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체납의 역사는 대한민국 역사와 함께한다. 국세청이 개청하기 훨씬 이전이자 남북이 갈라지기 전 경성부 세무과에서도 국세체납 문제는 심각했고, 당시 정부는 대부분이 불경기로 인해 영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이 세금을 내지 못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해방 직후에는 국가 재건을 위해 재무부가 세금 체납자들에 대한 납부를 독려했다. 당시 체납의 원인으로는 해방 후 정치적 혼란을 틈타 고의로 세금을 내지 않은 이들도 있었고 비교적 부유한 층에서 오히려 체납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이 남과 북으로 갈라진 이후에도 세금 체납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당시 재무부 조사에 의하면 전국의 수많은 체납자 중에서도 고액체납자는 태창산업, 풍한산업 등 사업가들이 고액체납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는 납세를 국민의 의무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숙하지 못한 납세 의식이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국세청이 개청한 `66년도에는 `65~`66년 체납액 22억6000만원에 대한 체납처분을 시도했다. 당시 국세청은 체납정리 기간을 설정해 체납처분을 단행했다. 4/4분기 중에는 각 지방청에 맞는 정리계획을 실시, 체납정리위원회를 통해 실익 없는 조세채권은 소감 시키는 등의 대책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세자의 사업부진, 자금 사정의 악화, 고의적인 납세 기피, 세수 규모 확대 등에 따라 해마다 체납액은 늘어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국세수입 규모를 살펴보면, `66년 국세청이 거둔 국세수입은 7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95조9000억원을 거두면서 5655배가량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체납액 증가는 같은 기간 4만7198배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66년 말 기준 21억7200만원이었던 국세체납액은 지난해 기준 102조5140억원으로 102조5118억2800만원이 증가했다. 세금을 내는 사람보다 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규모가 더 컸던 셈이다.
시간이 흘러도 국세 체납의 이유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업이 좋지 않아서 세금을 내기 어려워 체납을 하게 되는 경우, 고의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체납하는 경우 등인데, 다만 현재에는 체납을 악용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경우와 같이 악의적인 체납 행태가 다양해졌다.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변칙적 재산은닉 고액체납자 추적 및 수색사례를 살펴보면,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A씨는 부동산을 양도하며 발생한 양도소득세를 고의로 체납하고 강제징수를 회피할 의도로 양도 전 본인 소유의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했다. 또한, 양도대금을 가지고 자녀와 함께 ‘합유’ 형태로 공장건물을 신규 취득했는데, ‘합유’는 합유자 지분에 대한 직접 압류가 불가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또한 유통업을 운영하던 B씨는 법인 수익금액 누락으로 종합소득세가 부과되자 체납했고, 수십억 상당의 로또 1등에 당첨돼 납부할 여력이 충분했음에도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당첨금 상당액을 가족 계좌로 이체하고 일부는 현금과 수표로 인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