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가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지금 정치권에서 ‘증세’를 하자는 말이 난무하고 있다. 법인세가 ‘타켓’이다. 순자산증가설에 근거한 이중과세라는 지적을 받기도 하는 그 세금의 세율을 더 올리자는 것이다. 아마도 지난해 정부가 걷기로 한 법인세수를 다 채우지 못했기 때문인 점도 크게 작용한 듯하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부족한 세수 구조 해결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법인세를 정상화하자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거기에 여당 인사들도 살짝 동조하는 눈치다.
지난해 법인세가 세입예산 만큼 걷히지 않은 이유가 세율이 낮아서인가. 아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이다.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아서이다. 그런데 세율을 올린다고 세금이 더 걷힐까. 물론 올해 만큼의 실적을 유지해 준다면 세율이 오른 만큼 세금은 더 걷힐 수 있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지고 기업 실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세율을 올리다고 해도 법인세는 더 걷히지 않는다.
법인세를 더 걷을 수 있는 길은 무조건 법인(기업)들이 이익을 많이 내야한다. 그렇다면 법인들이 어떻게 실적을 많이 올릴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게 먼저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그것이 아니라 세율을 더 올리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쥐어짜자는 것이다.
왜? 복지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 일 것이다. 복지를 줄이자고 하면 표 떨어질 것이 자명하니 애꿎은 법인세를 올리자고 하는 것이다. 다분히 정치적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복지를 줄이자는 말도 나온다.
복지를 줄여서도 안되고 법인세를 인상해서도 안된다. 먼저 예산 지출의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국민들이 연말정산 몇 푼 더 못 가져간다고 반발하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의 세비를 슬쩍 올리고, 또 정당에 국고를 연간 수백억씩 쏟아 붇는 부당함에 대해 화가 난 것이다.
내가 낸 혈세가 4대강에 퍼 부어지고, 자원외교 한다고 뭉텅뭉텅 다른 나라에 갖다 바치는 그런 지출을 구조조정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종교인의 소득에도 과세하고, 서화골동품에도 과세하고, 자본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고 난 뒤에 증세를 해도 늦지 않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법인세를 올리기전에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그것도 국내에 투자를 할 수 있게 규제를 개혁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 아니다. 알면서도 정치적 스탠스 때문에 모른 척 하는 것일 것이라고 본다.
굴지의 대기업들이 외국에 지으려는 공장을 왜 국내에 짓게하지는 못할까를 고민하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면 일자리도 생기고 기업의 이익도 늘어나고 법인세도 늘어나게 된다.
왜 없는 살림을 더 팍팍하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물론 법인세 인상론의 근저에는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무지와 표풀리즘이다. 법인세를 누가 내는가? 법인(기업)이다. 그 법인의 구성요소는? 주식회사는 주주들이 구성원이다. 그렇다면 법인세는 주주들이 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법인세는 부자기업(흔히 재벌)들이 내는 것으로 착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무식하게 ‘재벌세’라고도 한다. 전형적인 국민들을 호도하기 위한 포퓰리즘적 발언이다.
대한민국의 세법학자들이 법인세의 실질적 부담 주체가 주주, 근로자, 납품업자, 소비자중 누구인지를 연구해 왔지만 아직 주주라는 확실한 결론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주주도 대주주와 소액주주 등 다양하다. 법인세를 올리라고 하는 근저에는 오너 즉 대주주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기업들은 법인세를 줄이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 이자는 비용으로 간주돼 법인세 감면대상이기 때문이다. 자원배분의 왜곡현상인 것이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아예 법인세를 폐지하고 소득세와 통합하자고도 한다. 법인세는 정말 어려운 문제다.
그리고 또 한가지. 법인세는 이중과세라는 문제도 안고 있다. 이 또한 아직 학계에서조차 정리되지 않은 사안이다. 이런 문제를 방치한 상태에서 무조건적으로 법인세율을 인상하자고 하는 것이 과연 정의에 부합하는지도 따져야 한다.
솔직히 법인세를 내리면 투자가 늘어나고, 올리면 투자가 줄어든다는 주장들이나, 또 다른 나라들이 법인세를 올리고 내리기 때문에 우리도 거기에 맞추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은 부차적인 문제인 것이다. 핵심은 법인세는 전적으로 재벌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1500년대 영국의 일이 생각난다. 양모 값이 오르자 지주들은 서민들이 경작하던 밀밭을 모두 양떼목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자 서민들은 하루 아침에 일터를 잃었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 꼴이다. 왜 대기업들이 외국에 공장을 짓는가? 규제 문턱과 세금의 무게도 그 이유에 포함돼 있다. 증세는 일하려는 의욕을 꺾는 일이다. 즉 일터를 뺏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연 누구를 위해 증세를 하려는 것인가. 나중에 살짝 국회의원들의 세비를 올리기 위한 수순이 아니라면 당장 증세라는 말을 집어삼켜야 한다.
솔직히 법인세를 폐지하고 소득세로 통합해야 한다는 조세학자들의 말이 더 맞다고 본다. 차라리 증세를 하려면 부가가치세를 올리자고 하는 게 더 '정치가다운' 발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