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감사인연합회, 제20회 감사인포럼 개최…민간위탁사업 주제 포럼
김기영 교수 “결산서 오류 등 회계신뢰 높이려면 ‘회계기본법 제정’ 필요”
지방자치단체의 ‘민간위탁사업’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사업비 ‘간이검사’가 아닌 독립성을 지닌 ‘제삼자의 인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감사인연합회(회장 김광윤)는 9일 오후 2시30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제20회 감사인포럼을 열고 ‘공공부문의 회계투명성 제고방안-민간위탁사업 등 회계감사 관련 최신 법원 판례의 비판적 분석과 파생 과제’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김기영 명지대 교수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9년 5월24일 회계감사의 명칭을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변경하고 회계사(회계법인) 또는 세무사(세무법인)를 검사인으로 지정하도록 규정하는 조례안을 발의했다. 같은 해 6월 금융위원회는 조례 개정안이 공인회계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회신하면서 서울시의회는 조례안 심사를 보류했다.
이후 `21년 12월20일 서울시의회는 조례안을 가결했고, `24년 10월25일 대법원은 원고 서울시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서울시의회는 올해 3월27일 ‘사업비 결산서 검사’를 ‘회계감사’로 재개정했다.
앞서 대법원은 원고 서울시장이 피고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의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는 서울시의회가 민간위탁사업의 사업비결산서 검사를 세무사(세무법인)도 수행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한 데 대해, 서울시장이 해당 조례안은 공인회계사법 제50조를 위반한다고 주장하며 그 무효확인을 구한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자체장이 민간위탁 사무를 관리·감독하는 것은 ‘자치사무’에 해당하며, 관련 법령에서 이러한 관리·감독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민간위탁사업의 사업비 결산서 검사는 공인회계사법에서 규정하는 ‘회계에 관한 감사·증명’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세무사(세무법인)가 이를 수행하도록 한 조례개정안이 회계사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이 판결은 지자체장의 민간위탁 사무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과 그 방식의 선택에 있어 지자체장의 재량권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되나 공공부문의 회계 투명성 관점에서는 재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판결에 대해 △지방의회의 자치사무 조례 제정 권한과 지자체장의 수탁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재량권이 충돌하고 △민간위탁금 검증을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검증 방식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위탁금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법령 및 조례에 의해 민간인에게 위탁 관리시키는 사업 중 기금 성격의 사업비로서 사업이 종료되거나 위탁이 폐지될 때에는 전액 국고 또는 지방비로 회수가 가능한 사업을 말한다. `23년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 243곳의 민간위탁금 규모는 약 13조3387억원이다.
이에 김 교수는 공공부문이 수행해야 할 사무를 민간에 위탁해 집행하는 형태로 공공재원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사업비에 대한 간이한 검사가 아닌 독립성을 가진 제삼자의 인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국 243개 지자체 중 203곳이 민간위탁사무 사업비에 대해 독립적인 외부감사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요구하고 있지 않으며 이는 전체 총액의 약 75% 수준이다.
◆ 사업별 검증과 수탁기관 검증 모두 규정해야
개선방안으로는 사업별 검증과 수탁기관에 대한 검증을 모두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사업별 민간위탁금이 일정 금액 이상인 경우 내부기관을 통한 감사 규정을 폐지하고 외부 회계감사를 받도록 지정하라는 것. 사업별과 수탁기관에 대한 외부회계감사의 경우 다른 법령이나 규정에 따라 외부 회계감사를 받은 경우에는 대체 가능하도록 규정해 수탁기관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방자치법, 지방재정법, 지방회계법상 관련 규정 신설을 검토할 것을 제시했다. 지방자치법 개정은 ‘민간위탁금에 대해 외부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원칙적 선언을 두고 세부절차는 하위법률로 위임하는 방안이다.
이어 민간위탁금 집행 및 정산의 재정통제 관점에서 보면 지방재정법에 신설하는 것이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일정 금액 이상의 위탁금 지급 시 외부감사 실시 조항을 넣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방회계법 개정으로는 감사기관 지정, 감사보고 의무, 감사서식 등 세부적인 외부감사 절차를 규정하고, 적용 범위는 민간위탁사업비 결산까지 확장하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정산보고서 검증 대상 기준 강화하고, ‘검증’ 아닌 ‘회계감사’로 변경해야
정산보고서 검증 대상 기준이 국고보조금의 경우 사업비 1억원 이상으로 강화됨에 따라 지방보조금도 현행 3억원에서 1억원으로 기준을 동일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으며, 이와 함께 보조사업자에 대한 회계감사 기준 금액은 연간사업비 총액 10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특정사업자에 대한 회계감사 예외 인정 규정에 ‘2년에 한 번씩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정산보고서 검증을 회계감사로 변경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검증보고서에는 감사 의견을 표명하지 않도록 돼 있는데, 감사의견을 표명하는 회계감사로 변경할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조사업의 규모가 작은 사업자는 회계 처리가 미흡해 공익적 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회계 관련 부담을 경감할 필요가 있으므로, 일정 규모 이하의 보조사업자는 감사인 선임 비용을 보조금으로 지출할 수 있도록 하고 회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이 외에도 김 교수는 회계기본법 제정을 주장했다. 국가회계법, 지방재정법, 공공기관운영법 등 주체에 따라 회계처리 기준과 운용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회계정보의 책임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회계기본법을 제정하면 민간위탁금 및 보조금에 대한 통일된 외부 검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