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 의미 있던 국세청 과세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무엇이 있었을까. 대표적으로는 ‘론스타’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지난 4월 대법원은 론스타 펀드 등 9개 투자단체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에서 대한민국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국세청의 승리로 약 2500억원에 달하는 국고 손실을 막았다.
특히 1심과 2심에서 모두 국세청의 패소였지만 대법원에서 뒤집는 극적인 승소였기에 국세청 내부에서도 대표적인 ‘역전 승소사례’로 기록됐다.
론스타는 지난 `02~05년 외환은행과 극동건설, 스타리스 등을 인수한 뒤 `07~`12년 매각하면서 수조원대 차익을 내면서도 세금은 적게 냈다. 벨기에에 본사가 있어 한국-벨기에 조세조약에 따른 것으로,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은 론스타가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다며 법인세 등을 추가로 부가했다. 론스타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법정 다툼은 8년여간 지속됐다.
두 번째로는 ‘효성그룹’의 불복 사건이 대법원에서 국세청이 완승을 거둔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효성이 마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등 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하면서 사실상 대법원도 국가승 판결을 내렸다.
지난 `13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효성에 대한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조사 결과 `97년 외환위기 당시 효성물산과 동양나이론을 합병시키는 과정에서 수천억 원의 가짜 기계장치로 감가상각하는 방법으로 분식을 실행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효성과 그 오너일가를 검찰에 조세포탈로 고발했다.
효성은 국세청의 세금 부과에 대해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소송비용의 95%를 효성이 부담하며 사실상 국세청이 승소했고 2심도 효성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 불복 사건도 최초 세무조사가 실시된 이후 대법원에서 최종 결정이 나기까지 12년이 소요됐다.
법인세 관련 불복뿐만 아니라 상속·증여 불복에 대한 판결도 있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상속세가 과다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고 구본무 선대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LG CNS 지분 1.12%에 대한 상속세에 대해 국세청과 이견이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4월 구 회장 등이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상속세 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하며 국세청이 승소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의 편법 증여 불복 소송도 사실상 국세청의 승리로 끝났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 이명희 등 한진가 오너일가가 남대문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등 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하며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은 국세청의 과세처분이 적법하다고 봤고, 다만 가산세 부분을 부당가산세(40%)가 아닌 일반가산세(20%)로 부과하는 것이 맞다고 판결했다. 국세청은 대한항공이 `03~`18년 중개업체 3곳을 통해 항공물품을 납품받았는데, 중개업체의 실질적 사업자인 고 조양호 회장이 가족을 공동사업자로 등록한 다음 회사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편법 증여를 했다고 봤다.
또한 한진그룹의 경우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스위스 비밀계좌에서 580억원이 인출된 이후 세금 납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국세청이 한진가 2세들을 상대로 상속세 852억원을 부과한 건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결이 이루어졌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은 조현숙 외 8인이 종로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세 등 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했다. 앞서 고등법원은 소송비용의 55%는 한진가에서 부담할 것을 선고한 바 있다.
국세청의 역외탈세 등에 대한 집중 조사는 또 있었다. 지난 `23년 대법원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과 장남 조현식 고문이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하며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청이 지난 `18년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외은행에서 금융소득이 발생했음에도 종합소득세 신고를 고의로 누락한 것을 확인해 종소세를 부과한 건이다. 법원은 이들 부자가 적극적으로 재산 및 소득의 은폐를 한 것이 맞다고 봤다.
또, 사회적 이슈가 됐던 사건들에 대해서도 여러 판결이 나왔다.
지난 `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착수해 유혁기, 유섬나씨 등에게 증여세를 각각 부과한 바 있다. 유혁기씨는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으로 약 15억원의 증여세를 부과받고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말 서울행정법원은 유혁기씨가 강남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 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하며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던 시기인 `20년, 국세청은 종교단체인 신천지예수교회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신천지뿐만 아니라 유관단체 등도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이 중에서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은 서초세무서에 법인세 등 부과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2월 사실상 패소했다. 당시 HWPL은 신도들에게 DVD를 판매해 수익사업을 영위하고도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을 내지 않았고 신천지와 이만희 총회장 등으로부터 30억원을 증여받고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빗썸과 코인원 등 가상자산거래소에 부과된 기타소득세를 모두 취소하라는 판결도 있었다. 국세청의 완패였다. 지난 `18년 서울청 조사4국은 빗썸코리아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실시해 800억원 대의 기타소득세를 부과했는데, 심판원에서 과세에 문제가 있다는 결정이 나왔고 법원도 사실상 빗썸 측의 손을 들어줬다. 코인원도 같은 내용으로 기타소득세가 부과됐지만 법적인 과세 근거 규정이 없다며 소송을 냈다. 이후 정부는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해 과세대상에 포함하고, 외국인 거래에도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했다.
지난 `15년 담뱃세 인상 과정에서 재고를 조작해 개별소비세 부과처분을 받은 필립모리스도 대법원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지난 `23년 7월 대법원은 한국필립모리스가 이천세무서와 금정세무서를 상대로 낸 개별소비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법에 돌려보냈다. 당시 감사원은 담배회사에 대한 감사를 벌여 결과를 국세청에 통보했고, 서울청은 법인통합조사를 실시해 약 1000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1, 2심은 필립모리스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담뱃세 인상 차익을 얻기 위한 행위가 맞다고 보고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