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을 벼랑 끝에 서게 한 원인으로 국세청이 실시한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있었다. 당시 관할 지방청인 부산국세청이 아니라, 기업들의 저승사자로 불린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나서서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등 국세청이 ‘정치적 세무조사’를 펼쳤다고 지목되었다.
이후 국세청은 세무조사 결과를 토대로 박연차 회장을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씨와 박연차 회장을 구속하는 등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를 이어갔다. 그리고 그 조사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몬 단초를 제공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시간이 흘러 고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국세청의 적폐청산이라는 명목으로 ‘국세행정개혁 TF’를 꾸리게 했다. 과거 국세청이 실시한 세무조사 중 법과 원칙에 따르지 않고 정치적으로 실시한 조사가 있었는지 확인한 결과, 태광실업의 표적 세무조사는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자 대검 중수부가 폐지된 것처럼 ‘서울청 조사4국도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어왔고, 국세청은 결국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고 서울청 조사4국의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개혁TF가 발표한 5건의 조사권 남용 사례로는 문제의 00기업(태광실업 추정), 연예기획사, 컨설팅업체 등이 선정됐고 조사연도는 2008년, 2011년, 2015년 등 비교적 최근까지도 정치적 세무조사가 이루어져왔던 것이다.
당시 본청 조사국장과 서울청 조사4국장을 맡은 이현동, 임환수, 한승희 조사국장과 같이 추후 국세청장까지 오르게 된 이들도 다수 있었다. 한승희 전 청장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첫 국세청장으로 임명되며 인사청문회에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오해가 있는 세무조사가 있었다면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조세목적 외에 어떤 다른 요인이 개입되는 세무조사나 국세행정 집행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약속하기도 했다.
그렇게 감사원이 교차세무조사의 운영실태 및 개선방안에 대해 감사를 했지만, “국세행정개혁TF의 점검 결과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나타난 OO주식회사(태광실업 추정) 교차세무조사 사례의 경우 조사대상자를 선정한 부산지방국세청이 선정검토표 및 분석보고서를 보관하고 있지 않아 선정 과정이 적정했는지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제대로 된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채로 종결됐다. 태산명동 서일필이었다.
곧바로 국세청은 서울청 조사4국의 현장 조사 인력 15명을 정기조사 부서로 이동시키면서 약 200명의 조사요원의 8%를 감축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찔끔이었다. 그리고 그 조사4국은 여전히 건재하고, 센 힘을 발휘하고 있다.
과거 국민들이 국세행정의 신뢰도를 땅에 떨어트린 ‘세풍사건’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세무조사’는 더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이토록 적폐청산을 위한 개혁TF가 과거 문제를 점검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장치를 계속해서 두게 했다.
그러나 정치적 세무조사라는 것은 여전히 애매모호한 경계선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 강남권 투기지역에 대한 집중 세무조사에 나선 것, 자영업자 소상공인에 대한 세무조사 면제 대책 역시 누구는 세무조사를 하고, 누구는 하지 않는다며 정치적으로 세무조사권을 남용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클럽 아레나, 신천지 이만희 등과 같이 사회적 이슈가 있는 곳에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것은 국세청의 해야할 일로 분류되고 있으나 정치적 조사로 오해받을 수 있기에 더욱 조심해야만 한다.
결국 그 당시 정치적 세무조사를 진행한 이들은 퇴직 등을 이유로 아무런 사과 없이 끝나면서 사실상 국세청에 면죄부가 쥐어졌고, 국민들은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국세청은 교차세무조사 실시에 대해 본청이 각 지방국세청에 시달하는 납세자 탈루혐의를 분석한 지원자료 등의 작성근거를 명확히 하는 등 기록관리를 강화하고, 기존에 선정검토표와 분석보고서를 기록물로 등록·관리하지 않았던 점을 개선해 이를 등록·관리하도록 지도·감독하고, 세무조사 관리지침의 보존기간을 국세청 기록관리기준표에 맞도록 개정했다.
또한, 세무조사를 받는 조사대상자의 주변인까지 세무조사를 진행할 경우에 선정검토표 및 분석보고서를 작성하고, 전산에 세무조사 이력을 입력하는 등 기록이 누락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며, 합병법인과 피합병법인의 동시조사 시 세무조사 관할을 명확히 하도록 승인을 받도록 했다.
‘지역연고 기업’이라는 사유로 실시된 교차세무조사의 경우 형식적 요건에 따라 교차조사를 결정짓는 것이 아닌, 사주의 대외경력, 언론보도, 금품제공납세자 여부 등을 기재해 공정한 세무조사의 필요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보완키로 했다.
또한, 이와 함께 세무조사 대상 업체를 선정하면서 자의적인 선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막고자 사전검증 절차를 도입키로 하는 등 세무조사 관련 규정들을 정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