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고인 이름 홍00, 이00, 임00, 김00, 송00. 죄명 뇌물수수 등. 그리고 이들에게 뇌물을 준 ‘M’자로 시작되는 사교육업체 임원 윤00. 이들 6명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법정에 나란히 섰다.
이들 세무공무원 5명은 지난 2009년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00과 00팀에 소속된 팀장과 반장, 소속팀원들이었다. 이듬해 국내에서 잘 알려진 사교육업체 M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담당하면서 이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법정에 줄줄이 불려나온 것. 이들은 대부분 서울국세청 조사국에서 직위 해제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이날 법정에 선 이유는 이랬다.
2010년 하반기경 이 사교육업체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되었고, 팀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 조사팀은 팀장과 반장보다는 조사분야의 베테랑인 정모 차석이 주도권을 행사했다.
실제로 정씨는 M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시점에 직접 뇌물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재판에서 윤씨는 “(정씨가) 먼저 세금이 20억 원 가량 추징될 것 같다. 위에(과장, 국장 등을 지칭)인사도 해야 한다면서 손가락 2개를 폈다. 2천이냐고 했더니 묵묵부답이어서 2억이냐고 하자 그제 서야 고개를 끄덕 끄덕했다”면서 “이 요구를 거부할 경우 조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 염려돼 요구를 수용했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뇌물은 M사에 대한 현장조사가 마무리되고 다른 업체의 세무조사가 시작된 시점에 수수가 이뤄졌다. 여의도의 한 빌딩 지하복도에서 쇼핑백을 받아들었고, 이 돈 중 일부를 이들 팀원들에게 ‘용돈’이라며, 일일이 나눠주었다.
이들이 차석으로부터 용돈으로 쓰라며 건네받은 액수는 각각 300만 원가량이었다. 팀장과 반장은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M사로부터 뇌물을 요구하고 직접 받아 배분한 정씨는 이미 재판을 받고, 6년형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정씨는 재판에서 뇌물을 직접요구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항소심)
이날 이들 5명의 국세공무원들에 대한 재판은 지난 4월 첫 공판이후 두 번째 공판이자 결심공판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선처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반성문과 탄원서 등을 제출하고 최대한의 관용을 바라는 상황.
이에 따라 이들은 이날 재판에서도 이들은 모두 범죄사실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재판부에 뉘우침을 전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한 팀원은 최후 진술을 통해 선배가 주는 돈이기에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뼈저리게 반성한다. 청렴이 요구되는 세무공무원으로서 죄를 짓고 이 자리에서 선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다고 했고, 또 다른 팀원은 눈물을 글썽이며, 최후변론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딸을 둔 어머니 조사관은 차석이 주는 돈이어서 거절하기 힘들었다. 혼자만 돌려준다는 것도 조직에서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승진에서도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 이후 셀 수 없는 반성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딸에게 원망 받는 엄마가 되지 않도록 선처를 해 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이들이 이날 법의 심판을 받기위해 재판정에 선 것은 차석으로부터 건네받은 어쩔 수 없는 돈만이 아니었다. 이후에 세무조사를 진행했던 유명 식품회사 등 다른 업체에서도 여러 차례에 걸쳐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검찰은 홍 모 팀장에게 징역4년 벌금 3200만원 추징금 3200만원, 이 모 반장에게는 징역 3년 벌금 2880만원 추징금 2880만원, 팀원 임모, 김 모 씨에게는 징역 2년 벌금 2300만원 추징금 23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또 송 모 씨에게는 징역 2년6월 벌금 2770만원 추징금 2770만원이 구형됐으며, 이들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윤 모 씨에게는 수사에 협조한 점 등을 감안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구형했다.
“이 사건을 보면 1회성 뇌물수수가 아니다. 구조적으로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 팀 전체가 다수의 세무조사 업체로부터 반복적으로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가 늘 있는 것이 아닙니까”라는 판사의 반문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이들에 대한 선고공판은 내달 19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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