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국회 영상회의록 11월 10일 2025년 세법개정안 토론회]
[사진: 국회 영상회의록 11월 10일 2025년 세법개정안 토론회]

여야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25%에 공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무리한 고배당을 유도하는 것은 오히려 기업경영이나 우리나라의 장기적 성장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학계의 비판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한 `25년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무조건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과, 오히려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충돌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저희 당 입장은 배당 성향 조건 없이 무조건 배당소득은 분리과세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너무 복잡한 조건을 두게 되면 해당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자본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조건 없이 분리 과세해야 한다. 여당도 25% 최고세율 의견이 나와 있기 때문에 저희 당 법안과 수렴하고 있어서 약간의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차규근 “5년간 2조 넘는 세수 줄이며 도입하는 것이 타당한가”

그러나 소수 야당과 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셌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정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통해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해 국민의 자산형성을 지원하고 경제 선순환을 제고한다는 입장이나 실제 효과는 불확실하고 부작용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우리나라 기업의 낮은 배당 성향은 배당소득세율보다는 우리나라 특유의 소유-지배 괴리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25년 기준 3.7%에 불과하지만 계열사를 통한 내부지분율은 55%를 넘는다. 배당으로는 실익이 적으니 세금 깎아줘도 배당 늘릴 이유가 없다. 지분 3.7%밖에 안 되는데 배당 왜 늘리겠나”라고 말했다.

차 의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도입에 그치지 않고 세율을 25%까지 낮추자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지난 주말에는 정부·여당 공감대 이뤘다는 기사도 나왔는데, 확인해 본 결과 세율을 25%로 낮출 경우 세수는 약 4600억원 감소한다. 향후 5년간 누적 감세 규모는 2조3500억원에 달하는데 2조원 넘는 세수를 줄이면서까지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건전성 주장하는 분들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기존에 배당하지 않았던 기업에게 배당 늘리는 유인이 되기보다 이미 고배당을 해온 금융권에 특혜 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세수만 줄어 이재명 정부의 재정운용을 제약하고 개혁 발목을 잡을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차 의원은 대안으로 ‘차등배당조건부 분리과세제도’를 제안했다. 지배주주가 자신의 배당 일부를 일반 주주에게 더 양보할 때 세제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가족 간 조세회피에 악용되지 않도록 가족간 차등배당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안이다.

또한 차 의원은 “공정한 세제라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할 때”라며 “배당은 규모 크지 않지만 어떤 소득부다도 최상위 소득자에게 쏠림이 심한 소득이다. `23년 귀속 배당소득금액은 30조원으로 10년 새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상위 0.1%가 전체 배당소득의 46%를 차지하는 고소득 쏠림이 큰 소득”이라고 설명했다.

박영삼 고려대 노동데이터센터장의 ‘배당금은 최상위 소득층에 집중 배분되고 그것이 최상위층의 주된 소득원이 된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소득분배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평가했음을 언급하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소득과 자산불평등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천하람 “아마존, 테슬라, 구글은 배당하지 않아도 엄청나게 주가 상승 중”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역시 여야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25% 합의 소식을 언급했다. 천 의원은 “배당을 많이 하는 것이 절대 선이 아니다. 어떤 기업은 투자를 많이 하는 게 필요 어떤 기업 배당이 더 필요한데, 이는 상황에 맞게 경영진과 주주가 정해야 하는 거지 오히려 그에 맞춰서 배당 사이클이 왜곡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 의원은 “기업 상황에 안 맞게 무리하게 배당했다가 왜곡 발생할 수 있다”며 “아마존, 테슬라, 구글은 배당하지 않아도 엄청나게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우리 여의도와 과천, 세종에 앉아 있는 사람이 몇 % 배당해야 혜택을 주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주식시장의 왜곡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정세은 교수 “지금 20대가 주식 투자해서 100세까지 배당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세제가 맞냐”

정세은 충남대 교수도 “최근 주가가 오르고 있는데 왜 오르냐, 관세 협상 잘되고 경제성장률 올라갈 거 같고 AI 반도체 주문도 늘어났고 상법 개정됐고 이처럼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되면 밸류업이 된다”면서 “무리하게 고배당하라고 배당소득에 감세를 주면 그 혜택을 누가 보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정 교수는 “사실 단기에 기업의 이익을 뽑아가고자 하는 대주주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고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바람직한 거냐”면서 “지금 20대가 주식투자해서 100세까지 사망할 때까지 유지해야 하는데 1~2년 사이에 이익을 뽑아갈 수 있는 세제를 도입하는 것이 우리나라 장기적 성장에 도움이 되느냐를 생각해 보면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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