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본청 승진비율 역대 최대 ‘69%’…강민수 청장의 ‘결단’
“9급 출신도 일 잘하면 4급(서기관)될 수 있다”는 약속의 실천
8일 국세청은 29명에 달하는 11월 25일자 `24년 하반기 서기관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강민수 국세청장이 강조해 온 조직내 쇄신 분위기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이다. 직급과 관계없이 ‘일 잘하는 국세청’을 만들기 위해 ‘일 잘하는 직원’을 발탁해 조직의 사기를 진작시키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이번 인사에 투영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서기관 승진인사 기조를 살펴보면, 우선 제일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세청 본청에서 배출된 승진자 숫자다. 총 승진인원 29명 중 본청 승진 인원이 20명으로 70%(69%)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였다. 역대 최대 비율이다. 작년 하반기에 55.6%였던 본청 승진자 비율을 훨씬 뛰어넘는 69.0%에 이른 것. 국세청 관계자는 ‘일로 승부하자’는 강민수 청장의 결연한 의지가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서울국세청장 재직 시에도 본청 승진인원을 더욱 확대해 서울청 등 지방청의 우수 인력들이 본청으로 전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소신을 비춰왔다. 이는 강 청장이 수년동안 본청에서 근무하면서 피부로 느낀 것이다. 특히 직원들의 업무강도는 물론 생활환경 등에 따라 피로도가 과중된다는 점을 몸소 체험한 부분으로 이들을 결국 인사에서 배려하겠다는 ‘의지’를 과감하게 실천한 것이라는 것.
이와함께 작년 11월 본청 조사국 직원의 사망 사고에 이어 최근 본청 자산과세국 사무관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자, 강 청장은 본청 인사우대 방안을 더욱 강하게 결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또 눈여겨볼 인물은 대구국세청에서 승진한 박규동 운영지원과장이다. 박 과장은 사무관으로 승진한지 4년이 되지 않았고, 지방청 전입 연차도 오래되지 않아 본인도 승진을 기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국세청 내에서는 강민수 국세청장의 인사 소신을 짐작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 국세청장은 지난 9월 사무관 승진인사에서도 역대 최다로 9급 공채 승진인원을 배출한바 있다.
당시 강 국세청장은 “9급 출신은 5급이든, 4급이든 기간에 관계없이 파격적으로 기용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번 박 과장의 승진도 이 같은 기조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조직내에서는 국세청 인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9급 공채 출신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이런 ‘우대 조치’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화제가 된 또 다른 인물은 국세청 조사1과에서 승진한 양영진 조사1팀장이다. 양 팀장은 변호사 자격으로 입사한 민경채(민간경력채용)출신으로 본청 내에서도 일 많기로 소문난 조사국에서 업무 역량을 인정받았다. 제주도 출신 특유의 뚝심으로 힘든 일을 소화해 내는 한편, 온화한 성품으로 동료 직원들을 진심 배려하는 성품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는 것.
국세청은 최근 민경채 입사자들이 로펌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우수한 인력의 민간 유출을 방지하고 국세청 자원으로 양성하기 위한 강 국세청장의 강한 의중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이번 서기관 승진인사로 인해 국세청은 초임 관리자 인력풀을 행시, 세대 이외에도 9급 공채 및 민경채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며, 이러한 인사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