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인회계사회, 한국법조인협회, 공인노무사회 등 일부 직역 단체들이 공동으로 ‘세무사법’에 대한 규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세무사업을 무한정 확대하려는 ‘탐욕의 세무사법 개정안’이라며 이례적으로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또한, 개정안이 발의됐을 때는 대한변호사협회, 대한행정사회, 기획재정부 등도 입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세무사법은 왜 모든 직역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며 논란의 중심에 섰을까.

지난해 10월 세무사회는 15개의 세무사법 개정안(시행령 1개 포함) 입법을 추진했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안에는 ‘세무법인 1개사무소 3인설립 허용’, ‘세무사 경징계권 이양’, ‘세무의날 제정’ 등이 담겼고, 김영환 민주당 의원안에는 ‘부담금 행정심판대리 확대’, ‘세무사회 감리근거 마련’, ‘세출검증권 확보’ 등이, 현 국세청장인 임광현 당시 민주당 의원안에는 ‘3인 이상 세무법인 설립’, ‘세출검증에 세무사 포함’ 등이 담겼다.

법안을 낸 세명의 국회의원은 모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다. 세무사법 심사를 담당하는 조세소위원회의 위원이기도 하다. 따라서 본인이 발의한 법안을 본인이 심사하게 된다.

해당 개정안들의 주요 골자는 세무사 직무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세무사는 현재 세무사법에 따라 세무신고, 장부작성 대행 등 9가지 업무만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재 변호사가 담당하고 있는 부담금에 대한 행정심판청구 대리나, 회계사의 업무인 세출검증 업무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타 직역사들은 “업역을 무한정 확장하려는 탐욕의 세무사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변협, 한국공인회계사회 등 뿐만 아니라 청년공인회계사회,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등록회계법인협의회, 중견회계법인협의회, 중소회계법인협의회, 한국공인회계사 감사반연합회, 한국법조인협회, 한국공인노무사회 고문 이완영, 미래를 생각하는 공인노무사 일동 등 각종 단체에서도 성명을 내고 세무사법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제19·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완영 공인노무사회 고문은 “국회의원으로서 두 차례의 의정활동을 수행함에 있어, 입법을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엄정히 추진했다. 그러나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은 특정 직역의 이해만을 과도하게 반영한 ‘사익 입법’으로 보이며, 이는 국회가 지양해야 할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입법이 특정 집단의 로비나 압력에 휘둘리게 된다면, 그 결과는 국민 불신과 제도 붕괴로 이어진다“면서 “국회가 국민을 위한 제도 설계자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특정 직역의 ‘탐욕’에 휘둘린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22대 국회, 세무사법 개정안 발의 3개…무슨 내용이길래?

김영환 의원안(의안번호 2204755)에는 특히 ‘세무대리’라는 조문을 삭제해 회계사, 변호사 외에도 다른 직역단체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세무사는 납세자의 조세상담 및 대리업무를 담당하는 직업으로 규정돼 있는데, ‘세무대리’ 조문을 삭제하는 것은 세무대리로 규정하는 근본적인 입법취지를 부인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직이라는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감정평가사 등은 각자의 법에서 해당 직역의 도입취지와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자격사’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김영환 의원안에는 ‘모든 부담금’에 대해 행정심판청구 대리를 할 수 있도록 확대하고 있다. 현행은 개발부담금에 한정해 세무사의 대리가 가능한데 이는 조세와 같이 운영된다는 측면에서 인정되고 있지만, 나머지 조세와 무관한 부담금에 대해서 행정심판 대리권을 부여하면 비변호사의 법률사무 수행을 허용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 대한행정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 타 직역사의 반대기 이어지고 있다.

또한 김영환 의원안과 임광현 의원안(의안번호 2204996)에는 회계사의 업무인 지자체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검증업무도 할 수 있도록 업역을 확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회계에 관한 감사, 증명 등 업무’는 법에서 공인회계사의 업무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실질적으로 회계사 고유 업무인 감사, 증명 등을 하게 된다. 이 개정안은 회계사들이 강력 비판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김영환 의원안의 ‘조세에 관한 신고를 위한 장부작성의 대행’ 부분을 ‘조세에 관한 신고‧공시를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부 작성 대행 및 진단’으로 변경하는 내용도 회계사들의 반대가 있다. ‘공시를 위한 장부 작성 업무’는 공인회계사가 수행하는 고유직무이며, 재무상태 진단업무는 ‘건설산업기본법’ 등 개별 법령에서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해 해당 업무를 허용한 것으로 세무사의 고유직무에 해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세무사 직무가 세무대리 외의 업무로 무한정 확장 해석되는 점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전문자격사’ 제도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타 전문자격사와의 업역이 충돌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이와 관련해 세무사회는 “세무사제도 선진화를 위한 세무사법 전면개정으로 세무사의 공공성을 뒷받침하고 국민생활과 기업활동 현장의 전문가로서 국민이 진정 원하는 세금제도를 실현시키겠다”고 밝혔다.

한편, 세무사법 개정안은 10일 국회 조세소위에서 심사될 예정이다.

[세무사법 개정안 비교(표)]
[세무사법 개정안 비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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