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안정화 준칙’이 정부지출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침체기에 확장적 재정정책을 돕고 지출의 비용효과성을 높이는 재정전략이라는 의견과 함께 재정안정화기금은 조세수입과 지출수요 등 변동에 맞춰 적정 적립률을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재정학회는 30일 프레지던트호텔 19층 브람스홀에서 ‘경기대응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경기변동과 재정정책-이론 및 실증연구에 기초해 경기변동의 과정에서 재정의 역할, 재정규율의 의의, 바람직한 제도 설계 등에 대한 정책적 논의’를 발표한 곽선주 한국외국어대 행정학과 교수는 “나라살림을 뜻하는 ‘관리재정수지’를 보면 90년대 이후 두 해를 제외하고 재정적자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20년 팬데믹 시기부터 발생한 최근의 재정적자는 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00년대 말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곽 교수는 “부채 측면에서 재정건전성을 점검해 보면, 부채의 증가 속도 및 성격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된다”면서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정부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이 적자성 부채”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세평준화이론에 따르면, 경기순환 전반에 걸쳐 세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면서 “다시 말해, 매 회계연도마다 균형예산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확장기의 순환적 흑자로 침체기의 순환적 적자를 상쇄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기확장 국면에 지출수요는 감소하고 조세수입은 증가하면서 자원가용성이 높아지게 된다”며 “여유자원이 생기면서 지출은 확대하고 세율은 낮추는 확장기 버전의 경기동행적 재정정책을 취하고, 구조적 적자가 발생하지만 지출 감소와 세수 증가로 명목상 흑자가 발생하므로 구조적 문제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하지만 경기가 수축 국면에 들어서면서 지출수요는 증가하고 세수는 감소하게 되는데, 직전 호황기 높아진 지출 수준과 감세로 인해 지출은 원래보다 더 증가하게 되고 수입은 원래보다 더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결과적으로 경기변동에 의한 순환적 적자에 직전 호황기에 축적된 구조적 적자가 합쳐져 재정위기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출은 삭감하고 세율은 인상하는 리세션 버전의 경기동행적 재정조치를 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재정안정성을 위한 정책방안에 대해 “경기동행적 재정정책과 구조적 적자 그리고 재정위기의 발생 메커니즘을 보면, 문제의 시작은 리세션이 아니라 경기가 좋아지는 확장기, 호황기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에 비추어볼 때, 여유자원의 기금 적립을 활용해 재정안정화를 추구하는 전략이 필요한데, 이를 '재정안정화 준칙' 또는 '기금적립 준칙'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외에도 다양한 재정준칙들이 있지만, 확장기 경기동행적 재정정책을 방지하기 힘들고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경기침체기 오히려 경제상황을 악화시키는 리세션 버전의 경기동행적 재정정책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한 “경제학적으로 정부지출의 사회적 기회비용은 경기확장기 증가하고 경기침체기 낮아져, 재정안정화 준칙은 경기역행적 재정정책을 취함으로써 정부지출의 사회적 기회비용을 최소화한다”며 “경기침체기 순환적 요인에 의한 지출수요의 증가 시,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경기침체 극복을 돕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재정안정화 준칙은 재정운영의 제약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지출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침체기 확장적 재정정책을 돕고 지출의 비용효과성을 높이는 재정전략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기금을 활용한 안정화 준칙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재정환경의 변동성에 맞춰 적정 적립률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의 재정정책이 경기동행적 경향을 가진다는 연구결과는 수입과 지출의 변동성이 크면 클수록 경기침체에 대비해 더 많은 기금 적립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정안정화기금을 운영하는 정부들이 관행적으로 3%, 5% 등의 적립률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재정환경의 다양성으로 인해 모든 정부에 딱 맞는 하나의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조세수입과 지출수요의 변동성 등 재정환경의 변동성에 맞춰 적정 적립률을 설정하는 것이 제도의 효과성을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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