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19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당연한 눈물일 것이다. 자신보다 친구를 위해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물이 차오르는 배안에서 필사의 구조를 한 선생님, 그리고 물이 차오르는 배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죽어가야만 했던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어느 누구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대통령의 눈물을 두고 진정성이 있느니, 없느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마디로 퍽도 할말도 할 일도 없는 사람들이지 싶다. 일반 시민으로서도 가라앉는 세월호를 멀뚱히 쳐다보면서도 승객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이 드는데 대통령이냐 오죽할까. 아마도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 찢어지는 아픔이 있을 것이다.
그런 대통령이 사고와 관련한 담화를 발표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대통령은 감정도 눈물도 없는 로봇이 아니다. 앞으로도 우리 대통령은 슬프면 울고 기쁘게 웃는 그런 생활 속의 친근한 대통령이었면 좋겠다.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에겐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네 서민들에겐 그런 대통령이 훨씬 좋아 보인다.
◆ 또 다른 눈물…뇌물 뒤의 눈물
그리고 기자는 또 다른 눈물을 보았다. 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재판정에 선 세무공무원들의 눈물이었다. 한순간의 판단착오로 선배가 준 돈다발을 받은 죄 값에 대한 통한의 눈물이었다. 지난 16일 잘 나가던 세무공무원(서울국세청 조사국 소속) 5명이 나란히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정에 선 것.
이들은 한결같이 “깊이 반성하고 있다. 뼈저리게 반성한다. 청렴이 요구되는 세무공무원으로서 죄를 짓고 이 자리에서 선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다”면서 죄를 뉘우쳤다. 그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최후변론조차 잊지 못하는 국세공무원도 있었다. 또 딸을 가진 어머니 조사관은 셀 수 없는 반성을 하고 있다. 사랑하는 딸에게 원망 받는 엄마가 되지 않도록 선처를 해 달라며 흐느꼈다.
또 우리는 금년초 전직 국세청 수장들의 흐느끼는 눈물을 목도했다. 그들은 1심에서도 선처를 호소하며 눈물을 흘렸고, 그리고 지난 1월 항소심에서도 한없는 눈물을 흘리며 반성과 참회의 눈물을 판사에게 보여주었다.
2006년 6월. 국세청장에 지명되면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던 시점에 CJ그룹으로부터 3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이 뇌물을 수수하는데 심부름을 한 혐의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은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에 대한 항소심에서였다.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대부분 국세청 후배들에게 미안하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며 울음을 터뜨렸고, 달구똥 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허병익 전 차장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야기한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정말로 어리석었고 잘못되었다는 점을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한다. 고향에 내려가 모든 것 내려놓고 팔순 노모를 모시면서 지역사회에 조용히 봉사하면서 살고 싶다”면서 선처를 호소했고,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들의 눈물이 그들에게 선고된 형량에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재판정에서 이들이 눈물을 흘릴 때 비춰진 반성은 진심으로 느껴졌다.
우리는 언제쯤 회환의 눈물을 흘리지 않고, 웃음꽃 넘치는 대통령과 국세공무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