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부과한 세금이 법원에서 깨지면 세무조사 신뢰성에 대해 의심이 가게 된다.
따라서 세무조사는 더욱 꼼꼼히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판단자문위 판단도 뒤집고, 과세한 후 소송에서도 진다면 어떤 국민이 세무조사에 승복할까.
최근 국회에서 열린 임광현 새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국세청 세무조사로 800억대 세금을 부과받고도 법원에서 추징금 제로(0원)가 됐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박대출 의원은 “세무법인과 자문계약을 맺은 후에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이 800억대 추징금 부과가 제로로 돼 버립니다, 0원으로”라고 말했다. 이 세무법인은 임 청장이 근무했던 곳이었다.
임 청장은 국세청 퇴직 이후 ‘세무법인 선택’에 합류해 대표 세무사로 근무했다. 임 청장은 빗썸 자문계약에 대해 청문회 과정에서 처음으로 알게 됐다며 관여하지 않았다고 답변했고, 이에 박 의원은 “관여를 안 했는데 800억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회사가 신생 세무법인에 자문 계약을 의뢰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와 납득이 가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이 발언을 통해 업계에서는 국세청 고위직 출신이 소속된 세무법인 등에서 세무조사 대리나 자문을 맡으면 과세 논리를 뒤집을 수 있다는 시그널로 작용했다. ‘어제는 조사국장, 오늘은 세무대리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렇듯 세무조사를 받고 수백억대 세금이 부과돼도, 불복 과정에서 전부 취소되는 경우가 수두룩 존재한다. `23년 기준 조세행정소송 건수는 1494건, 금액으로만 2조7194억원이다. 이 중에서 패소하는 건수는 135건, 금액으로만 9477억원으로 약 35%가 국세청이 잘못된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본청에 세무조사 이후 ‘과세기준 자문’을 신청했는데도 기재부에 세법해석을 요청하지 않거나, 기재부와 의견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지방청에 통보하지 않아 징수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납세자가 제보한 ‘탈세제보’의 경우에도 이미 기존에 국세청 동료들이 처리한 내용을 다시 확인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탈세제보서 처리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세무조사와 관련된 분야에서 많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납세자들이 국세청의 세금부과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심판청구 건수는 `19년 4598건에서 `23년 1만887건으로 5년 사이 137%가 증가했다. 납세자들의 불복이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중이다. 반면 인용률은 26.6%에서 13.1%로 13.5%P 감소했다.
5년 전보다 인용률은 두 배 이상 줄었는데, 납세자 세금 불복이 증가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에 대해 못 믿겠다는 납세자가 늘거나, 세금 불복을 대리하는 세무대리 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이 신뢰하는 국세행정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세무조사’와 '세금부과'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 취임한 임광현 신임 국세청장은 중부청 조사1, 4국장, 서울청 조사 1, 2, 4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등 조사국장만 6번 역임한 ‘조사통’으로 분류된다. 인사청문회에서 ”기업에 장기간 상주하는 조사시스템 혁신하겠다”면서 세무조사 방식의 혁신을 예고했다. 기업현장에서는 어떤 제대로된 변화가 나올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