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장관으로 영전했던 역대 국세청장 역사 다시 이어나갈지 ‘주목’
작년 8월, '퇴임식 아닌 이임식’으로 명명 새 공직 주어질 것 관측 낳아
LH 신임 사장 공모에 김현준 전 국세청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세청장의 ‘국토부 영전行’의 역사가 다시 쓰여질지 주목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 6일 신임 사장 재공모 지원을 마감했으며, 김현준 전 국세청장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준 전 국세청장의 LH 사장 지원 소식은 업계를 바짝 긴장하게 하고 있다. 그동안 김현준 청장이 부동산 경제검찰이라고 불릴 만큼 부동산 세무조사에 어마어마한 실적을 쌓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정일보가 김현준 국세청장의 취임 후 1년간 부동산 기획조사 건수를 분석한 결과, 취임 1년 만에 1799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이는 전년 대비 2.9배가 증가한 ‘고강도 부동산 기획조사'였던 것이 확인됐다.
부동산 탈세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는 물론, 미성년자, 30대 이하인 사회초년생, 고가아파트 취득자에 대한 현금흐름 전수분석, 고액 전세입자 종합분석, 부동산업 법인 및 다주택 임대업자 신고내용 검증, 부동산거래탈루대응 전담TF 신설 등 그가 쌓은 업적만 하더라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국세청과 LH는 과거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관계가 깊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1962년 대한주택공사로 발족해 대한민국 최초로 아파트단지 건설과 주택단지조성 사업을 시작해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통합하면서 현재의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됐다.
LH의 주무부처는 ‘국토교통부'다. 과거 국세청장이 국토부 혹은 LH 사장으로 영전한 사례가 적지 않다. 1973년 취임한 3대 고재일 국세청장이 78년도에 퇴임 직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영전했고, 4대 국세청장인 김수학 국세청장은 한국토지개발공사(현 LH)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역사 속 국세청장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되거나, 주무부처가 국토교통부인 LH의 수장으로 임명되어 왔다.
또한, 7대 서영택 국세청장도 건설부 장관으로 영전했고, 8~9대 국세청장인 추경석 청장도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그동안 국세청장이 국토부 장관으로 영전한 것은 국세청장을 역임하면서 부동산 세무조사, 공시지가 고시 등 업무적으로 ‘전문성'이 인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부 역대 국세청장들이 ‘세풍사건’과 같은 정치적 사건들에 연루돼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지 않았더라면, 과거로부터 이어져오던 ‘건교부 영전 코스’는 현재까지 이어져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임채주 청장이 세풍사건, 안정남 청장이 건교부 장관으로 영전했으나 부정축재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23일만에 사퇴하는 등 역대 청장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고, 국세청장이 청와대 하명을 받아 정치적으로 움직인 사건들이 수면 위로 올라서기 시작했고, 딱히 전문성이 두드려진 것도 아니다라는 여론 등이 맞물리면서 이같은 국세청장들의 장관행 혹은 국토부 관련 위치로 자리를 옮기는 길이 막혔다.
그렇기에 그동안 국세청장의 국토부장관 혹은 LH 사장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더더욱 ‘정치적'이라는 의심도 깊었다. 청와대의 하명에 따라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비정기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청 조사4국이 전국에 있는 기업체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를 교차조사라는 명목 하에 실시해왔다면, 대통령으로서는 정권의 많은 비밀을 알고 있는 국세청장이 퇴임해서도 국세청에 영향력을 미치면서도 정권에 충성할 수 있도록 배려(안기부장 행)를 해야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김 전 청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검찰 역할을 했고, 최연소 국세청장의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나 갑작스럽게 1년 만에 교체(통상 국세청장은 2년간의 임기를 채운다)되면서 세정가에서는 그가 최단명 국세청장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게 아니냐며 뒷말이 많았다. 그가 무슨 잘못을 했는가? 혹은 음해가 있었나? 모두 ‘아니올시다'였다.
물론 국세청 역사상 최단명 국세청장은 성용욱 전 청장이다. 재임기간 중 부인 서 모씨가 세금감면 청탁명목으로 2900여만원을 받은 사실(무혐의 처분)이 알려지며 9개월만에 불명예 퇴진했는데, 이처럼 특수한 상황의 불명예 퇴진을 제외하고 별 문제 없이 국세청장직을 수행하고 있던 김현준 청장의 교체소식은 ‘최단명 청장이 아니냐'는 말과 함께 세정가의 아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또한, 백용호 전 국세청장(18대)의 재임기간도 1년으로 짧은 편에 속했지만, 이는 이전 청장의 비리 문제로 오랜 기간 공석이던 국세청장직에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장관급 인사였던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을 차관급인 국세청장에 앉히며 국세청의 개혁 특명을 받고 온 만큼 1년간의 고생을 뒤로하고 자리를 옮기는 것에 그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았다.
김현준 국세청장은 역대 국세청장 중 최초로 차기 국세청장 취임식날 이임식을 갖기도 했다.(역대 국세청장은 퇴임식 다음 날 차기 청장의 취임식을 행했다.) 또한 그의 퇴임은 퇴임식이 아닌 ‘이임식’으로 명명되면서 공직의 마지막이 아니라 또다른 공직으로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았었다.
최연소 국세청장이자,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세무조사의 칼날을 휘둘러온 김현준 국세청장이 이번에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LH의 신임 사장이 되어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능력을 십분 발휘할지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LH직원들의 땅 투기사건의 책임을 지고 109일만에 물러나는 등 역대 3번째 단명 국토부 장관으로 기록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