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12년 MB정부 3단계→`18년 문재인 정부 4단계…한국만 유일하게 ‘4단계’

국회는 지난 23일 법인세율을 과표구간별로 1%p씩 인하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세법을 심사하는 조세소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은 내용으로, 여야 간의 밀실 협의, 졸속 심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에는 1%p씩 인하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낸 의원조차 없었다. 그리고 올해 세법개정안 심사 테이블에 올라왔던 법인세율 관련 개정안 10개 중에서 정부안을 포함한 7개의 개정안은 과표구간을 2~3단계로 단순화하는 내용도 있었다. 나머지 3개 개정안은 세율 인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여야 밀실 협의체는 개정안 어디에도 없던 1%p씩 인하하는 내용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그리고 법인세율의 과표구간 단순화는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를 비롯해 다수의 여당 의원들이 법인세율 과표구간을 단순화해야 한다면서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는 중요하고도 명확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과표구간이 4단계로 늘어난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2단계로 이루어져 있던 과표구간은 지난 `12년 MB정부에서 3단계로 늘어났고, `18년 문재인 정부에서 4단계로 늘어났다.

특히 법인세율 최고세율은 `98년 28%에서 `02년 27%, `05년 25%, `09년 22%까지 인하돼 오다가 `18년 새로운 과표구간 신설과 함께 25%로 인상됐다.

법인세율 단순화의 가장 큰 이유는 IMF, OECD 등 국제기구에서도 법인세율 최고세율 인하와 과표구간 단순화를 권고하기 때문이다. OECD는 `17년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기업의 투자감소는 경기 하방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고, IMF는 과표구간 단일화 등으로 법인세 왜곡을 없애 효율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전문위원도 현재 법인세의 과세표준 구간이 과다해 조세효율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고 주요국의 추세와 맞지 않으므로 과세표준 구간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세는 기본적으로 자본에 대한 과세라는 점을 고려할 때, 법인세의 과세표준 설정을 통한 누진과세가 소득재분배의 효과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는 반면, 과세체계의 복잡성 및 비효율성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는 것.

이에 대부분의 국가는 단일세율로 법인세를 과세하며, 특정 정책 목적을 위해서 매출액, 과세표준, 기업의 법적 규모, 주주의 구성 등 여러 기준을 혼합해 설정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경감세율을 예외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OECD 38개국의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과세표준이 4개로 가장 많고, 3개의 과세표준 체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룩셈부르크 1개국, 2개는 네덜란드 1개국이며, 나머지 35개국은 하나의 과세표준 구간을 설정하고 있다.

정부는 주요국이 법인세 단일세율 체계를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다단계 누진세율이 기업의 성장과 투자를 저해하고, 높은 법인세 누진세율을 회피하기 위한 인위적인 분할 등 비효율성을 초래하기 때문이며, 기업이 투자 후 성장하거나 경제력 제고를 위해 합병해야 하지만, 누진세율이 적용되어 세금이 늘어난다면 기업은 성장 대신 투자를 포기하거나 분할을 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4단계가 된 이후로 회사 합병은 `17년 138개에서 `21년 125개로 감소한 반면, 회사분할은 `17년 47개에서 `21년 57개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의 조세경쟁력이 IMD 발표에 따르면 `18년 25% 법인세율 구간 신설 이후 11단계 하락했고, 특히 법인세 분야는 12단계 하락해 39위가 되는 등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법인세율 인하 찬반 논란은 계속돼 왔지만 과세표준 구간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18년 이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다만, 과표구간을 4단계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지난 `13년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소위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법인세 인하에 따른 투자 및 고용효과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인세율 구간을 4단계로 늘려 매출 상위 대기업의 세부담 증가로 세수 확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당시 현오석 기재부 장관은 국감을 통해 법인세율 단일화를 제시하면서 법인세율 단일화가 대기업에는 감세를, 중소기업에는 증세로 이어진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다.

이처럼 현재 4단계로 법인세 과표구간이 늘어나자 법인세율 인하 논쟁에 이어 과표구간 단순화에 대한 요구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지만, 국회는 `14년 선진화법 이후 최장 지각 처리에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쓰고도 심도 깊은 논의가 아니라 여야 협상의 도구로 1%p 인하만을 통과시키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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