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세법학회-한국국제조세협회, `25년 하계공동학술대회 개최
‘부채이전(debt push-down)’ 거래는 모회사가 일으킨 차입금을 자회사로 이전해 해당 자회사의 세무상 이자비용을 증대시키고 이를 통해 그룹 전체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면서 각국에서 주요 관심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인수합병 거래에서 활용되는 ‘부채이전’ 등의 거래에서 ‘명백한 조세회피’ 의도에서 한 우회거래라면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부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반적 조세회피방지규정(GAAR)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상가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조세회피목적이 명백하게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세법학회와 한국국제조세협회는 1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1층 사파이어룸에서 `25년 하계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김정홍 외국변호사와 조필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부채이전 거래의 과세 문제에 대한 국제적 동향의 검토’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발제자에 따르면 OECD의 BEPS 프로젝트를 전후로 국제적 인수합병 거래에서 인수기업이 차입을 통해 대상회사를 인수하고 그 이자비용을 손금산입하는 ‘부채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납세자와 과세당국 간 분쟁이 계속돼 왔다.
유럽의 경우 부채이전과 이에 대한 대응 입법이 모두 활발히 이루어지고 관련 판례도 많이 나오고 있다. 대체로 영국의 허용되지 않는 목적 기준과 같이 특정 조세회피방지규정(SAAR)으로 규율하거나, 스페인과 같이 일반 조세회피방지규정(GAAR)으로 대응하는 국가도 있다.
최근 유럽재판소는 X BV 판결에서 특수관계자 간 독립기업원칙에 따른 정상이자의 지급에 해당한다하더라도 해당 차입거래 자체의 경제적 합리성이 결여된 경우라면 손금산입이 부인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임으로써 부채이전을 통한 조세회피에 대해 적극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
반면 일본 대법원은 유니버설 판결에서 다국적기업의 조직 재편의 일환으로 발생한 부채이전 거래에 대해, 해당 일련의 거래가 통상적으로 상정되지 않는 순서나 방법에 근거하거나, 실태와는 별개인 형식을 만들어내는 등 부자연스러운 것인지 아닌지, 세부담의 감소 이외에 그러한 조직 재편을 실시하는 합리적 이유가 되는 사업목적 기타 사유가 존재하는지 등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과세당국의 법인세 부과처분을 취소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국법인의 합작 청산과정에서 자사주 매입을 위해 특수관계자로부터 차입한 거래에서 부담한 이자의 손금산입에 대해 실질과세원칙을 작용해 과세한 사건에서 조세심판원은 국세기본법 제14조제3항에 따른 ‘거래재구성’이 부당하다는 결정(재조사)을 내렸다. 이에 대해 발제자는 “이 사건은 거래의 부당성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했으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자는 “이같은 부채이전 거래에 적용될 수 있는 우리나라 세법은 ‘국세기본법과 국조법의 실질과세, 이전가격과세의 실질우위, 과소자본세제 및 소득 대비 과다이자’ 등이 있다”며 “국내에서 국세기본법 제14조의 실질과세원칙은 일반적 조세회피방지규정인 GAAR로 기능하는데 SAAR(과소자본세제 등)와의 관계에 대해 현재 명확한 법리는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규정의 부채이전 거래에 대한 적용시 해석론으로는 SAAR의 적용대상인 거래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GAAR의 적용을 배제하되, 구체적인 SAAR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전체적인 우회 또는 다단계 거래 구조에서 조세회피목적이 명확하고 경제적 합리성이 결여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GAAR가 보충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은총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세제를 믿고 안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들을 개선하거나 시대에 맞게 폐지하는 방식으로 규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승준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는 “그룹 차원에서 사업상 목적이 있더라도, 이자를 지급하는 자회사 수준에서 진정한 의사결정이 없었고, 그룹의 조세혜택을 위해 일정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경제적 합리성이 부인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