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국세청은 세무조사 등 개혁에 동력을 쏟은 것으로 대변된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의 업무환경에도 많은 변화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 국세청의 인사행정은 어떻게 운영되었을까. 많은 국세공무원들이 수긍하는 그런 인사였을까. 그리고 국민에 대한 무한 봉사자라고 하는 중앙부처 공직자들이 해야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국세공무원들이 요구하고 부르짓는 ‘복지’는 어떤 것들이 바뀌었을까를 살펴봤다.
인사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문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는 민주당 정부’라고 공언하면서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려온 ‘호남 출신'들이 대거 요직에 배치되면서 대세 이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정치인들이 갈라놓은 영‧호남이라는 지역적 문제가 공직사회에도 그대로 투영되면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민주당쪽 사람들이 요직으로 배치되고,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으면 영남사람들이 요직을 점유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들이 승진하거나 할 경우 국민들에게 ’이 자리에 적격인 이런 분을 선발했습니다‘라고 보고하는 인사명령과 프로필에 출신지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공직사회에서의 만큼은 이런 지역적 문제를 해소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는 내 사람의 출신을 숨기고 당당하지 못하게 자리에 임명하기도 하는 일부 역작용을 불러오는 사례도 있었다.
어쨌든 국세청도 민주당 정권 아래에서 즉시 호남출신들이 승승장구하는 시대를 구가했다. 문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국세청장은 한승희 서울국세청장이 올랐다. 그리고 2인자인 차장에 서대원 차장이 임명됐다. 한승희 청장 후임으로 국세청장 물망에 올랐던 서대원 차장이 갑자기 물러나면서 호남출신의 이은항 차장(전남 광양)이 10년 만에 호남 출신 차장으로 발탁됐다. 뒤이어 문희철 차장도 전북 고창 출신으로 호남지분으로 불리며 차장직을 지냈다.
서울청장의 경우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 봉태열 청장(전남 장성) 이후로 16년 만에 김희철 서울청장(전남 영암)이 임명되는 역사를 새로 썼으며, 이어 전임 김현준 서울청장(경기 화성)후임으로 김명준 서울청장(전북 부안)도 호남 출신으로 임명되었다.
중부청장도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에서 왕기현 중부청장(전북 남원) 이후로 11년 만에 호남 출신이 중부청장으로 앉을 수 있었다. 이준오 청장(전북 고창), 그리고 현 중부청장인 김재철 청장도 전남 장흥 출신으로 호남인맥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된 인천지방국세청 역시 초대 청장은 호남출신으로 임명됐다. 최정욱 초대 인천청장(전북 남원), 그리고 현 이현규 인천청장도 호남(전북 남원) 출신이다.
한편 대전지방국세청의 경우 지난 2009년 김영근 청장 이후로 호남 출신 청장은 임명된 바가 없다. 각 지역 출신자들로만 구성되는 대구청과 광주청, 부산청 등의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 전혀 다른 지역의 인사가 임명되는 등의 특이사항은 없었다. 공교롭게 부산청은 부산 출신보다는 타지역 출신들이 더 많이 임명되는 중립지대화 됐다.
이렇듯 문재인 정부의 국세청 인사는 호남출신자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국세청의 세무조사 칼날을 쥐고있는 조사국장의 경우 김대중 정부 이후 처음으로 15년 만에 호남 출신 조사국장이 탄생해 정권교체의 후광을 톡톡히 누렸다. 당시 예상을 뒤업고 전북 고창출신의 이준오 조사국장이 임명되면서 호남출신 조사국장 시대를 열었고, 서울청장을 지낸 김명준 씨도 호남출신 이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초기 7급공채들의 중용도 눈에 띄었다. 7급공채 출신의 오덕근 전 인천국세청장이 본청 운영지원과장에 발탁되면서 중부청 조사1국장을 거쳐 인천지방국세청장으로 승진하며 지방청장의 자리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7급공채 출신이 지방청장을 했던 것은 2011년 이병국 서울청장, 2014년 이학영 중부청장, 2014년 안동범 대전청장, 2017년 윤상수 대구청장, 2016년 한동연 광주청장, 2013년 이승호 부산청장 등으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처음으로 기록됐다. 이렇게 7급 공채 출신이 떠오르나 싶었지만, 이후 7공 출신들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같은 시기 김동욱 과장이 본청 징세과장과 소득세과장 등을 역임했지만 부이사관 승진을 앞두고 교육원으로 전보되면서 아쉬움을 남겼고, 윤종건 서울청 징세관도 부이사관으로 승진한지 오래되었지만 무슨일인지 고공단으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국세청은 7급공채와 세대 등 비고시보다 행시 위주의 인사가 이뤄지면서 국세청 구성원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고시들에게는 열심히 일만하면 나도 고위직이 될 수 있다는 꿈과 희망보다 고시원에서 법전과의 싸움을 벌여야 승승장구 할 수 있다는 시그널로 읽히며 많은 이들이 좌절을 하기도 했다. 비고시 고위직의 희망사다리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강민수 대전청장의 경우 1급 승진 후보에 4번이나 오르고도 정치적 힘이 없어 낙마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호남 출신의 김재철 중부청장이나 이판식 광주청장의 경우는 국세청 인사패턴을 넘어서는 빠른 승진으로 국세청의 고위직 인사는 국세청장의 힘보다는 청와대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아픈 소리를 들어야 했다.
문 정부 국세청 인사의 흐름은 국세청장에 부산 출신인 김대지 현 청장이 임명되면서 부산인맥의 부상으로 급격히 변화를 맞았다. 임성빈 서울청장, 김동일 조사국장, 안덕수 서울청 조사4국장, 양철호 국세청 운영지원과장(전) 등이 핵심 보직을 맡으며, 부산인맥의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일반 직원들의 인사운영에서는 지역, 출신 등 연고주의적 인사에서 탈피하여 성과와 역량 중심의 공정한 인사문화 정착을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복잡하고 세분화된 평가지표를 핵심지표 위주로 단순화하고, 정성평가 비중을 높여 창의적·생산적 업무를 유도하고, 평가의 객관성·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평가지표 수를 대폭 축소하는 한편 혁신역량 강화를 위한 신규 지표도 적극 개발해 냈다. 성과우수자는 표창수여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하위자는 불이익보다 직무교육·코칭 등 역량강화 지원하는 피드백 역할을 강화했다.
평가의 공정성·객관성 제고를 위해 업무 특수성 등을 종합 고려하여 관서별 성과목표를 차등 설정하고, 개인의 반기별 평가지표 항목을 확대한 것도 눈에 띄었다.
인사관리규정 전면 개정(101개→58개 조문으로 간결화), 인사정보 전산시스템 구축 등으로 인사의 투명성·예측가능성을 제고해 우수 여성인재 발탁 등 성과중심의 인사운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성장디딤돌’ 강화에도 힘썼다는 평가다. 역량 있는 9급 공채 인력을 본・지방청에 적극적으로 발탁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관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키로 한 것이다. 또한 업무성과가 낮은 전문직위 보직자에 대한 역량평가를 확대하고, 비선호분야 성과우수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한, 빅데이터·통계·송무·납보 등 분야별 전문가 채용을 확대하고, 전문보직제 시행, 교육훈련체계 개선 등을 통한 전문역량 제고와 그간의 순환보직 중심 인사에서 벗어나 한 분야 장기간 근무를 유도하는 ‘분야별 전문보직제’를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분야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악성민원에 대처하고 업무관련 고소, 고발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내부 변호사를 활용해 ‘직원보호 법률지원단'을 설치하고 운영하면서, 직장내 성희롱·가정폭력 등으로부터 여성직원 보호를 위해 전문상담사를 채용했다. 이를 위한 직원 전용 통합 복지사이트도 개설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직무 스트레스를 겪는 직원에게는 재충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재택 힐링캠프를 대폭 확대하는 등 심리치유서비스도 지속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출산·육아와 업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 활성화, 임신·출산직원 건강검진 지원, ‘어린이집 확충TF’를 설치해 직장어린이집 확충도 추진하면서 엄마・아빠 ‘하루 쉼’ 축제, 부모・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체험교육 등 가족친화적 복지프로그램을 추가 도입하고, 악성민원・격무로 힘든 직원들을 위한 힐링캠프를 확대 시행했다.
또한, 쾌적한 근무환경을 위해 청사환경 개선 로드맵을 마련했고,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한 근무방식을 확대 적용하는 등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노력도 지속했다. 이밖에도 국세청은 중장년 직원의 건강검진비용 및 난임・불임 직원의 치료비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같은 하위직 공무원들의 복지를 위한 세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무서장이 근무시간에 여직원들에게 사적용역을 시킨 부적절한 행위가 드러나면서 여전히 관리자들의 권위주의적 문화가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노정됐고, 성추행을 당했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던 여직원이 자살을 하거나, 백주대낮에 현직 국세공무원이 세무서 여직원을 찾아와 칼부림을 하다가 자해를 한 사건이 발생해 많은 국세공무원들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 모두 제도보다는 관리를 잘못한 것이었다.
또한, 퇴직을 앞둔 세무서장이 관내 사업자들을 불러 모양 빠지는 간담회를 한 사실이 드러나 50년 넘게 이어져 오던 세정협의회가 폐지되는 결과를 낳기도 하는 등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로 인해 숱한 개혁적 조치들이 색이 바래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세행정은 저물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