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상대로 연봉을 물어서 반응을 중계하는 어떤 유튜브를 보다 “성실신고대상 한의사에요”하는 말에 귀가 번쩍했다. “나 돈 좀 버는 한의사입니다”로 들렸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연매출 5억원 이상이 ‘성실신고확인’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가상승 때문인지 화폐가치 인플레이 때문인지 잘 모르지만 개인사업자 가운데 연매출 5억원은 흔한 말로 널렸다. 사(士)자가 들어가는 대부분의 전문자격사들은 해당될 것 같기도 하고 상시종업원이 5인 이하인 개인유사법인을 합하면 그 숫자가 상당할 것이란 예상을 해보게 된다. 이는 2011년 도입된 성실신고확인제가 정착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아울러 성실신고확인대상자도 많고 보편화되고 있다는 것은 세무사들의 수익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성실신고확인제도’가 이만큼 정착된 데는 세법에서 당근과 채찍을 잘 조합하여 납세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 준 결과다. 우리 소득세법 제70조의2에서 성실신고확인서(기획재정부 고시 제2012-6호, 2012.4.26.)의 제출을 의무화하고 동법 시행령 133조에서 대상과 방법을 정하고 있다. 법인세법도 제60조에서도 성실신고 확인서 제출을 규정하고 있다.
확인비용에 대해서는 세액 감면(한도150만원)해준다. 쉽게 말해 내야할 세금에서 세무사에게 확인받는 비용의 60% 정도를 감해 준다는 것이다. 성실신고확인서만 제출하면 세금납부기간도 한 달 연장해 준다. 그러나 성실신고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어마무시 한 불이익을 감수해야한다. 성실신고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미신고로 처리하여 미신고가산세와 성실신고확인 서류 미제출 가산세까지 부담하는 낭패를 보게 된다. 싫어도 세무사에게 비용을 지불하란 강제다.
이제 성실신고확인제가 어느 정도 정착되고 있는 단계라면 발전을 위한 과제는 없는지 살펴볼 때가 됐다. 나아가 시행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성실신고확인제가 조세정의에 부합하나이다. 현재의 제도에서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세금을 내야하고 소득 수준에 맞게 공평하게 납부해야한다는 조세원칙 측면에서는 필요성이 인정되는 맞는 제도이다. 그러나 성실신고 확인만으로 성실이 확실히 보장되느냐의 물음에는 확신할 수가 없다. 그래서 조세정의에 다가가기위한 정부의 노력 정도이지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하나 세무사에게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버금가는 권한을 주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물음도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에서 세무대리인들에게 성실신고확인을 강하게 주문할 경우 납세자들에게는 세무조사라는 인식을 줄 가능성이 높다. 궁극적으로 국세청이 노리는 효과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성실신고확인의 기준이 애매모호한 것을 어떻게 풀지도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다음으로 성실신고확인 비용을 납세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합당한가도 논쟁이 되고 있다. 세무대리인의 확인을 받는 비용을 60%정도 보전해 주지만 추가비용과 시간비용도 만만치 않다. 납세자를 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정부의 정책적 목적이 강하므로 확인비용으로 인해 납세비용이 증가한다면 조세정의에도 맞지 않고 후진적 행정이란 지적이 우세하다. 어떤 전문가는 성실신고확인 비용을 국세청이 예산을 확보해서 지급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국세청에서 예산으로 비용을 지불하면 예산심사도 받아야하고 집행에 대한 감사도 받아야하므로 세무대리인들의 부실검증에 엄격히 대처하는 장점이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세무대리인의 성실신고확인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으면 부실검증에 대한 과제가 상존하면서 국세청이나 세무대리인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실신고확인서 제출의무 불이행시 납세자에게 패널티가 정당한가도 생각해볼 과제다. 성실신고확인서류를 제출하지 않거나 성실신고확인 서류에 하자가 있을 경우 사업자에게 가산세 등 프레스가 엄청나다. 정책적 제도라면 납세자에게 불이행에 대한 벌칙보다는 이행 시 보상으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행정학에서의 정설이다. 세무대리인의 성실신고확인서류를 첨부하면 확인비용에 상응하는 혜택을 납세자가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체벌보다는 ‘참 잘 했어요’가 훨씬 인간사회다운 고등적 이라는데 동감한다.
마지막으로 성실과 불성실에 대한 개념의 모호함이다. ‘성실’과 ‘불성실’은 상대적 개념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절대적 성실의 기준도 없고 완전한 불성실의 기준도 없다. 어느 원로세무사가 전하는 성실과 불성실의 차이는 너스레 소리 같지만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금신고에 있어서 성실과 불성실을 좌우하는 것은 ‘걸리면’이란 전제가 절대적이다. 세무사가 전문가로 행세하는 것도 ‘걸리면’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무사가 탈세에 가까운 항목에 대해서도 용감하게 세금을 줄여주고 사업자에게 유능한 전문가 대접을 받는 현실이다. 실제로 영세사업자(복식장부의무자가 아닌) 기장 100건을 하는 세무사의 거래처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경우는 희박하다. 대부분은 사업자의 요구에 의한 경우지만 법으로 금지된 세무사의 탈세상담까지도 국세청에 걸릴 확률은 아주 낮다. 그동안 세무사들의 전성기는 세무행정의 구멍(?) 덕분이었고 앞으로 세무사의 황금기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일갈한다.
세무행정력의 한계가 있는 이상 ‘걸리면’의 확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형법에서 ‘무죄의 원칙’처럼 세법에서는 ‘성실성의 원칙’이 엄연하다. 그래도 성실신고확인서만으로 성실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다. 일부의 악용을 감수하고라도 전체의 이익이 큰 방향으로 정책을 잡았을 뿐이리라.
이런 문제와 개선과제들이 적지 않지만 성실신고확인제도는 유효하다. 국세청에서도 세무조사인력 등 행정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납세자의 성실신고 분위기를 정착시키기는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성실신고확인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세청이 성실신고확인제도의 장점을 좀 더 잘 살리고 싶으면 첫째 성실신고확인 시 중점적으로 점검해야 할 항목을 세무조사준칙처럼 만들어서 세무사들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신고검증을 해태한 세무사에 대한 관리지침을 만들어서 어떤 징계를 받게 되는지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국세청이 성실신고확인에 대한 검증에 만전을 기하고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한 것 이상의 성실신고 유도 효과가 있어야 제도가 지속가능하게 된다.
국세청의 노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세무대리인들의 자세다. 세무대리인 입장에서는 자주 접하는 혼돈이기도 하지만 납세자에게 절세의 최종병기로 인정받느냐 아니면 국세행정의 조력자로의 가치를 인정받느냐가 관건이다. 비용을 지불하는 납세자 편에 서느냐 제도를 만들고 세무사들의 수익을 높여준 국세청의 주문에 충실해야 하느냐의 딜레마다. 그러나 성실신고확인제는 지금 세무사들에게 최강의 수입원이 될 공산이 높다. 기장수입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 추세이고 덤핑을 막을 수도 없거니와 AI라는 선지적 기술로 인해 미래는 더 어둡다. 기장수입 다음으로 확실한 수입원이었던 외부조정제도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따라서 발전적으로 확대 가능한 업무는 성실신고확인이라 할 수 있다.
성실신고확인이 지금도 세무사들의 먹거리이지만 미래의 더 나은 먹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납세자에게 세무조사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성실신고확인을 받는 편이 절세대책이라는 확신을 줘야한다. 그리고 국세청에는 성실신고 분위기 정착에 기여하고 세무행정력의 절감효과를 입증해야한다. 이것들은 모두 세무사들의 몫이다. 성실신고 검증에 의문이 생기게 되는 순간 성실신고확인제는 세무사들에게 치명적인 독배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성실신고확인 서류의 검증에 한 치의 빈틈도 보여서는 안 된다. 과당경쟁이나 설마로 대충했다가는 납세자와 국세청 모두에 신뢰를 잃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납세자가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성실신고확인이 절세다”가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