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국가기록원의 ’76년 입법자료까지 찾아내고 국가간 정보교환 등 총력 대응
대법원 판례가 33년 만에 뒤집히며 국내 미등록 특허에 대해 지급하는 사용료를 국내원천소득으로 과세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8일 SK하이닉스가 이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환송했다.
이날 대법원은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관한 사용료라도 그것이 그 특허권의 특허 기술을 국내에서 제조 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하는 데 대한 대가라면 국내에 원천을 둔 소득에 해당한다”며 “한미 조세 협약에 의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원천지국으로서 세금을 매길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사용료가 단지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특허 기술이 국내에서의 제조 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됐는지 살피지 않은 채 곧바로 국내의 원천을 둔 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한미 조세 협약상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사용료의 국내 원천소득 해당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에 국세청(청장 임광현)은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의 국내원천소득 해당 여부에 대한 소송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를 거쳐 국가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았다며 이번 판결에 따라 `92년 이후 33년간 유지되던 대법원 판례가 변경됐다고 밝혔다.
국내 미등록 특허는 국외에서 등록됐지만,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을 말한다.
현재 우리 기업이 미국에만 특허를 등록하고 국내에는 등록하지 않은 특허를 보유한 미국 기업에게 특허 사용의 대가를 사용료로 지급하고 있다.
한·미 조세조약 상 사용료에 대해서는 특허 등의 ‘사용’에 대해 사용료를 지급한 국가에 원천을 둔 소득으로 취급다. 즉, 특허를 사용하고 그 대가를 지급한 국가가 원천지국으로서의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동안 국세청은 우리 기업이 제조 등의 과정에서 미국 기업의 특허 기술 등을 사용하고 대가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에 따라 이러한 국내 미등록 특허에 대한 사용료를 국내원천소득으로 보아 왔다.
그러나 법원은 특허속지주의 법리에 따라, 국내 미등록 특허는 한․미 조세조약상 원천지국 과세권 행사의 전제인 우리나라에서의 ‘사용’을 상정할 수 없으므로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라고 판단해 왔다.
특허속지주의란, ‘특허는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유효’하다는 내용의 특허 보호에 관한 법리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를 국내원천소득으로 인정받게 됐다.
◆ 국세청, 1979년 한-미 조세조약 체결과정 추적 등 과세권 행사위한 노력
국세청은 국내 원천지국 과세권 행사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 장기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국세청은 특허의 ‘사용’에 대한 법인세법 개정 이후의 사업연도에 대한 소송에서도 패소한 이후, 본청과 지방청을 포함한 미등록특허TF를 구성해 체계적으로 대응했다.
법인세법 개정은 특허권의 국내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국내 제조 과정 등에 사용됐다면 국내 ‘사용’으로 본다는 내용(법인세법 제93조 제9호, 2008.12.26.개정분)이다.
국세청은 TF를 통해 국제조세 전문가,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 등 맞춤형 소송대리인을 선임하고 내부 변호사, 소송수행자 등과 본청이 협의해 대응 논리를 보완하고 논리에 부합하는 증거자료를 수집했다.
지난 1979년 발효된 한·미 조세조약의 체결과정을 추적해 50년이 다 되어가는 1976년 당시의 입법자료를 찾아 내기도 했고, 이를 바탕으로 조세조약의 문맥 해석에 대한 새로운 대응논리를 마련해 제출했다. 당시 우리 국회가 사용료는 ‘대가를 지급하는 국가’에서 원천징수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한·미 조세조약을 비준한 것으로 해석되는 자료와 논리 등을 법원에 제출한 것.
또한, 국가간 정보교환 등의 제도를 활용해 우리와의 조약체결 상대국인 미국에서도 특허의 등록지 기준이 아닌 실제 사용지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자료와 관련 학술자료 등을 상세히 수집해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이번 판결에 대해 ‘국제조세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중요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국내 미등록 특허에 대한 국내 과세권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것은 국가재정 확충이라는 국세청의 근본 사명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불복 등의 세액만 추산해도 4조원을 넘어서는 규모인데 판례 변경이 되지 않았다면 모두 국외로 지급되어야 할 세금이다. 우리 기업들의 특허 사용료 지급은 현재 불복 중인 사업연도 이후에도 계속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수십조원의 세수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