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세무조사로 수십에서 수백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실제 검찰 고발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국세청이 지난 5년(2017~2021년)간 조세범칙조사 1344건을 실시했지만 직고발이 된 경우는 841건으로 10건당 6건 가량이 직고발로 이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더라도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면 국세청이 적극적으로 항고하지 않아 실제 재판으로 이어져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는 더욱 적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발된 기업의 경우 경영의 책임자인 회장 및 대표가 어떤 책임을 졌을까. 세정일보가 사회적 파급력이 큰 대기업 회장들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인해 어떤 사법처리가 이루어졌는지 살펴봤다.
◆ ‘선박왕’, 집행유예로 끝나버린 ‘사상 최대’ 추징 사건
`00년대 초반에는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수사 등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정치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에 `10년 이후부터 살펴본다면 ‘선박왕’으로 널리 알려진 권혁 시도상선 회장 사건이 대표적인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인한 검찰 고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당시 국세청은 사상 최대라는 ‘4101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하면서 검찰에 고발했고, `11년 서울중앙지검은 권 회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권 회장의 혐의는 탈세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거주하는 것처럼 위장해 2200여억원을 탈세한 혐의와 국내 조선사들과의 계약과정에서 비용을 부풀려 지급하고 일부 돌려받는 방식으로 회삿돈 918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또, 보험 리베이트로 6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포함됐다.
그러나 결국 권 회장은 대법원의 ‘집행유예’ 선고로 끝났다. 1심에서는 징역 4년, 벌금 2340억원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지만, 결국 2심에서 대부분 무죄가 선고되고 소득세 2억4000만원의 포탈 혐의만 인정되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그리고 대법원은 이 같은 2심의 판단이 맞다고 봤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 경영권 승계 위해 150억대 양도세 포탈 혐의…‘무죄’로 허무한 종결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경우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구 회장은 LG그룹이 `03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계속된 계열사 분리 작업 중 지배구조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사주 일가 상호 간 주식의 매도·매수가격을 정해놓고 거래했는데, LG그룹 재무관리팀이 장내에서 불특정 다수와 거래하는 것처럼 꾸며 ‘통정매매’를 통해 150억대의 조세포탈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법원은 LG그룹 재무관리팀이 조세포탈 범죄를 범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처벌을 감수하면서 범행을 저지를 이유가 없다고 본 것. 결국 재무팀의 범죄가 성립되지 않으면 구 회장도 범죄증명이 없다며 1~2심과 대법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 효성, 1.2심 징역 3년, 벌금 1365억 선고…대법원 ‘파기환송’으로 진행 중
효성의 조석래 명예회장에 대한 조세포탈과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현재 진행 중이기는 하나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효성은 `13년 서울청의 세무조사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듬해 검찰은 조 전 회장이 `03년부터 10년간 8900억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 1237억원을 포탈하고 `07~`08년 효성 회계처리를 조작해 주주배당금 500억원을 불법 취득한 혐의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임직원과 해외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수천억원대 효성 및 화학섬유 제조업체 카프로의 주식을 사고팔아 1318억원 주식 양도차익을 얻고 소득세 268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았고, 해외 법인자금 690억원을 횡령해 개인 빚과 차명 소유 회사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하고, 자신이 관리하던 페이퍼컴퍼니가 효성 싱가포르 법인에 갚아야 할 채무를 전액 면제하도록 지시해 회사에 233억원 손실을 끼친 혐의 등도 적용됐다.
1심과 2심은 조 전 회장에 대해 징역 3년과 벌금 1365억원을 선고했다. 고령이었던 만큼 건강 상태를 고려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다만, 대법원은 법원이 일부 유무죄 판단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 하면서 재판은 현재진행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