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는 세율 완화하고, 상속세는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중장기적으로 법인세와 상속세 및 증여세는 ‘단순화’하고, 부가가치세는 5%p 인상하며, 소득세는 세율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세무학회(회장 최원석)는 19일 서울대학교 SK경영관에서 `24년 추계학술발표대회를 열고, 발제자들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우리나라 조세정책의 중장기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법인세의 중장기적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한 윤성만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먼저 법인세 체계의 문제점에 대해 다단계 초과누진체계를 지적했다. 법인세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다단계 세율체계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조세형평성의 제고 효과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는 것. OECD 국가 중 5단계를 적용 중인 코스타리카를 제외하고 우리나라만이 유일하게 4단계 초과누진세율을 적용 중이라고 세계적 추세와 비교했다.
또한, 일반세율과 최저한세율 간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세법에서는 과세표준 2억원 이하는 9%의 세율을 적용하도록 돼 있는데, 조세특례제한법상 최저한세율의 일반기업 과세표준이 100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10%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정부의 조세지출항목의 일몰 심층평가 분석과 무관하게 정치적 합의에 따라 일몰연장되거나 신규도입되는 항목이 다수 존재하고 있고 `11년 기준 법인세수의 11%가 조세감면액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인 입장에서는 조세정책 이행여부에 따라 조세부담 11%가 달라짐과 동시에 이는 ‘세수 오차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다양한 과세특례제도는 법인의 조세회피 수단을 풍부하게 하는 결과를 갖고 온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윤 교수는 법인세율을 단일세율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한 단일세율 체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도 설명했다. 호주, 캐나다, 프랑스, 일본, 벨기에 등 16개국이 중소기업과 일반기업을 구분한 단일세율체계를 도입 중이다.
또한, 조세지출항목을 단순화하는 방안과 함께 최저한세율 제도를 폐지할 것도 함께 제시했다. 최저한세 제도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국(캐나다, 헝가리, 라트비아, 룩셈부르크)이 운용 중이다.
특히, 윤 교수는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세무대리인이 주도해 전자신고율 제고에 대한 보상하는 관점이 존재한다며 ‘납세협력지원세제’로 이름을 바꾸고 전자신고율이 아직 낮은 양도소득세는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소득공제→세액공제로 전환, 세수 증대를 위한 조치였다…‘근로소득자’의 세수 증가
소득세제도의 개편방안에 대해 발표한 정지선 서울시립대 교수는 먼저 소득세 과세단위의 문제점으로 재산형성에 있어 부부 공동 공헌을 배려하지 못하고 있고, 재산분할청구제도 및 상속에 있어 기여분제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며, 실질과세 원칙 및 부부의 생활실태에 부합하지 않고, 소득의 인위적인 분산을 초래해 과세형평이 침해받고 행정비용이 증가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단위주의와 부부 단위 합산분할주의(2분2승제) 중 납세의무자가 선택하는 방법을 적용하도록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소득종류간 과세 형평성 문제점으로는 ‘근로소득세’의 경우 종전의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실질적으로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소득세수는 `12년 45조7669억원에서 지난해 115조8330억원으로 전체 국세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3.57%p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소득세가 전체 국세 중에서 차지한 비중은 37.4%다. 이에 정 교수는 근로소득공제를 실액공제 또는 표준공제 중에서 근로소득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표준공제 금액도 일정 부분 상향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소득공제를 적용할 때 고소득자가 과도한 혜택을 받는 것을 방지했기 때문에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은 세수 증대를 위한 조치로 볼 수밖에 없다며 기부금의 경우 세액공제로 전환한 후에는 기부 자체가 줄었다고도 지적했다. 따라서 보험료, 의료비, 기부금 등 소득공제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연금소득세 개선방안으로는 과세기준인 연 1200만원을 현실적인 생활비에 맞게 조정이 필요하고, 물가상승률에 맞춰 주기적으로 조정돼야 하며, 과세기준과 세율구조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소득세’의 경우 현재 논란이 많은 제도이고, 주식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며, 기업의 자본조달과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 증시 부양이 필요한 만큼 금투세는 폐지하고 주식 양도에 대한 양도소득세 보완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종합소득세’의 경우 소득세율이 8단계 누진구조인 점, 개인의 소득세 부담이 높은 점 등을 이유로 들어 누진도와 최고세율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도소득세는’ 너무 복잡하므로 단순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중과세율의 경우 조세가 아닌 제재의 성격인 만큼 세율은 50%를 넘지 않도록 하고 다주택자 중과세율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1세대 1주택 적용 요건을 거주기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도 덧붙였다.
◆ 부가가치세 15%로 인상, 그 전에 비효율적인 조세체계 정비해야
부가가치세의 개혁과 쟁점에 대해 발표한 홍순만 연세대 교수는 부가가치세를 현행 10%에서 15% 수준으로 인상하는 대안이 장기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부가가치세 증세 이전에 비효율적인 현재의 조세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순서라고도 말했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가 2020년 전후로 고령인구 비율이 급증해 2050년 전에 일본의 고령화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인구 비율이 증가하면 연금재정과 건강보험, 일반 복지지출의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료비지출 속도가 물가인상률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데, 이 추세로는 세계에서 의료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과적으로 부가가치세 증세가 중장기적으로 사회복지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부가가치세율은 19.32%로 우리나라 10% 세율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 소비세(부가가치세)를 1989년 3%로 처음 도입해 점차 인상을 거듭, 현재 10%가 부과되고 있다. 일본은 국세로 징수되는 소비세수를 전액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일본과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2030년대 초중반 전후로 한국의 재정지출 상황이 일본의 2017년과 유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2017년 사회복지지출 구성을 보면, 노인과 보건 분야 지출이 전체의 79%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의 노인 분야 지출 비중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황이다.
◆ 상속세,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상속세 및 증여세의 중장기 개편방안에 대해 발표한 고윤성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상증세 문제점으로 지속해서 자산가격이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고정된 공제한도가 개정 없이 적용돼 세부담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액이 `00년도 2억328만원에서 작년 7월 기준 12억9490만원으로 535% 상승한 점을 지적했다. 배우자상속공제 한도도 `96년 말부터 지금까지 유지 중이다.
고 교수는 고령화 사회는 부모 세대에서 자녀 세대로의 재산 이전이 매우 중요한 문제인 점, 상속세 인적공제는 배우자, 자녀, 상속개시일 현재 피상속인이 사실상 부양하고 있는 직계존비속과 형제자매인 동거가족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 복잡한 제도가 납세순응도를 저해하고 불필요한 조세행정비용이 발생한다는 점, 고액의 상속증여세로 일부 기업이나 부유층에서 국외로 자본을 유출하거나 해외 거주 등 탈루 조치를 선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에 따른 개선방안으로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공제 한도는 약 2배 상향해야 한다며 상증세의 과세표준 및 공제한도를 정함에 있어서 물가연동제가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1세대에 1회 과세 원칙을 준수하고, 배우자 간 재산 이전에 대한 상증세 부담은 면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증여세 부담을 완화하면 자녀 세대로 재산이 신속하게 이전하면서 경제침체에 활력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대 간 재산 이전을 확대하기 위해 사전 증여재산가액 누적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법도 함께 제시했다.
아울러 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것이 공평하고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공제 대상자를 가족 중심에서 가족 외 기여자, 제삼자 등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복잡한 세제를 단순화해 의사결정과정을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