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7월 25일, 정부의 2024년 세법개정 안이 발표되었다. 세법개정 안 중 상속‧증여세법에 자녀의 상속공제를 기존 1인당 5천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인상하는 개정안이 있는 반면, 배우자에 대한 개정안은 없었다.
필자는 세무사로서 약 30년 동안 세무 업무를 하며 배우자와 관련하여 다양한 상속세와 증여세 과세사례를 경험하였다.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추징당한 일부 배우자는 부당하고 주장하는 사례가 있었으며, 필자도 일부 공감하는 내용도 있어 합리적인 개정의 필요성을 늘 생각하고 있었다.
실무에서 필자가 공감했던 배우자의 억울한 외침에 대해 많은 분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길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준비했다.
■ 민법 - 결혼 중 형성한 재산은 부부공동재산
우리나라 민법은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 부부별산제에 기초하여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은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실질적 공동 소유재산으로 본다. 따라서 재산의 명의자가 누구인지 불문하고 이혼 시 그 재산을 청산하거나 나눌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을 부부에게 인정하고 있다.
최근 “재산분할청구권” 행사의 사례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천8백억원을 지급하라는 항소심 법원의 판결을 들 수 있다.
부동산실명제에 의하면 부부가 결혼해서 함께 모은 재산은 부부공동 소유이므로 공동명의로 하여야 한다. 그러나 부부의 특성 때문에 한 사람 명의로 하는 경우가 많았고 명의가 안 된 사람은 자기지분을 명의자에게 명의 신탁한 결과가 되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결과가 된다.
그러나 부부라는 특성 때문에 부득이 명의신탁 한 것이므로 부동산실명법에서 예외를 두고 배우자에게 명의신탁을 한 것은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부부사이에 재산분할청구권 행사로 취득하는 재산은 명의신탁한 내 재산을 찾아오는 것이므로 증여에 해당하지 않아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즉, 이혼할 때 결혼해서 부부로 함께 모은 부동산을 상호 협의 또는 재판으로 나누는 경우 아무런 법적 불이익이 없도록 민법과 부동산실명법에 규정하고 있다.
■ 배우자의 상속세 불이익 - 상속재산분할협의서
현재 상속‧증여세법은 상속재산 중 배우자의 법정지분(1.5)내에서 배우자가 상속받는 재산으로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30억원까지 배우자상속공제를 인정하고 있다.
이때 5억원 이상 배우자상속공제를 받으려면 상속인들의 재산분할 내용을 서면으로 정리한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 상속인들 전원이 동의하는 표시가 있어야 하고, 그 서류를 법에서 정해진 기한 내에 세무서에 제출하여야 한다.
이러한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하지 못하거나 작성한 협의서를 법정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한 경우, 또는 제출한 “상속재산분할협의서”가 법적 효력이 없는 경우 배우자상속공제를 최대 30억원까지 인정받을 수 없다.
사례를 보면, ① 상속등기를 법정 지분대로 할 것을 구두 협의하였는데 법정 지분대로 부동산을 상속등기하면 민법상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없이 상속등기 가능하기 때문에 그 필요성이 없어 작성하지 않는 경우 ② 배우자 이외 다른 상속인이 협의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③ 부동산 매매계약 후 사망하여 상속인에게 상속등기를 생략하고 매수인이 바로 소유권 이전 등기한 경우 ④ 상속인 중 미성년자가 있는 경우 특별대리인(상속과정에 이해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사람) 선임 없이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하여 법적 효력이 없게 된 경우 ⑤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제출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좀 더 억울한 사례로 상속재산이 부동산만 있고 배우자의 법정상속 지분이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상속인들은 협의 및 동의 없이 배우자 또는 다른 상속인의 단독의사에 의해 배우자에게 30억원 초과하는 법정지분까지 부동산을 상속등기 할 수 있도록 민법에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상속인들과 협의한 “상속재산분할협의서”가 없다는 이유로 국세청은 배우자상속공제 30억 원을 인정하지 않고 배우자상속 기본공제 5억원만 인정하고 있다. 법원에서도 배우자상속공제 요건을 엄격히 판단하고 있어 납세자가 패소하고 있다.
사소한 실수로 배우자상속공제를 적용받지 못해 수억의 상속세가 추징되면 상속인들 사이에 책임문제가 발생하여 또 다른 가족 분쟁의 원인이 되는 일도 있다.
상속인들 사이에 상속재산 분쟁이 점점 심해지는 현실에서 상속인들의 협의를 중요시하는 국세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최대 30억원까지 배우자상속공제 혜택을 받는 어려움에 대해 국회에서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도 있지만, 일부 내용은 국세청의 운영상 문제로 사소한 부주의로 피해를 겪을 수 있는 내용은 기획재정부나 국세청이 예규 등으로 그 해석을 유연하게 풀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배우자상속공제액 한도가 1996년까지는 최대 10억원이었지만, 1997년부터 최대 30억원으로 변경되어 현재까지 28년 동안 변경 없이 계속되고 있다. 28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 배우자상속공제 한도 변경은 국회에서 입법으로 논의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배우자의 증여세 불이익 – 부부간 송금 거래
배우자에게 증여의 뜻을 가지고 10년 동안 송금한 금액이 총 6억원까지는 배우자의 증여재산공제로 증여세가 없고 6억원 초과액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한다.
그러나 그동안 실무에서 부부가 은행을 통한 송금액 건 건별 송금사유를 설명하지 못하면 증여로 추정하고 있고, 부부가 서로 송금을 주고받은 금액이 있으면 정산하여 순 송금액이 6억원을 초과하면 그 초과액에 증여세를 과세하고 있다.
부부는 10년 동안 서로 주고받은 송금액을 건건별로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기억해도 증빙이 없어 억울한 증여세를 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가사에 전념하는 아내가 남편에게 매달 일정액의 생활비를 송금받아 생활비로 지출하고 알뜰히 절약하여 남은 금액을 아내 명의로 정기적금을 들거나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정기적금액과 부동산취득금액은 증여받은 것으로 인정하여 증여세를 과세한다.
아내가 생명보험 또는 상해보험에 가입하고 남편에게 송금받은 생활비 중 일부 금액으로 아내 명의로 보험료를 납부하고 추후 보험금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때 보험료의 원천은 남편자금이므로 추후 받는 보험금은 상황에 따라 증여세 또는 상속세가 과세 된다.
이렇게 부부간 송금 거래에 대해 실무적으로 납세자가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일들이 많이 있다 보니 대법원에서 부부간 송금은 “증여 외에도 단순한 공동생활의 편의, 배우자에게 자금의 위탁관리, 가족을 위한 생활비 지급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처분청의 일방적 판단으로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내용으로 판결한 사례도 있다.
학계에서도 “부부간 자금거래에 대한 증여세 문제”를 주제로 연구 발표된 일도 있다. 학계에서 발표된 내용을 정리하면, ①결혼 중 형성한 재산은 부부 공동 재산이므로 조세 포탈 등 불법적인 목적이 없으면 부부간 자금거래에 대해 증여로 추정하지 말아야 하고, ②부부간 재산의 무상 이전에 대한 비과세 범위를 확대해야 하고, ③부부가 이혼하는 경우 증여세 없는 재산 분할을 인정하면서, 부부 생활 중 송금 거래를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였다.
배우자증여공제는 1997년부터 5억원, 2003년부터 3억원, 2008년부터 6억원으로 상향하여 현재까지 17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배우자상속공제와 마찬가지로 배우자증여공제도 국회에서 그 한도를 논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 맺는말
세계적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는 폐지되거나 축소되는 경향이 있고, 특히 결혼해서 함께 이룩한 재산에 대해 배우자에게 증여세,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거나 공제액을 증액시켜 억울한 세금이 없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도 조속한 시일 내 부부가 결혼하여 함께 이룩한 재산을 상속 또는 증여하거나 상호 이전 할 때 억울한 세금이 과세 되지 않도록 정부 및 국회의 많은 노력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