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올 상반기 과장급 인사를 실시하면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이들을 본‧지방청 주요 직위에 발탁했다’고 밝혔다.
▶분야별 전문가 발탁?
그러면서 이번에 발표된 인사중에서 한경선 본청 납세자보호담당관, 박근재 본청 조사기획과장, 이태훈 본청 세원정보과장, 강영진 서울청 조사1국1과장, 이상걸 서울청 국제조사관리과장 등 5명을 콕 집어 분야별 전문가여서 발탁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설명은 ‘관련 분야 경력이 많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우수인력’이라며 주요지위에 발탁했다고 했다는 것.
본청 조사기획과장으로 임명된 박근재 과장의 경우, 프로필을 살펴보면 2014년 통영서장, 2015년 중부청 법인신고분석과장, 2016년 용인서장, 2017년 외교부 파견, 2020년 본청 납세자보호담당관 등을 역임했다. 최근 7년간 조사파트에 근무한 경력이 없다. 청장을 보좌하다가 본청 조사기획과장으로 전격 발탁된 것이다. 많은 직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또한 감찰담당관의 경우, 강영진 감찰담당관이 서울청 조사1-1과장으로 가고 윤창복 국세청 조사1과장이 감찰과장 자리로 이동했다.
강영진 과장은 국세청 조사2-1, 서울청 조사1-1, 중부청 조사4-2, 중부청 조사1-국조, 서울청 조사4-2, 서울청 조사4-조사관리과장 등 조사파트에서 오랜기간 근무한 엘리트 조사요원인데 갑작스럽게 감찰과장직을 맡다가 과장급 최고요직인 서울청 조사1국1과장으로 이동했다. 제자리를 찾은 모양새다. 반면, 윤창복 과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에서 돌아와 국세청 조사1과장 이후 감찰과장으로 옮겼는데, 민정수석실에서 곧바로 감찰과장직으로 보냈으면 좋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의 후평이 전해지고 있다.
▶비고시들의 비애(悲哀)?
이와함께 이번 인사에서 세대 출신이 본청으로 전입하기가 더욱 힘들어지면서 갈수록 '행정고시 천하'가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본청으로 들어온 7명의 과장 중 행시는 5명인데 비해 비고시는 2명이었다. 그 중에서도 세무대학 출신이 1명, 7급 공채가 1명이었다. 비고시 출신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국세청 조직이지만 결국 고위직으로 향하는 관문은 비고시들에겐 높기만하다는 푸념이 많다.
김대지 국세청장이 취임 당시 ‘비고시 직원이 빠르게 갈 수 있는 트랙을 만들어보겠다’고 했으나 결국 많은 비고시 출신 국세공무원들에게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인사라는 평이다.
▶본청 조사국에 세무대 출신 명맥 끊기다
뿐만 아니라 이번 인사에서 본청 조사국에 세무대학 출신들의 명맥이 끊기면서 그 아쉬움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현재) 본청 조사국 과장급 프로필을 살펴보면, 그동안 국세청 조사국에는 세무대학 출신의 과장이 반드시 유지돼 왔으나 이번 인사를 통해 세무대학 출신이 사라지게 됐다.
2017년 상반기 이호석 국제조사과장(세대3), 구상호 세원정보과장(세대3), 김진우 조사1과장(세대6), 김운섭 조사2과장(세대1) 등 4명의 세대출신이 있었으나, 2017년 하반기 채정석 조사1과장(세대2), 김진호 조사2과장(세대3) 등 2명으로 줄고, 2018년 상반기 채정석 조사1과장(세대2), 김진호 조사2과장(세대3), 2018년 하반기 김진호 조사1과장(세대3), 백승훈 조사2과장(세대4), 2019년 상반기 김진호 조사1과장(세대3), 백승훈 조사2과장(세대4)까지 계속해서 2명을 유지했다.
그러다 2019년 하반기 백승훈 조사1과장(세대4)으로 1명으로 줄었다가, 2020년 상반기 백승훈 조사1과장(세대4), 한경선 조사분석과장(세대6) 2명으로 늘었으나,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세대 6기 출신의 한경선 조사2과장만이 홀로 명맥을 이어오다 이번 과장급 인사에서 본청 납세자보호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기며 세대출신이 단 한명도 없게 된 것.
이번에 본청 조사국으로 새로 입성한 이들은 박근재(75년, 충북 제천, 행시46, 성균관대), 김승민(69년, 충북 옥천, 7급공채, 한양대) 과장이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또 2만1000명 중 60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국세청의 가장 큰 조직인 서울국세청의 경우 청장을 보좌하며 살림을 꾸려나가는 운영지원과장 직마저 대다수 비고시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비고시 출신의 과장을 기대했으나 이 마저도 행정고시 출신이 임명되면서 비고시들은 ‘우리 설자리는 어디냐’며 진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