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세무조사 건수는 줄이고 정기조사 비중을 늘리면서도, 역외탈세에 대해서는 조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역외탈세는 세수 일실과 공정성 훼손에 그치지 않고 국부가 부당유출 되고 과세주권이 침해되는 반사회적 위법행위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세포탈혐의가 확인되면 범칙조사를 통해 고발 조치하면서 역외탈세 대응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걸맞게 엄정 처리하겠다고도 엄포를 놓고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발된 기업의 경우 경영의 책임자인 회장 및 대표가 어떤 책임을 졌을까. 세정일보가 사회적 파급력이 큰 대기업 회장들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인해 책임자들이 어떤 사법처리가 이루어졌는지 살펴봤다.
◆ 승은호 코린도 회장, 600억 역외탈세 혐의…국내 거주자 아니라며 ‘무죄’
역외탈세를 잡기 위해 국세청은 지난 `14년 인도네시아의 대기업 회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은 목재와 종이 사업으로 인도네시아 재계 순위 20위권까지 성장시킨 인물이다. 당시 국세청은 승 회장과 두 아들이 조세회피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회사 주식을 거래할 때 발생한 양도소득세와 차명 금융자산의 이자소득세 등 500억원대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승 회장은 국내 거주자가 아니므로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고, 국세청은 세법상 과세 기간 2년 가운데 국내에 1년 이상 머물면 ‘국내 거주자’로 봐야하는 만큼 역외탈세가 맞다고 봤다.
이에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결과, 승 회장은 `10년과 `12년 두 차례에 걸쳐 조세회피처 소재 페이퍼 회사를 이용해 해외법인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총 236억원을 포탈했고, `07년부터 `13년까지 조세회피처의 페이퍼 회사 명의 등으로 개설된 해외계좌 이자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327억원 포탈한 것, 그리고 근로소득, 국내배당 소득, 국내이자소득 등 총 340억5000만원의 종합소득세를 포탈한 것으로 봤다.
또한 승 회장은 지난 `07년부터 `09년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자식들에게 해외법인 설립 자본금을 증여하는 방법으로 증여세 49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았다.
그러나 승은호 회장은 `13년 해외로 출국하고 귀국하지 않으면서 `18년 기소중지 처분을 받았고, `20년 10월 귀국하면서 검찰 조사가 다시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1심에서 재판부는 관련 행정사건이 두 건이 있었고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부분은 피고인이 국내거주자가 아니란 이유로 과세처분이 모두 취소됐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범행이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포탈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승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작년 2월 대법원은 승 회장이 1000억원대 과세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세무 당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 상고심에서도 법원은 승 회장을 인도네시아 거주자로 보고 과세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 해외계좌 축소신고 100억대 탈세 혐의는 ‘벌금 5억원’
반면, 비슷한 시기 역외탈세 관련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3억원의 벌금형을 부과받은 회장도 있다.
해외계좌 잔액을 실제보다 250억원 이상 축소해 신고하면서 탈세를 한 혐의로 검찰이 재판에 넘긴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의 경우 작년 11월 1심에서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서 회장의 경우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있었지만, 검찰에 고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세청은 지난 `16년 해외소득과 재산을 자진 신고하지 않은 역외소득 은닉 혐의자 36명에 대해 고강도 세무조사를 했다. 당시 파나마의 법무법인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서류(파나마 페이퍼스)에서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유력인사가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서 회장도 당시 파나마 페이퍼스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검찰은 서 회장이 지난 `16년 해외계좌에 약 1600억원을 보유했지만 256억원은 빼놓고 금액을 축소 신고했고, 또 이듬해에도 265억원을 신고하지 않았다며 작년 6월말 국제조세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현행법상 해외계좌 잔고를 신고할 때 누락된 신고액이 50억원을 초과할 경우 20%가량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고, 여러 차례인 경우 가장 중한 혐의의 절반을 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 회장의 벌금액은 79억5000여만원으로 추산됐다.
1심 재판부는 `15년도 과소신고 행위는 별도 형사절차가 진행돼 벌금 12억원 약식명령이 이뤄졌고, `18년과 `19년 과소신고 행위에 대해선 지난해 과태료 통고 처분이 이뤄졌다며 42억6000여만원을 모두 기한 내 납부한 것, `16년도와 `17년도 건의 경우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돼 있어 함께 수사를 받았고 공동명의 계좌는 사실상 서 회장이이 전적으로 관리했고 배우자에 대해서는 32억 과태료 부과를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소 신고 금액이 매우 크고 기간도 적지 않다면서도 증여세와 상속세를 탈루하기 위한 과소신고로 보이진 않고, 벌금이나 과태료로 이미 74억원이 납부됐다며 이미 납부된 벌금과 과태료 74억여원을 제외한 5억1300만원이 범위 내인데 5억원을 벌금액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