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고세액공제’ 손질 10년째 논쟁…세제실 ‘양치기 소년’ 될라?
전자신고 증가율 미미한데 ‘조세지출’만 늘어나…정책목표도 달성
세액공제 혜택 대부분 ‘세무대리인’ 가져가…연간 2천억 조세지출
누굴 위한 ‘세액공제’인가…납부세액 없는 영세사업자는 혜택 없어
납세자에게 의뢰비용 받고 세액공제까지…받을 거면 변호사도 줘야
정부가 전자신고세액공제 제도 폐지안을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았고, 현재 국회 조세소위에서 법안을 심사 중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 부족’인 것인지, 그저 세무대리업계를 길들이기 위한 ‘군기 잡기용’ 법안인지 헷갈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여년이 넘게 정부가 세액공제를 폐지하거나 그 한도를 축소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시도가 번번이 좌절되고 이번 윤석열 정부의 세제실도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전자신고세액공제는 납세자가 세금신고할 때 서면신고가 아닌 홈택스를 이용해 전자로 신고하면 1~2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납세자를 대신해서 세무대리인이 전자신고하면 그 세액공제 혜택은 세무대리인이 대신 가져가는데, 그 한도는 세무대리인은 연 300만원, 세무·회계법인은 연간 500만원이다.
전자신고세액공제는 `02년 홈택스가 개통하면서 전자신고제도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04년에 시행됐다. `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증세 없는 복지를 위해 비과세·감면제도를 대폭 정비하는 과정에서 목적이 달성된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하고자 추진한 바 있다. 정책목표가 달성됐다는 점, 그리고 조세 혜택이 세무대리인에게 집중돼 납세자와의 형평성이 훼손돼 지원대상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점도 폐지의 이유로 꼽혔다.
특히 당시 감사원은 기재부 정책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전자신고율이 90%대를 넘어서면서 성과가 달성됐으니 제도 폐지를 검토하라는 요구를 했고, 세법개정안에 담기게 됐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전자신고세액공제와 유사한 제도는 1~6년간 한시적으로만 운영했고 제도 정착 뒤에는 폐지했다.
당시 세법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김낙회 (당시)세제실장은 “제도를 10년간 운영해 보니 신고율이 80~97% 수준에 있기 때문에 제도 성과가 달성됐다는 측면을 감안해 폐지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당시(2013년 12월21일) 조세소위원들은 정부 측의 입장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김낙회 세제실장은 “재논의 해주십시오”라며 “전자신고를 하게 되면 세무사들도 좀 편한 측면이 있거든요. 어느 정도 편하다는 그 새로운 제도에 익숙해져 있고 두 번째는 전자신고하는 것이 편리하다라는 것이 이제 알려졌기 때문에 세무사들도 굳이 지금 상황에서 이 공제제도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옛날로 다시 돌아가겠느냐라는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라며 소위원들을 재차 설득했다.
이에 대해 소위원들은 “문제가 있으니 (정부가)양보를 해라(조정식 위원)”, “계류(나성린 소위원장)”, “나중에 딴 데서 만들어 줄 테니까 보류합시다(조정식 위원)”, “내년에 논의하시자고요. 계류해서(박원석 위원)”라며 정부의 입장은 들으려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그 해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였던 `17년도에도 전자신고세액공제는 도마위에 올랐다. 전자신고세액공제를 당시의 반토막인 세무사 연 200만원, 세무법인 연 500만원까지 축소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어 별도의 국회 논의 없이도 정부 뜻대로 시행령을 개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세무사업계의 반대로 행하지 못했고, `18년 시행령 개정으로 2019~2020년은 세무사 연 300만원, 세무법인 연 750만원으로, 2021년부터는 세무사 연 200만원, 세무법인 연 500만원으로 축소키로 한 바 있다.
그러나 `19년 유승희 당시 민주당 의원은 시행령에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이를 아예 법률로 상향하고, 세무사 400만원, 세무법인 1000만원으로 환원하는 법안을 냈다.
당시 소위원이었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손으로 쓰느냐 컴퓨터로 입력하느냐 그 차이가 있는 건데, 세무사나 세무법인은 의뢰인한테 수수료를 다 받잖아요? 근데 왜 이걸 공제해 줍니까?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변호사도 공제해 주고 다 공제해 줘야죠”라며 공제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연간한도는 법률로 상향하고, 공제한도는 현행유지하는 방향으로 합의돼 국회를 통과했으며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 정부, 조세지출 심층평가 꾸준히 실시해 ‘폐지, 축소’ 의견을 받지만…국회의원 설득 부족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제도 심층평가(2017)를 통해 “세제혜택이 세무대리인에 집중돼 있고, 납부세액이 없거나 최저한세액에 미달해 전자신고를 하고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비율이 종소세 11.4%, 법인세 83.5%로 높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자신고 세액공제때문에 전자신고를 선택했다는 세무대리인은 전체의 4.4%에 불과했으며, 세무대리인의 93.4%가 ‘서면신고에 비해 간편하고 시간이 절약되기 때문에’, 88.4%는 ‘신고서상 오류과정과 정정이 편리해서’ 전자신고를 선택한 것으로 꼽았다.
또, “지난 4년간 조세지출은 3310억원이었지만, 같은 기간 세무행정비용 절감액은 939억원에 불과해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통한 비용절감 효과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2022년 기준 국세청 내부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의 서면신고 과세자료 입력비용은 건당 5613원으로 계산된다.
아울러 제도 도입 초기에는 전자신고 정착에 기여했지만 이후에는 전자신고율의 증가가 미미해 세제지원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조세연은 시간이 흘러 올해 내놓은 심층평가에서도 전자신고율이 100%에 가깝다며 세액공제는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자신고율 증대의 여지가 적고, 세액공제 축소 시 서면신고 전환 등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리채움 서비스 등 전자신고 편의성을 고려하고,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대부분이 제도와 무관하게 전자신고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현재에도 법 개정을 두고 정부와 세무대리업계는 같은 내용으로 줄다리기만 계속 반복만 하고 있다. 정부는 ‘정책 효과가 달성됐으니 폐지한다’, 세무대리업계는 ‘전자신고를 대신해 주는 비용보존 측면에서 축소가 아니라 오히려 세액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도 추진되는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는 정부가 역대급 세수 결손사태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조세정책이 ‘감세’ 위주로만 돌아가고 있어 정책목표가 달성된 비과세 감면제도는 정비하는 차원에서 또다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세소위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논의가 오가면서, 정부는 정책 의지를 강력하게 내보이지도 못한 채 ‘대안을 만들어오라’는 국회의 요구에 한발 물러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