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한국의 과세권 행사로 향후 '국제적 분쟁' 가능성 우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18일 SK하이닉스가 국세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승’ 취지의 판결을 내리며 국세청의 ‘조 단위’ 과세 길이 열리게 됐다. 세수가 부족한 현 상황에서는 희소식이지만, 반도체, 자동차, IT, 제약 등 외국 특허를 사용 중인 업계에서는 향후 세무조사 등으로 추징세액이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세청이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세무조사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대기업은 모두 관련이 있는 사안인 만큼 국제조세 분야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됐다. 국내에서 제품 생산 시 외국 특허를 쓰는 기업들은 앞으로 한국에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의 과세권 행사로 인해 향후 국제적 분쟁으로도 번질 수 있을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도 있다.
이번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 과세’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어떤 내용일까. 요약하면, 우리 기업이 해외 기업에 낸 특허 사용료에 대해서도 세금을 매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해외에만 등록된 특허의 경우 국내에서 과세가 불가능하다고 본 것을 뒤집은 판결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13년 12월 반도체 관련 특허권을 보유한 미국법인과 특허사용계약을 맺고 5년간 매해 160만달러를 사용료로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이에 따라 이듬해 첫 사용료를 지급할 때, 특허 사용료 소득에 대한 법인세 3억1000만원을 원천징수해 세무서에 납부했다.
그리고 SK하이닉스는 세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한-미 조세조약에 따르면 특허가 등록된 나라인 미국이 과세권을 가지고, 한국은 과세권이 없기 때문에 돌려달라는 것이다.
1, 2심도 모두 SK하이닉스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3년 만에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관한 사용료라도 그것이 그 특허권의 특허 기술을 국내에서 제조 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하는 데 대한 대가라면 국내에 원천을 둔 소득에 해당한다”며 국세청의 과세권을 인정했다.
대법원 판례가 뒤집힌 것도 큰 사건이지만, 특허속지주의에도 불구하고 세금에서는 실제로 기술이 사용된 장소가 중요하다고 보면서 한국의 과세권을 넓힌 판결이 됐다. 국세청도 ‘국제조세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중요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불복 등 세액만 추산해도 4조원을 넘는 규모다. 장기적으로는 수십조원의 세수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은 향후 기술 사용료 계약을 할 때 세금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지급해야 할 기술사용료 관련 충당 부채만 2조1369억원이다. 이처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반도체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와 같이 자동차 생산업체,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쓰고 있는 바이오·제약업체 등 기술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곳들에 대한 과세문제가 새롭게 세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