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신고확인제의 도입 당시 세무사회의 입장은 ‘찬성’이었지만, 세무사회의 회원이었던 세무사들은 징계를 받을 수 있는 민감한 상황이었고, 납세자의 세무자료를 열어볼 수 있는 열람권이 부여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료청구 및 열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도입에 반대했다.
납세자의 입장에서도 이미 세무사에게 외부조정을 받은데다 성실신고 확인마저 받아야 했고, 불성실하다면 세무조사까지 받을 수 있어 사실상 납세협력비용 등이 삼중으로 부담되고, 중복 세무조사를 한다는 불만이 있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그동안 기장대행의 단순한 업무만을 하는 것에 그쳤던 세무사의 업무가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조세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점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세무사의 위상을 높이는 하나의 계기가 된 것이다.
특히 기장대행 수수료는 사실상 동결인데다 매년 신규세무사가 수백명씩 배출되고 있어 세무사들이 올릴 수 있는 매출에는 한계가 왔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중요한 시점이 됐다. 여기서 성실신고확인제가 세무사들의 제2의 소득원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10여년이 흐른 지금 성실신고확인제는 세무사들의 수입원 중에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로 자리잡았다.
국세청의 국세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1년 기준 성실신고확인자는 23만7036명이며, 이들이 신고한 총수입금액은 438조4923억원이다. 도입 첫해인 `11년 기준 성실신고확인자가 6만9556명, 총수입금액 198조1295억원에 비교한다면 10년 만에 인원은 3.4배, 금액은 2.2배가 증가했다.
`21년 기준 세무사의 수는 1만4000여명으로, 성실신고확인 시장만 하더라도 세무사 1인당 16.9건의 성실신고확인이 가능한 셈이다. 성실신고확인 비용은 납세자의 매출 규모 등으로 인해 차이가 크지만, 성실신고비용이 1건당 최소 12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세액공제 한도 120만원 기준) 단순 계산한다면 세무사들은 연간 2844억432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실제로 세무사 업계에서는 성실신고확인으로 1인당 4000만원~6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고, 많게는 100건 가량하고 있는 세무사도 있어, 건당 200만원으로 수임하는 경우 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세무사 업계의 큰 밥줄이 되고 있다.
물론, 성실신고확인제도로 세무사들이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은 반대로 10여년이 흐른 지금에도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은 여전하다. 개인사업자들이 성실신고확인 대상자가 되지 않기 위해 매출을 줄이고 있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성실신고확인제도가 시행된 `11년, 국세청이 고소득사업자 596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했을 때 이들이 신고한 소득은 1조2764억원이었고, 세무조사로 적출된 소득은 7667억원으로 드러나며 소득적출률은 37.5%를 기록했다. 즉 1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서 37만5000원은 탈루했다는 뜻이다.
성실신고확인제가 시행됐지만 고소득사업자들의 소득적출률은 해마다 높아져 `17년(소득세율이 인상된 해)에는 소득적출률이 50%를 넘기 시작했다. `17년 국세청이 고소득사업자 908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이 신고한 소득은 1조801억원이었고, 세무조사로 적출된 소득은 1조1523만원(소득적출률 51.6%)이었다. 이듬해인 `18년에는 881명이 1조1066억원을 신고했고 세무조사로는 1조2703억원이 적출되면서 소득적출률은 53.4%를 기록했다.
또한,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15~`20년 종합소득세 미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업자들이 성실신고확인제도를 회피하기 위해 총수입금액을 820만원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는 현금영수증 제도,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사업자의 수입금액 조정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세무사 징계의 대부분이 성실신고확인제도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제도 도입 당시 일부 세무사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징계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기획재정부 세무사징계위원회가 138차 징계위를 열고 7인의 세무대리인을 징계의결했는데, 전원이 세무사법제12조인 ‘성실의무’ 규정을 위반해 징계를 받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과태료 1000만원, 직무정지 1년 등 수위가 높은 징계를 받았는데, 세무사가 6인, 회계사가 1인 등으로 나타나면서 세무대리를 하고 있는 회계사도 징계를 피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3년(`21년~현재)간 세무사 징계를 받은 69명 중 59명(86%)이 성실의무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무사법에서 말하는 성실의무란 ‘세무사는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성실하게 기장하고 직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성실신고확인제도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으면 부실검증에 해당해 성실의무 규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