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신고확인제도가 도입된 지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수많은 반대와 논란 끝에 시행됐지만, 현재 성실신고확인제는 납세자와 세무대리인, 과세당국 모두에게 매우 익숙한 제도로 정착됐다. 특히 도입에 부정적이었던 세무사들에게도 이제는 떼어놓을 수 없는 ‘큰 소득원’으로 자리 잡게 됐다.

성실신고확인제는 현금영수증 의무발급제도 도입 후 추진된 것이다. `11년 4월5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빛을 보게됐다. 당시 정부가 현금영수증발급제도를 시행하자 매출액의 상당액이 노출됐고, 대신 사업자들은 가짜비용처리를 해서 소득금액을 줄이려는 시도가 늘어났다. 이에 정부는 일정 금액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는 개인납세자의 성실한 신고를 위해 세무대리인으로부터 확인받게 하도록 하는 ‘세무검증제’ 도입을 시도했다.

2010년을 기준으로 개인사업자는 357만명이었는데, 이 중에서 세무조사를 받는 개인사업자는 3624명으로 전체의 0.1%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99.9%는 탈세하더라도 국세청에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처럼 세무조사로 납세자의 성실신고를 이끌어 내기에는 행정력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납세자가 스스로 성실하게 신고하기 위해서는 세무대리인의 확인받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도입 논의가 시작된 해에는 세무검증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례적이다’라며 변호사와 의사 업계, 현금수입업종에서 격렬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전문직들을 탈세자로 몰아가는 ‘의사 죽이기’아니냐는 비판도 거세게 나왔다. 세무사업계에서마저도 반대를 했다. 이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세무조사의 부정적인 의미로 들리는 ‘세무검증제’는 ‘성실신고확인’으로 이름을 바꾸어 국회를 통과했다.

물론, 국회 통과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기재부가 세무검증제를 `10년 세법개정안에 포함했고, 그해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심사에 들어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됐다.

◆ 전직 국세청장도 반대…“(세무검증할 거면)국세청은 문 닫지 뭐”

반대로 심의에 참여한 대부분의 소위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세청장까지 역임했던 당시 이용섭 의원은 “세무조사가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상 준세무조사”라며 도입에 반대했다. 역대 청장이 조사 비중을 줄이고 있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이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는 일부 고소득자만 세무검증(성실신고확인) 대상이 되는 것이 형평성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조세소위 논의 과정에서 세무검증제도가 헌법소원 대상까지도 될 수 있고, ‘왜 나만 해야 느하냐’는 불평등의 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였다.

또한, 국세청 본연의 탈세자에 대한 조사 권한을 세무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세무대리인에게 떼어주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세무사가 공무원도 아닌데 어떻게 검사하고 증명하라는 것이냐는 비판이었다.

이어 그간 동별로 담당하던 세무행정을 과학화, 전산화해서 세무간섭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인데 세무조사 비율도 매년 줄여가고 있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세청장 출신인 이용섭 의원도 이 부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세무검증제도는 결국 세무사들의 업무가 되는데, 자신들의 주 수입원인 기장대리를 맡기는 고객에게 탈세의 검증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세무검증 자체가 준세무조사에 해당한다는 인식 탓이었다.

◆ 당시 기재부의 생각, “세무조사, 재수 없어서 당했다고밖에 생각 안 해”

이에 대해 정부(기획재정부)는 강하게 반박했다. 세무검증제도는 새로운 세원을 확충하기 위해 시작했고, 특히 우리나라는 고소득 개인사업자의 탈루 수준이 높고 소득 파악률도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현금수입업종이나 전문직 사업장의 수입금액 누락, 가공비용 계산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해왔다. 당시(`09년 5월 기준) 전문직은 27%, 현금수입업종은 47%가 탈루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득의 절반은 숨긴다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의 1~2%가 세무조사 대상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는 10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전체의 0.1%를 세무조사하고 있어서 세무조사 인원을 두배로 늘린다고 하더라도 0.2%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도저히 과표 양성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일부 세무사가 일탈해서 구체적으로 탈세하는 방법이나 안내자 역할을 하는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세무사 간에도 긴장해야 서로 견제할 수 있고, 일부 세무사들이 탈세를 안내하고 단순 기장으로 수수료를 받는 것 외에 세무대리에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며 이 같은 세정문화를 개선하지 않고는 전문직 자영업자의 세원 발굴 및 세수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세액공제 할 돈으로 세무조사를 늘리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세청 세무조사 인력과 예산을 마음대로 늘리는 방향의 세원관리 기능 강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득 탈루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꿔보기 위한 대책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부 고소득자만 대상이 되는 위헌 소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이미 유사한 사항에 대해 합헌이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고, 세무조사와 세무검증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사는 납세자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습득해서 하는 것이지만, 검증은 체크리스트를 통해 정부에게 제시만 하면 된다는 것.

그러면서 당시 기재부 김낙회 기재부 조세정책관은 “이 제도는 세무대리인과 납세자 간에 서로 담합해서 허위 증빙을 통한 비용공제를 단절시키기 위한 방안이며, 세무사에게 책임을 부여해야겠다는 것이고, 세무사업계에서도 정상적으로 세무기장을 하는 세무대리인의 경우 이 제도를 환영하고 있다”면서 “의사나 변호사, 현금수입업종이 왜 반대를 하는지 한번 생각해봐 달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마지막으로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세액공제를 100만원 한도로 시행할 때 200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데 반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게 되면 1700명이 투입돼 1000억원대의 돈이 들어가게 돼 사실상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세무검증이 효과가 크다고 주장했다.

결국 논의 과정에서 ‘검증’이라는 말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로 이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성실신고확인제도’ 등으로 제도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면서 조세소위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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