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무사회 선거관리규정 두 번째 개정…경기도중 ‘게임의 룰 변경’ 비판
서울회 선관위장 본회 상임이사회서 “후보등록 후 전체선관위 개최 안해”
본회, “지방세무사회 선거관리사무의 ‘공정성?중립성’ 제고위해 불가피”
내달 12일 치러지는 제11대 서울세무사회장 선거전에 큰 문제가 생겼다. 아니 종이장처럼 마구 구겨져 버렸다.
지키려는 자(김상철 후보)와 빼앗으려는 자(임채룡 후보)의 치열한 신경전의 제1탄 선거홍보물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급기야 본회에 유권해석 요청으로 이어졌고, 본회는 ‘유권해석으로 인한 또 다른 분란을 차단하겠다’라는 명분을 내세워 아예 선거관리규정을 개정해 버리는 강수를 두었다.
그런데 이 강수가 ‘본회가 특정 후보의 편을 든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으면서 본회가 체면을 구겼다.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게임의 룰’을 바꾸느냐는 맹렬한 비판이었다.
이 룰은 선거홍보물을 3일 먼저 발송하느냐, 아니면 늦게 발송하느냐의 문제였다.
서울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초 각종 선거홍보물을 5월 26일에 발송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계획을 29일로 늦추겠다고 했다. 선거관리규정에는 선거일 14일전까지 발송하면 된다고 규정돼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29일이 딱 14일전의 그날 이었다. 그리고 양 후보간 선거홍보물의 표현을 둘러싼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점도 홍보물의 발송을 늦추게 된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도전자의 홍보물에 상대후보 측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후보 측의 말을 빌리면 정책보다는 ‘허위사실과 비방’하는 내용이 많이 들어있었다고 했다. 여기서 양 후보가 밀고 당기기를 해온 ‘비방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그러나 도전하는 후보 측에서는 “무슨 소리냐. 모두 사실이다. 사실을 적시한 것 뿐인데 이를놓고 삭제하라고 하면서 ‘29일 발송하겠다. 삭제하지 않으면 발송하지 않겠다’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면서 반발했다고 한다.
도전하는 후보 측에서는 29일 발송될 경우 종소세 신고가 끝나고 6월초에는 대부분 세무사들이 휴가에 들어간다는 점 등에서 자칫 회원들이 후보의 공약과 소견문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는 상황까지도 예상되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한다. 또 후보자 등록 후 회원들에게 후보등록 사실을 공지해야 하는 절차를 빠뜨려 회원들이 어떤 후보가 출마를 했는지조차도 모르고 있다는 데서는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도전자 측은 본회에 선거공보물의 발송과 관련한 유권해석과 아예 선거규정을 개정해 달라고 건의했다고 한다.
이에 세무사회는 5월 23일 상임이사회와 이사회를 잇달아 열어 선거홍보물 발송은 선거 17일전까지로 개정해 버렸다. 26일발송이냐, 29일발송이냐에 대한 논란을 26일 발송으로 아예 선거규정에 못을 박아버린 것. 그리고 개정 규정의 적용도 이번 선거부터로 부칙에 명시해 버렸다. 시행시기를 소급적용한 것.
그러자 이번에는 서울회 선관위와 재선을 노리는 후보 측에서 한창 선거가 진행 중인데 본회가 개입해 선거의 룰을 바꾸고 그것도 소급적용까지 하느냐며 본회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서울회 선관위는 개정된 선거관리규정에 못 박은 선거일 17일전 선거홍보물 발송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 시간상 개정된 규정을 따르기가 힘들었던 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세무사회 본회가 ‘명령’한 26일 선거홍보물의 발송규정을 지키지 못한 것.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현 회장측이 유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 다녔다.
그러자 지난 28일, 도전하는 후보 측에서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면서 세무사회관에서 ‘피켓시위’를 벌였고, 한국세무사회장 집무실을 항의 방문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서울회 선관위를 믿지 못하겠다’면서 아예 선거관리 사무를 본회에서 맡아달라고 요구했다.
피켓시위 후 업계에서는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랬을까’라는 이야기도 나왔고, ‘서울회장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본회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라는 지적도 나왔다. 물론 이런 지적은 전자는 임채룡 후보 측에서 나왔고, 후자는 다른 쪽에서 나왔다.
그리고 세무사회는 임 후보 측의 항의를 받아들여 29일 임원 등 선거관리규정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은 경기도중 룰의 변경은 아니었다. 아예 ‘심판을 바꾸겠다’는 선전포고로 읽혔다.
이날 개정된 임원등선거관리규정은 모두 5가지였다.
첫째, 지방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가 회칙과 임원등선거관리규정 등의 회규를 준수하지 않고 선거관리사무를 진행하거나 선거사무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상실해 후보자가 본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관리사무를 수행하도록 요청하는 경우 본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방세무사회 선거관리사무를 수행하도록 함.(제2조 제3항)
둘째, 선거에 입후한 후보자에 관한 정보를 회원들이 알 수 있도록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입후보자 등록 마감일 다음날까지 후보자 등록현황을 회원들에게 통지하도록 하여 회원의 알권리를 보장하도록 함.(제7조의2 제5항)
셋째, 현직 임원이 입후보등록을 한 경우 현 직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방지하여 선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입후보자 등이 임원 등의 신분으로 회원들에게 회무와 관련된 공문, 문자 등을 발송할 경우에는 그 공문 및 문자 등에 그 임원 등의 성명을 기입하는 것을 금지함.(제9조의2 제2항 제8호)
넷째, 후보자가 지방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사항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본회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하도록 하고, 본회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시까지 지방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 결정에 대한 효력을 정지시키고 그 구제절차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강행규정을 두어 지방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의 불공정한 선거관리 및 결정으로 부터 후보자 등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함(안 제18조)
다섯째, 기간계산의 명확성을 기하기 위하여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민법 규정을 따르도록 함.(안 제18조의2)
이 내용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울세무사회장 선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명확하고, 이날 세무사회가 밝힌 개정이유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개정이유다.
세무사회는 이날 선거관리규정을 개정하면서 “지방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가 회칙과 임원등선거관리규정 등의 회규를 준수하지 않고 선거관리사무를 진행하거나 선거사무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상실하여 선거관리사무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지방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의 직무를 정지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본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방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 업무를 수행(대행)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사항에 대해 이의신청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지방세무사회 선거관리사무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제고하여 입후보자 등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무사회는 곧바로 개정 선거관리규정을 상임이사회에 상정했다.
그리고 현재 서울회 선거관리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신목근 위원장을 상임이사회에 출석시켜 서울회장 선거와 관련해 절차상의 논란에 대한 문답을 받았다.
문답에서 세무사회는 ‘(서울회 선관위가)후보자 등록 후 전체선거관리위원회를 개최한 적이 없다. 규정에도 없는 상임위원회를 만들어 4명의 상임위원이 대부분의 선관위 결정을 해왔다’는 등의 일부 부적절한 선거관리 사무행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개정안은 상임이사회에서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세무사회 역사에 이런 일은 없었다. 지금도 선거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룰을 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 안건은 철회되어야한다. 이렇게 하루 만에 졸속으로 하면 되느냐...”는 반대의견은 딱 두 사람이었다. 한 명은 김상철 서울회장이었고, 또 한 명은 의결권도 없는 감사의 발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발언은 허공의 메아리였다.
상임이사회 결과는 반대: 없음, 기권: 2명, 나머지는 모두 찬성이었다. 곧바로 열린 이사회 결과도 비슷했다. 반대: 1명, 기권: 2명, 나머지는 모두 찬성이었다.
이로써 세무사회 역사상 ‘지방세무사회 선거관리권의 본회 회수’라는 초유의 사태가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어떻게 될까. 그리고 차기 서울회장에는 어떤 후보가 당선될까. 당선자에겐 그 왕관의 무게가 너무도 무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