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역삼지역세무사회가 회원사무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실시한 종합소득세신고관련 교육에서 박연종 회장이 회원들에게 직접 책자를 나눠주는 등 안내를 하고있다.
세무사 회원 수 800명. 전국의 세무사 1만 명 중 8%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숫자다. 조세전문가인 세무사들이 한 지역에 이처럼 많은 숫자가 모여 있다는 것은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이다. 서울의 강남 노른자위에 위치하고 있는 역삼지역세무사회 이야기다.
역삼지역세무사회 회원들 중에는 장관 출신을 비롯해 국세청장과 지방국세청장 출신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서기관으로 확대하면 숫자를 헤아리는 것이 무의미하다. 수백 명에 이른다.
솔직히 이곳에서는 세무서장급 출신 세무사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곳이라는 말이 딱 맞는다.
최근들어서는 그 추세가 더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연말 국세청을 퇴직한 고위직들 대부분이 역삼지역의 세무법인들에 둥지를 틀었다. 물론 이 중에는 거대 로펌의 자회사격인 세무법인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국세청 고위직 출신들이 역삼동에서 세무사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자 과거 어떤 세무서장은 “취임 후 국세청 출신 선배들에게 인사를 가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 곳(역삼)에는 고위직 선배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찾아다니지 못하고 한꺼번에 초청을 하여 인사를 한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역삼지역의 회원 수 800명은 2014년 4월말 현재 4700여 서울지방세무사회 회원의 17%에 이르는 수치다. 중부세무사회 2600여명, 부산세무사회 1300여명, 대구세무사회 670여명, 광주세무사회 580여명, 대전세무사회 610여명과 견주면 웬만한 지방세무사회보다 더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지난 2011년에는 지역회장 선거가 치열하게 치러졌다. 현 박연종 회장과 전 세무사회 감사였던 최원두 세무사간의 싸움이었다. 회원 120여명이 참석해 박 현 회장이 78표, 최 세무사가 32표를 얻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처럼 역삼지역회는 전국의 여느 지역회와는 다른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국세청 고위직 출신들, 800여명의 회원 수 그리고 최근 세무사업계에서 제3의 세력으로 불리는 한국세무법인협회도 이곳 역삼지역회에 둥지를 틀었다. 세무법인 협회를 이끌고 있는 주력 멤버들이 속한 세무법인 하나, 세무법인 다솔, 이현 세무법인, 광교 세무법인, 예일 세무법인, 세무법인 오늘, 세무법인 부강 등이 모두 역삼지역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법인들이다.
역삼지역회는 이런 포스가 내재되면서 업계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열리면 후보들이 자신의 연고가 없음에도 역삼동에 선거사무소를 오픈하는 경우도 있다. 소위 역삼동 세무사들과 친근감을 표시하고, 선거운동 또한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 것이다.
또한 역삼지역회는 많은 회원을 거느리면서 지방회에서 하는 회원교육도 활발하게 운영하는 지역회로도 유명하다. 지난 2일에는 회원사무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소득세신고실무 교육을 자체적으로 실시해 회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박연종 역삼지역세무사회장은 “회원들이 필요한 교육을 하다 보니 지역회비를 늦게 납부한 것을 미안해하는 회원들도 있다”면서 “본회에서 지역회장들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지역회장들도 회원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회원들도 세무사회 회무에 관심을 갖게 되어 세무사회가 화합과 단합을 이루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역삼지역회장이 최근 종합소득세신고 간담회를 가진 후 회원들에게 필요한 공지사항을 안내하려다 서초세무서 관계자로부터 마이크를 제지당하는 ‘황망한’ 일을 당해 체면을 구겼다고 한다.
역삼지역회는 100~200명 정도인 그런 지역회가 아니다. 회원이 800명, 그리고 회원들의 직접선거에서 선출된 회장이다. 그런 단체의 회장에게 세무서와 그리고 그 세무서의 해당 공직자의 일처리 자세가 이 정도라면 문제가 있다. 그래서 세무서와 지방국세청 등에서 나중에 박 회장에게 사과를 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박 회장도 대범하게 넘길 모양이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생긴 일 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나중에 멋진 교육으로 보답하면 회원들은 또 고마워 할 것이다. 박 회장의 넉넉한 마음이 부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