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6개 조세관련학회 ‘제19회 연합학술대회’ 개최

권성오 조세연센터장 ‘상속세 적정 세부담에 관한 소고’

정부가 25년 만에 상속세율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공제금액을 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는 상속세를 완화하는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지난 10일 국회에서 부결되며 끝내 무산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행 상속세제가 유지된다면 과세대상 피상속인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상속세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사망자 수는 `20년 31만명에서 `30년 40만명, `70년 7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3일 6개 조세관련학회가 개최한 제19회 연합학술대회에서 권성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센터장은 ‘상속세 적정 세부담에 관한 소고’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권성오 센터장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정치, 행정 등 제도가 완벽하다면 현재 세부담이 적정한 세부담일 수 있다”고 말하고, “제도적인 한계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사회구성원의 선호를 파악해 그것을 적정한 수준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단, 극소수가 대부분의 세수입을 납부하는 상황에서 구성원 전체의 평균적인 선호의 의의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사회구성원의 견해가 실제 유산 및 자산 분포, 세부담 수준 등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인식에 근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 센터장은 만19세~만64세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자기기입식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선호하는 상속세 체계는 실제 세제에 비해 덜 누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유산 규모가 작은 구간에서는 응답자가 생각하는 적정 세율이 실제 세율보다 높고, 유산 규모가 큰 구간에서는 응답자가 생각하는 적정 세율이 실제보다 낮았다.

유산이 5억원인 경우 실제 세부담은 없지만, 응답자가 인식하는 적정한 유산 대비 세액 비율의 평균과 중앙값은 각각 13%와 5%였고, 유산이 200억원인 경우 실제 실효세율은 35%인데 적정 실효세율의 평균과 중앙값은 각각 25%와 20%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 특성에 따른 인식 차이도 있었다. 진보 성향의 응답자들은 10억원 이상의 유산에 대해 2%p~ 6%p 더 높은 세율을 선호했고, 보수 성향 집단과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응답자들은 덜 누진적인 세제를 선호했다.

상속세 재분배 효과 및 효율비용에 대한 정보 제공은 상속세의 적정 세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세부담 정보 제공은 실효세율 추정치 평균이 실제 실효세율보다 높은 50억원 이하 구간에서 정보 제공이 적정 세율을 감소시켰다.

권 센터장은 적정한 세부담 수준을 논의할 때, 주요국 평균 등 ‘단순 비교’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속세 외에 다른 제도나 사회·경제적 특징 등 개별 국가의 특이성이 고려되지 않은 단순 비교는 피하고, 주요국의 평균적인 세부담 수준이 바람직하다는 가정도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자산의 무상이전을 일종의 소득으로 간주한다면, 근로소득, 복권 등 기타소득에 대한 과세와 세부담 형평성을 검토해 볼 수 있으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상대적인 세부담이 달라질 수 있으며 소득 유형별 세부담 차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지막 개편 이후 ‘25년간’ 물가·자산 가격 상승을 고려해 면세점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가준 상속세 납부 대상자 비율이 0.66%에서 `22년에는 4.53%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권 센터장은 물가수준을 고려해 공제 수준을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상속세 통합세액공제액을 매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인상하고 있으며, 영국은 2000년 이후 상속세 면세점을 10회 이상 인상한 바 있다.

동시에 자산가격 상승은 자산 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10년~`18년 기간 동안 OECD 국가 상위 10%와 그다음 50%의 순자산 규모는 각각 13%와 6% 증가했으나, 나머지 하위 40%의 순자산 규모는 12% 감소한 바 있다.

이에 권 센터장은 상속세의 자산 격차 및 기회의 불평등 완화 기능에 중점을 둔다면, 자산가격 상승은 오히려 상속세 부담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논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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