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편한 전자신고를 하고 ‘세액공제 보전’ 받는 세무사도 ‘서민’일까?

[사진출처: 국회 기자회견 영상-2024-08-29 10:40 2024 세법개정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오세희 의원]
[사진출처: 국회 기자회견 영상-2024-08-29 10:40 2024 세법개정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오세희 의원]

최근 정부의 세법개정안 중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안이 발표되면서 세무사 업계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을 중심으로한 정치권에서도 ‘서민 증세’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는 정말로 서민 증세에 해당하는 것일까.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전자신고 방식으로 과세표준을 신고하는 자에게 종합소득세, 법인세, 양도소득세(한시)는 2만원, 부가가치세는 1만원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이다. 세무대리인은 300만원, 세무법인은 750만원 공제 한도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세무대리인은 납세자의 세무신고를 전자적 방법으로 대리해 준 대가로 연간 개인 세무사는 연간 300만원, 세무법인은 750만원의 혜택을 받는다.

즉, 세무사가 납세자를 대신해서 신고하면 그 혜택은 세무사가 받는 구조다. 물론 납세자가 직접 하면 납세자가 받는다.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는 전자신고유도를 위해 한시적으로 지난 `04년 도입했다. 신고서를 수기로 작성하여 우체국으로 가서 우편 신고를 하거나, 세무서를 직접 방문하여 서면으로 제출하던 것을 회계프로그램으로 작성된 신고서를 국세청 홈택스에 전자신고를 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해외에서는 1~6년 한시적으로 운영했지만 우리나라는 폐지하지 못하고 20년을 연장해 왔다.

한해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하기 위해 정부가 또다시 폐지안을 공개하면서 한국세무사회는 역시 '반대'한다는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세액공제가 사라지면 납세자의 납세 협력에 대한 지원 세제가 아예 사라지는 것이라며 오히려 공제 한도를 올릴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납세자들은 법인이든 개인이든 인터넷을 쓰지 않거나 핸드폰이 없거나 컴퓨터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오히려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하면 신고서를 서면으로 제출해서 행정비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최근의 젊은 세무사들은 오히려 컴퓨터를 활용하는 것이 편하다고 한다.

이와관련 한 세무사는 "종이에 써서 들고 세무서까지 찾아가서 직접 신고하라고 하면 거꾸로 전자신고를 하자고 난리가 날지도 모른다. 우편으로 보낸다고 하더라도 우체국을 방문해야하고, 등기 등 우편비용이 부수적으로 발생한다"면서 "그간 세무대리인들은 전자신고세액공제 혜택을 톡톡히 보아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납세자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대기 없이 홈택스로 편하게 할 수 있는데 일부러 따로 시간을 내서 세무서로 찾아가 신고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이를 위해 국세청에서 각종 서비스를 내놓았고 미리채움, 모두채움 서비스 등으로 전자신고가 수기 신고보다 훨씬 편해졌다. 정부가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하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2년 기준 전자신고율은 원천세 99.7%, 법인세 99.6%, 종합소득세 99.5%, 부가가치세 97.1%이다. 세액공제로 인한 조세지출 규모는 `23년 2010억원으로 연간 2000억원 이상의 세수가 줄어든다.

즉 전자신고율이 100%에 육박하면서 정책 목적이 달성돼 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는 10년 전인 박근혜 정부에서부터 추진됐고,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회에 법안이 꾸준히 제출됐지만 세무사회 등 업계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고, 오히려 의원입법(유승희 민주당 의원안)으로 상향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도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추진하지만 이번에는 국세청 출신의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민 증세’라며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또 박홍근, 오세희 의원도 지난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신고세액공제를 받는 ‘세무사’들은 과연 서민일까.

법인세나 부가가치세의 경우 일반 근로소득자가 아닌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이 내는 세금이다. 물론 매출이 적은 가게도 있지만 부동산 임대사업자 등등 모두가 서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가 반드시 ‘서민 증세’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소득세 전자신고의 경우 건당 2만원을 공제받으므로 서민이 받는 혜택은 2만원이라 할 수 있다. 사업자의 경우 법인세, 소득세, 부가세 등 5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개인 세무사는 연간 300만원을, 세무법인은 연간 750만원의 혜택을 받게 되므로 서민 증세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원천세의 경우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22년 기준 개인 세무사가 신고한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은 3조2091억원, 신고 건수는 1만38건이었다. 즉 세무사 1인당 3억1965만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세무법인의 경우 과세표준은 3조4665억원, 신고 건수는 4218건으로, 평균 8억218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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