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의 제기

지난 8월 3일자로 「부동산에 대한 지정지역」을 지정한다는 기획재정부장관의 공고가 있었다. 법률적 근거는 현행 소득세법 제 104조의2 및 같은 법 시행령 제 168조의 3의 규정에 따른 「부동산 지정지역」이다. 이른바 투지지역에 대한 지정공고이다. 구체적으로는 3주택 이상을 가진 사람이 서울특별시의 용산구를 비롯한 11개 구(區)지역 및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주택을 팔면 양도소득세의 일반세율에(6~40%)에 10%를 가산한 세율(16~50%)을 적용하여 양도세를 매긴다는 것이다.

현행 양도소득세법상 양도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양도시기의 판단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잔금청산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므로 잔금을 언제 받는지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지정공고가 있기 한참 전에 계약이 이루어져 중도금까지 받았으나, 지정공고일(8.3) 이후에 잔금을 받는다면 어떻게 되는지가 문제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잔금을 받은 날을 양도일로 보기 때문에 추가세율 10%에 해당하는 세금을 더 물어야 한다.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로 한다. 갑(甲)은 강동구에 소재하는 A주택을 포함하여 3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A주택은 2016.12.15. 매수하였고, 그 후 11년째 되는 해인 2017.5.5.에 매매(양도)계약을 체결하고, 7.7.에 중도금을, 8.8.에 잔금을 받았다(이 사례는 실제 상황이기도 하다). 문제는 잔금수령일 5일 전에 ‘부동산 지정지역’ 소위 투기지역이 발표되었고, 그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양도자로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인양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위의 사례에서 생길 수 있는 다툼의 소지는 잔금 수령을 불과 5일 앞두고 공고된 투기지역의 지정으로 일반세율로 계산한 세액보다 11%(지방소득세 포함)나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①소급과세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②신뢰보호의 원칙, 즉 예측가능성 및 법적안정성에 관한 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는 위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매매당사자 간에 주택의 양도(양수)에 대한 의사표시가 합치되고, 계약내용이 이행 중에 있는 상태에서 바라본 구분이다.

◆ 소급과세인지의 여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근거 법령은 이미 만들어져 있었으나, 그동안 공고된 ‘지정지역’이 없어 관련 법령이 휴면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어느 날 느닷없이 지정지역을 공고하면서, 공고일(8.3.)로부터 해당 세법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렇다면 위 사례에서와 같이 지정공고가 있기 전에 이미 중도금까지 받은 상태에 있는 양도자로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급과세라는 주장을 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소급입법의 문제로는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에 작용하는지, 아니면 과거에 시작되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아니하고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사실관계에도 작용하는지에 따라 이른바 ‘진정소급입법’과 ‘부진정소급입법’으로 구분한다. 전자는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반면, 후자는 원칙적으로는 허용되지만 소급효를 요구하는 공익상의 사유와 신뢰보호의 요청 사이의 교량과정에서 신뢰보호의 관점이 입법자의 형성권에 제한을 가하게 된다고 한다(서울고법 2007누18385). 이는 세법적용(시행)상에서도 마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급적용에 대한 논란은 사회적으로 소란스럽기는 하겠지만 단순한 논의에 그칠 뿐 더 이상 진전될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소급과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 신뢰보호의 원칙

위 사례에서 양도자는 주택양도에 따른 일반세율이 적용될 것으로 믿고 양도했을 것이다(본인도 그렇다고 하였다). 집을 팔기 전에 세무대리인에게 사전 상담을 받고 팔았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는 양도 당시의 법률적 상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믿고 팔았다는 점에서 신뢰보호의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신뢰보호의 원칙은 법적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기준시가 과세원칙이 적용되었던 과거(2005년 이전)에도 실거래가액으로 과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었다(2002.12.18.로 신설된 당시의 소득세법 제96조 제1항 제6의2호). 이때에도 위 사례에서와 유사한 피해자(?)가 나타나 소송으로까지 이어졌으나 결국 패소하고 말았다. 지정지역에 대한 입법취지는 투기거래나 위법거래로 인하여 시가가 단기에 급등한 지역에서는 기준시가가 현실의 시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여 막대한 양도차익에 대하여 실질에 부합하는 과세를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과세의 형평을 해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지정지역 제도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부동산 투기거래와 위법거래의 방지 및 과세의 형평이라는 공익이 원고의 신뢰이익에 비하여 훨씬 크다는 것이다(서울행정법원2009구단891, 고등법원에서는 이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필자의 의견은 다르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에 일어난 집값의 급등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 습득한 학습효과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이 5.9.이고, 위 사례에서의 계약체결일은 5.5.이기 때문에 당시 부동산 가격이 지금처럼 덜썩거리지도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고, 또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투기거래로 몰아갈 여지는 없다고 할 것이며, 위법거래의 소지는 더더욱 아니다. 그러므로 위 사례에서는 신뢰보호의 원칙이 보장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무런 예외적 장치 없이 지정지역 공고일 이후부터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선의의 피해자로의 납세의무자가 나왔거나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잘못되었다고 아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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