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말 국세청 고위직 인사의 최대 관심 포인트는 단연 임광현 서울지방국세청장의 거취다. 그간 국세청 인사패턴상 그에게는 두 갈래의 길이 존재하는 모습이다.
한 갈래는 현 체제에서 유일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자리인 국세청 차장으로 올라가느냐, 다른 한 갈래는 국세청 인사 전통에 따라 후배들에게 승진의 길을 열어주며 명예롭게 퇴직하느냐다.
사실 지난해 9월 임 청장의 서울청장 임명을 둘러싸고 이런 저런 궁금증이 많이 돌았다. 그가 쟁쟁한 선배 기수들을 모두 제치고 서울청장에 발탁되면서였다.
임 청장 개인의 영역으로 좁혀 보면 남아도 문제, 떠나도 문제다. 그가 남아 다음 정권 출범 이후 국세청장 후보자로 거론된다 해도 정권 교체가 되던 그렇지 않던 새 정부에서 중용되기란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점에서 미련 없이 떠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런 결과가 예상됐다면 차라리 지난해 1급으로 승진하지 않았다면 공직생활을 좀 더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1969년 출생자(만 52세)인 그는 여전히 한창 일할 나이라는 점에서다.
일단 그가 남는다면 더 이상 서울청장 자리에 있기는 애매하다. 6개월 임기를 연장해 연말에 바꾼다고 해도 그때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명예퇴직해야 한다는 조직 내부의 여론이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국세청 내부에서 움직일 수 있는 자리는 국세청 차장으로 올라가는 방법이 유일한데, 같은 시기에 부임했던 이들(문희철 국세청 차장, 임성빈 부산지방국세청장 등)은 내보내면서 그만 남긴다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으며 이는 사실상 그가 ‘차기 국세청장 후보’로 확실한 인정을 받음과 동시에 국세청 내부의 ‘힘의 균형’이 그에게로 쏠리는 엉뚱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상명하복이 분명한 국세청 조직문화를 감안한다면 결국 인사결과에 조직원들은 승복하겠지만, 심리적 저항이 남아 조직 분위기가 어수선하게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 만한 능력과 경륜을 갖춘 인재도 드물기 때문에 국세청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위해 그가 좀 더 조직에 남아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은 그의 지원군이다.
한편 국세청의 인사구도가 순전히 내년 새정부 출범 이후를 염두에 둔 방향으로 짜여 진다면, 이번 인사에서 임 청장보다 더 주목해야 할 인물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창기 현 중부지방국세청장이다. 비록 6월말 기준으로 재임 6개월에 불과하지만 TK출신(경북 봉화)인 김 청장은 임 청장의 후임으로 꽤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정권 교체를 대비해 해당 정권과 지역적 색깔을 공유할 수 있는 인물들을 다양하게 배치해 두는 것이 내부승진 전통 계승에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세청은 그간에도 정권 교체시기엔 보이지 않게 이런 구도를 준비하기도 했다.
물론 12월말 인사를 통해 현재 본청 국장급으로 재직 중인 TK출신 간부를 1급으로 승진시킬 수도 있다. 이번 6월말 인사타이밍을 활용, 김 청장을 포함해 영호남 출신 인물을 적절히 배치해 놓으면 굳이 12월말 인사가 필요 없어져 정권말까지 조직 분위기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이런 점에서 6월말 교체대상인 임성빈 현 부산지방국세청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그의 행보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전언도 있다. 부산청장에서 서울청장으로 영전한 케이스가 없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 또한 현 정부의 ‘적자(경남고 출신)’ 중 한명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
어찌됐든 이번 6월말 인사는 최종 인사권자인 청와대와 김대지 국세청장 입장에서 꽤나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