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6월 김대중 정부 두 번째 국세청 수장이었던 고 안정남 국세청장은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면서 오랫동안 국세청에 자리 잡아왔던 연고지 인사를 혁파했다. 이주석 국장(전남 강진)을 부산국세청장에, 이재광 기획관리관(대구)을 광주국세청장에 배치했다. 이른바 ‘향피제’ 인사였다.

1일 임광현 국세청장이 26년 만에 그 향피제를 들고 나왔다. 완전한 한국형 향피제가 아닌 반쪽짜리였지만 향피제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부산국세청장에 전남 신안 출신의 강성팔 국장을, 광주국세청장에는 비호남 출신(충북 충주)의 김학선 대전청 국장을 배치했다. 교육원장으로 발령난 김진우 국장을 광주로 보냈다면 완전한 국민통합을 위한 한국형 향피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올뻔했다.

광주국세청장에 비호남 출신이 임명된 것은 ‘99년 이재광(대구), 2005년 이명래(강원), 2008년 김기주(강원) 이어 네 번째다. 또 부산국세청장에 호남 출신이 임명된 것은 `99년 이주석 씨 이후 26년 만이다. 부산의 稅心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어 이번 고공단 인사에서는 7개 지방국세청장직에 대구·경북(TK)출신은 전무했다. TK 몰락의 전조쯤으로 읽혔다. 그나마 이성진 국장(부산)이 차장으로 임명되면서 TK출신은 아니지만 모양새는 갖췄다는 평이다.

이와 함께 고공단 인사에서 TK 출신들이 조사 분야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수도 서울의 대기업들에 대한 조사를 지휘하는 서울국세청장이었던 정재수 전 서울청장의 퇴직과 함께 조사1국장이었던 양철호 국장은 본청 정보화관리관으로 빠졌다. 또 검찰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장이었던 김진우 국장은 제주도에 위치한 국세공무원교육원장으로 밀려났다. 서울청장에는 전남 나주 출신의 김재웅 국장이, 서울청 조사1국장에는 김승민(충북) 부산청 징세국장이, 조사4국장에는 이성글(전남) 서울청 징세관이 배치됐다.

이 같은 TK출신들의 조사 분야 배제는 한창목(경북)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장이 본청 국제조세관리관으로, 지성(경북) 서울청 조사2국장이 국세청 대기로, 박병환(경북) 중부청 조사2국장이 중부청 성실납세국장으로 옮기면서 완성됐다. 그나마 고공단이 아닌 부이사관 자리이긴 하지만 강동훈(대구) 대구청 조사1국장이 부산청 징세국장으로 빠진 자리에 김준우(대구) 본청 역외정보담당관을 배치해 TK 출신의 조사 분야 싹쓸이라는 지적은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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