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일각, “위헌소지 헌재에 물을거면 국회 ‘입법조사처‧전문위원’은 왜 있나?”

변호사 세무대리 업무 허용범위를 골자로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 3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는 3월 임시국회(지난 16일)에서 마무리 짓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며 반대표에 처리되지 못했다.

국회가 법안심사를 만장일치 통과로 넘기기 때문일까.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데 헌재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면서 사실상 입법기관이 입법권한을 포기하고 사법부에 그 권한을 넘기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세무사법 개정안을 수차례 논의했으나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자, 그렇다면 앞으로 모든 법을 개정할 때에 헌재에 의견을 물어보고 해야 하는 선례가 생기겠다며 나오는 우스갯소리다.

실제로 헌재에 물어보고 개정안을 통과시켜야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국민들은 국회의 기능을 믿지 못하고 헌재에만 매달리면 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조세소위 자리에 국회 전문위원을 앉힐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을 불러앉혀놓고 위헌여부를 따져가며 법을 통과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형수 의원이 계속해서 지적하는 ‘위헌소지’에 대해 국회 전문위원은 “기존 법률이 왜 위헌이 났는지 헌재 판결을 보면 ‘(중략)이들에게 허용할 세무대리의 범위, 대리권한을 부여하기 위하여 필요한 구체적인 절차와 내용은 세무대리에 필요한 전문성과 능력,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입법자가 결정해야 될 사항’이라고 돼 있어 입법자가 결정하면 전면적 금지가 아니므로 위헌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일정 부분 제약하고 나머지 부분은 허용하는 안은 입법 결정자의 허용 범위에 들어간다고 보고 저희는 위헌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걱정이 없다”고 밝혔다. 나머지 다른 소위원들도 이에 공감해 20대 국회 개정안의 내용을 존중에 통과시키도록 하자고 합의가 이루어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전문가의견을 청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못하자 결국 헌재에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는 이야기마저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여기가 도대체 입법부인지, 사법부인지 알 수 없다’, ‘국회가 아니라 헌재에 매달리면 법개정할 수 있다’,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소송은 변호사에게, 세무도 변호사에게, 위헌은 헌재에게, 법개정도 헌재에게냐’는 자조섞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소위에서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소위 만장일치 통과는 13대 국회부터 시작된 관행에 의한 것으로, 한명만 반대해도 통과가 안 되기 때문에 ‘식물국회’를 만드는 관행이라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렇다면 국회는 왜 관행을 지켜오고 있는 것일까. 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때 모두가 합의해 잡음을 없애기 위한 것인데, 세무사법 개정안을 기재위에서 모두가 합의해 넘긴다 하더라도, 힘들게 통과시킨 개정안의 합의가 또다시 뒤엎어질 수도 있다.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권이 있는 법사위원 중 한 명이 반대한다면 사실상 통과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세무사법 개정 움직임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헌법재판소가 2018년 4월, 2004~2017년 사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에게 허용할 세무대리의 범위는 입법자가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2019년 말까지 입법시한을 두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정부는 헌재 결정에 따라 세무사법 개정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초 기재부는 2018년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착수했는데, 장부작성 대리 및 성실신고 확인업무를 제외하고 개정안을 냈으나, 법무부가 ‘직업선택의 자유 등 침해소지가 있다’면서 반대하고 나서자 계속해서 개정안을 내놓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의원입법으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20대 국회에서는 법사위가 반대해 통과되지 못했고, 21대 국회에서는 기재위에서 위헌성 문제로 반대에 부딪히며 헌재가 정한 입법시한을 놓치면서 세무사 등록조항이 사라지는 ‘입법공백’ 사태가 시작됐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변호사에게 세무대리를 전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세무사 업계에서는 ‘전문적인 세무회계 지식이 필요하므로 장부작성과 성실신고 확인업무는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무려 3년간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세무사법 개정안은 작년 11월 24일, 21대 국회 첫 세무사법 개정안 논의에서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입법자 결정사항이더라도 본질을 침해하면 다시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반대했고, 지난 2월17일에도 위헌 가능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또다시 반대했다. 3월 16일에는 세무사회와 변협이 각각 선임한 전문가 4명을 초청해 의견을 들었지만 여기서도 합의되지 못하고 또다시 법안 논의는 4월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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