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권, “사외이사제, 경영진·최대주주 견제·감시하는 업무 제대로 수행 못해”
“회계감사, ‘경영진의 외부감사 인식·작은 감사보수’ 등 부실감사의 악순환”
분식회계와 부실 감사는 자본주의 성숙도와 관련된 것으로 판단되며, 실제 효과의 제고를 위해서는 각자의 역할 인식 개선과 실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감사인연합회(회장 김광윤)가 14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관 5층 대강당에서 주최한 제16회 감사인정책세미나에서 조권 회계사(미국변호사, 법무법인세종)는 ‘회계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한국 회계투명성이 문제인 이유와 그 개선방안을 중심으로-’ 발제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 회계사에 따르면 지난 `16년 대우조선해양 분식사건이 드러나면서 외감법 전면 개정을 촉발했다. 당시 내부직원은 180억원을 횡령했고, 여기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15년 4조2000억원, `17년 2조9000억원 등 다른 자금을 포함하면 10조원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회계투명성’ 강화 조치가 이루어졌다. 회계투명성이란, 기업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사실대로 나타내는 정도를 뜻한다. 회계투명성은 경영자의 경영효율성 제고로 기업 경영성과를 향상하고, 국가 경제정책 담당자는 경제정책 방향성과 대응력을 높여 경제정책 수행성과 제고와 거시경제성과 향상으로 연결되게 된다.
조 회계사는 한국기업에 대한 회계투명성 저평가는 결국 국가경쟁력 평가와 다름이 없다며 분식회계 빈도와 심도는 국가회계투명성 평가에 악영향(코리아 디스카운트)을 끼치고, 국내외투자 및 경제발전을 저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대우조선해양 분식 사건에 따라 대표이사와 감사를 담당했던 안진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는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영국은 1856년, 미국은 대공황 이후인 1933년부터 외부감사가 의무화된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1981년 외부감사법이 제정되었고 2017년에 신외감법이 도입됐다.
또한, IMF를 겪으면서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됐다. 사외이사제도는 최대 주주 및 경영진으로부터 독립해 소액주주 등을 보호하고, 경영 관련 전문성으로 회계분식을 예방 및 적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경영진과 최대주주를 견제·감시하는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원인은 사외이사의 전문성 부족에 따른다. 정치인, 전직 관료, 법조인,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대체로 기업경영이나 회계에 문외한이고 30%가량은 이해관계가 있어 독립성에도 문제가 있다. 미국은 회계 문외한은 사외이사로 사실상 취임이 불가능한 것과 대비된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경영의사결정을 모니터링하는 ‘감사위원회’도 경영진의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사외이사가 대부분 감사위원이 돼 자기검열하는 모순점이 있기 때문이다. 조 회계사는 감사위원을 ‘회계사’이거나 상장회사 근무 경력을 필수로 해 그 역할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내부회계관리제도(기업 내부 회계통제시스템)’가 있지만, 경영진의 무관심으로 실효성이 의심되고 감사인도 형식적이기 때문에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되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인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현재 외부감사법 개정 내용에 반영돼 있지만 실제 운영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현재 회계감사는 경영진과 최대 주주의 외부감사가 필요 없다는 인식과, 작은 감사보수를 제시하는 감사인 선택 등으로 감사인은 형식적인 감사를 수행하게 되고 부실한 회계감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조 회계사는 경영진과 오너가 인식을 개혁하기 위한 문화와 제도 마련이 시급하고, 회계법인 감사품질을 올리며, 감사시장 개선에 대한 구조적인 접근(예, 감사인 지정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회계분식을 저지르면 경영진의 해임 권고 등이 이루어지는데 회사에 대한 금전적 제재가 아직 크지 않고, 회계분식으로 징역형에 처하는 경영진은 극소수이며, 감사인에 대한 제재가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분식회계 관련 손해배상도 주주나 채권자들이 소송을 기피하고 승소해도 배상금이 적거나, 입증하기 어렵다. 이에 조 회계사는 과실상계 및 소송 기간 등에 대한 법원의 태도 변화와 금감원이 가진 증거를 활용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은 회계분식을 금감원에 고발할 경우 포상금은 최대 20억원이지만 실제 1억원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건수도 미미한 상황이다. 고발자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나 익명성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다. 미국의 경우 내부고발자의 신분이 노출돼 퇴직되면 연봉의 10배를 지급하도록 하는 등 익명성 보장 강화가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도 고발자에 대한 포상금 현실화와 익명성 보장이 강화돼야 한다고 조 회계사는 덧붙였다.
한편 `24년 11월 말 기준 회계법인은 247개(등록법인 41개), 등록회계사 수는 2만7101명, 외감대상 회사는 2만1212사(상장사 2642사)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