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감사관은 고위공무원단(국장급)으로 개방형 직위로 운영되고 있다. 국세청 공직자들의 부패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잘 아는 ‘내부 사람’보다 인연의 끈이 없어 비교적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외부인’이 낫다는 뜻에서다.

이렇듯 국세청 감사관이 민간에 공개되는 개방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매년 권익위원회에서 공개하는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국세청은 언제나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국세청의 종합청렴도 등급은 3등급. 작년보다 한 단계 올라섰지만 청렴체감도는 2단계 하락한 4등급을 기록했다. 국세청의 청렴도가 높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29일 세정일보가 개방직으로 전환된 역대 국세청 감사관 출신을 분석한 결과, `06년 김기주 감사관부터 현재 박해영 감사관까지 총 11명의 감사관이 임명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방직의 경우 공직 여부를 불문하고 전문가들을 공개 모집해 시험과 면접 등을 통해 국세청 감사관으로 임용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에 개방했지만 감사관에 임명된 것은 국세청 내부인이 대다수였다. 육사 출신의 김기주, 박의만 감사관이 임명된 이후에는 모두 행정고시 출신들로만 채워졌다. 이후 현재까지도 비고시가 감사관이 된 사례는 없었다.

민간에 개방됐을 당시의 국세청장은 전군표, 한상률 청장의 시기였다. 인사 비리 등의 문제가 터지자 처음으로 외부 출신의 감사관이 임명됐다. 감사원 출신의 문호승 감사관이다. 문호승 감사관을 시작으로, 서울고검의 검사였던 양근복 감사관과 감사원 재경1과장이었던 박진원 과장 등 국세청에도 외부 출신자들이 종종 임명됐다.

그런데 국세청 내부 출신이 아닌 외부 출신자가 감사관으로 임명될 때는 반드시 국세청 조직을 뒤흔드는 ‘큰 사건’이 터진 후라는 것이 공통된 사례다. 이 같은 인사패턴이 국세청 내부인 출신은 감사관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는 시그널을 주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감사원 출신의 문호승 감사관이 임명됐을 때는 전군표 청장의 뇌물수수 사건, 한상률 청장의 그림로비 의혹, 임성균 감사관의 학동마을 로비사건 관련 녹취록 파문 등 굵직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또한, 검찰 출신의 양근복 감사관이 임명됐을 땐 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의 뇌물수수 등 금품 관련 비리가 잇따라 터진 뒤였고, 감사원 출신의 박진원 감사관이 임명됐을 땐 김창기 현 국세청장이 감사관으로 재직한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지시로 ‘감사관실의 직원남용 혐의’에 대한 전면 조사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뒤이기도 했다.

게다가 국세청 내부 출신의 경우, 지방청장을 지낸 이가 감사관에 뽑히면서 ‘보은성 회전문 인사 자리’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송광조 부산청장(고공단 나급)은 국세청 감사관을 역임하고 서울청장(고공단 가급)으로 영전했다. 직전까지 자신이 관할하던 지역의 잘잘못을 살피는 위치가 된 것이었다.

이렇듯 11명의 감사관 중에서 내부 출신은 8명(73%)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외부 출신은 3명으로 감사원 출신이 2명, 검찰 출신이 1명 등이었다.

▶국세청 청렴도…직원들은 ‘청렴’ 외부인들은 ‘글쎄’

문제는 종합청렴도 등급이다. 권익위가 발표하는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국세청은 꽤 좋은 점수를 받아왔다. `06년 종합청렴도 평가 점수는 10점 만점에 8.77점을 받았던 만큼, 6점대의 바닥을 치고있는 최근의 모습과는 다른 모양새였다.

종합청렴도 평가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국민들이 평가하는 외부청렴도, 국세청 직원들이 평가하는 내부청렴도, 이 둘을 합친 것이 종합청렴도이다. 국세청의 내부청렴도는 꾸준히 1등급을 유지해 왔다. 직원들은 국세청 조직을 ‘청렴하다’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내부청렴도 점수는 `07년 9.17점, `08년 9.77점으로 등급으로 환산하면 1등급에 해당한다. `09년~`11년까지도 1등급을 받았다. 반면 외부청렴도는 `09년 3등급, `10년 3등급, `11년 4등급으로 보통~미흡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10년~`11년은 감사원 출신의 문호승 감사관이 있던 시기다.

이후 송광조 감사관(부산청장 출신)으로 교체된 후, 국세청 청렴도는 바닥을 치기 시작한다. 송광조 감사관 재직 시절인 `12년과 `13년의 종합청렴도 등급은 4등급. 꼴찌인 5등급을 간신히 면했다. 줄곧 1등급을 유지했던 내부청렴도는 3등급까지 떨어졌고,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정책 등급은 무려 5등급이었다.

검찰 출신의 양근복 감사관이 와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그가 재직한 시절인 `14년~`15년 종합청렴도 등급은 5등급과 4등급이었다. 모든 중앙부처 중에서도 가장 청렴도가 안 좋은 조직으로 꼽힌 것이다. 국민들이 평가하는 외부청렴도 등급은 2년 연속 최하위인 5등급을 기록했다.

이후 내부인 출신의 감사관인 이은항 감사관 시절인 `16년에는 종합청렴도 3등급을 기록했고, 외부청렴도는 여전히 5등급을 벗어나지 못했다. 임성빈 감사관 시절인 `17년과 `18년도 종합청렴도는 각각 4등급과 5등급이었다. 김창기 감사관 시절도 마찬가지로 `19년 5등급, `20년 4등급 등 종합청렴도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다만, 감사원 출신의 박진원 감사관이 재직한 시절인 `21년 국세청의 종합청렴도 평가는 2등급으로 ‘우수’ 평가를 받았다. 무려 11년 만의 2등급 달성이었다. 당시 외부청렴도는 3등급, 내부청렴도는 1등급을 받으며 종합 2등급을 찍게 됐다. 국세청에 대한 국민적 시각이 달라지고 진정으로 공평하고 청렴한 조직으로 되살아나는 신호인가 싶었지만, 이듬해인 `22년 종합청렴도 등급은 또다시 4등급으로 뚝 떨어지게 됐다.

▶감사관 바꾸어도 안되면 조사국장을 바꾸면?

현재 박해영 감사관이 재직한 올해 국세청의 종합청렴도 등급은 3등급이었다. 결과적으로 외부인이 오더라도 국세청 조직의 청렴도 평가는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감사관을 교체한다고 해서 국세청이 청렴해질 수 없다는 뜻도 된다.

청렴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키(key)가 감사관의 역량이나 출신 등의 문제가 아니라면 ‘세무조사’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사공무원들이 투입되는 세무조사가 국민들이 체감하는 세정현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세무조사가 청렴도를 끌어 내리는 것이 문제라면 국세청의 핵심인 조사국장을 개방직으로 열어 민간 전문가로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역대 국세청 감사관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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