하는 그런 기준으로는 어림없는 고난도의 판단과 혜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세무사들은 바쁠 때 후보자들이 회원사무실을 방문한다고 귀찮아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아마도 세무사라는 직업의 자부심과 ‘매력’에서 오는 마음의 넉넉한 곳간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어떤 매력일까?

세무사들은 보통 자기들의 직업을 ‘정년이 없는 직업’이라면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곤 한다. 난해하고 복잡한 조세법과 세금신고업무를 일반인이 접근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조세전문가인 세무사들의 수요는 국가가 존재하고, 기업이 존재하는 한 영원할 것이라는 점 이상으로 그들 자신도 조세전문가로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세무사라는 직업은 월급을 받는 근로소득자도 아니면서 수임거래처를 통해 매월 고정수입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3월(법인세신고)과 5월(종합소득세신고)에는 조정계산서제도를 통해 조정수수료를 별도로 받는다. 즉 최소한 1년에 두 달은 ‘확실한 보너스’가 보장돼 있는 직업이 세무사다. 근로소득자가 아니면서 이처럼 든든한 보너스를 받는 직업은 아마 없을 것이다.

또 있다. 무엇보다 세무사라는 직업은 고객의 사업이 번창해야 덩달아 좋아지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라는 데 공감지수가 높다.

결코 다른 전문직업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전문직은 이웃과의 다툼이 발생해야 금전적 이득과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또 다른 전문직은 인술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이웃들의 건강이 좋지 않아야 경제적 수익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직업은 돈만으로 측정해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경제적 이득이라는 현실을 아예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즉 세무사라는 직업은 고객의 사업이 승승장구 번창해야 수입이 좋아진다는 점에서 고객의 사업이 잘 되기를 기도하는 정말 ‘매력 있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매력적인 자격증을 가진 세무사들이지만 5월은 바쁜 와중에도 업계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선택을 해야하는 고민의 계절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불청객(?)인 차기 지방회장 후보자들의 예고 없는 방문을 받아야 한다. 숙명이다. 하지만 세무사가 가진 직업의 매력 때문인지 대부분 세무사들은 이들을 따뜻하게 환대해 준다고 한다.

아마도 매력적인 직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의 폐지를 막아내야 하고 또 어렵게 따낸 고용산재보험의 사무대행 등도 지켜내야 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 일 것이다.

그래서 2014년 5월도 지난해처럼 아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 후보든 저 후보든 내편, 네편이 아닌 ‘우리편’이라는 생각으로 선전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래야 나중에 서로 웃으면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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